미국의 투자 상담가인 스티븐 폴란과 마크 레빈의 저서 ‘Die Broke’를 ‘몽땅 다 쓰고 죽어라’로 번역한 이메일을 받고 놀란 적이 있다. 인간이 빈손으로 태어났으니 일생 동안 벌어놓은 재산을 모두 다 써버리고 다시 빈손으로 세상을 떠나라는 것은 관연 올바른 충고일까?‘Broke’는 있던 돈을 모두 써버리고 무일푼(penniless)이 되는 것을 뜻함으로 ‘Die Broke’를 무일푼으로 죽기로 번역하는 것이 마땅하나 좀 거북하여 ‘가난하게 죽기’로 번역하였다.
폴란과 레빈은 다른 저서 ‘부자로 살고 가난하게 죽어라(Live Rich, Die Broke)’에서도 돈은 일생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버는 것이지 남에게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하였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트로피를 위하여 버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또 번 돈은 죽은 후 자식들 간의 상속분쟁의 씨가 되게 하거나 본인의 의사와 달리 사용되는 것 보다 죽기 전에 자기의 관리 하에 정리하고 가난하게 죽는 것이 현명하다고 충고하였다.
재산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균형(Balance)을 유지하는 것이다. 젊어서 돈을 못벌어 은퇴자금이 충분하지 않으면 생활이 안 되니 죽을 때까지 싫어도 일을 해야 한다. 반면 돈 버는 데만 너무 총력을 기울이면 인생을 즐기지 못한 채 늙게 되고, 일찍 죽거나 건강이 나빠 젊어서 일한 과실을 즐기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빠지게도 된다.
폴란과 레빈은 또 ‘가난하게 죽기 위한 돈의 완전 지침서(The Die Broke Complete Book of Money)’를 펴냈다. 돈에 관련된 모든 용어를 종합한 백과사전으로 573개의 금융용어가 알파벳순으로 잘 설명되어 있다.
예를 들어 어린 자녀들에게 돈의 가치를 일찍부터 가르치는 용돈(Allowance),살아 있을 때 사후유산에 대비하여 설정하는 생존신탁(Living Trust), 본인이 의식불명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때 기계에 의한 생명연장을 피하고 존엄사를 원한다는 사망선택유언(Living Will) 등 매우 필요한 용어들이 수록되어 있다.
두 저자는 ‘가난하게 죽어라’에서 크게 네 가지를 강조하였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말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독자들이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 오늘 퇴직하라(Quit Today): 직장은 개인의 인생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수입을 얻는 곳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현 직장을 더 좋은 직장을 얻는데 필요한 디딤돌로 삼아라.
* 현찰로 지불하라(Pay Cash):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사지 말라. 필요한 물건이라 해도 충분한 돈이 모아진 후에 사야한다. 즉 저축하고 기다렸다가 필요한 것도 사야 한다. 돈이 부족해 외상으로 사서 나중에 갚으면 수입 이상 지출을 해서 저축이 안된다.
* 은퇴하지 말라(Don’t Retire): 생산적인 일생을 살라. ‘65세 은퇴’는 대부분이 63세 이전에 사망하던 때 만들어진 것이다. 노년에도 시간을 줄여서라도 일을 해야 건강도 유지되고 돈도 벌어 인생 목적 달성에 사용할 수 있다.
* 가난하게 죽어라(Die Broke): 살아있는 동안 돈을 써라. 자식들에게도 살아 있을 때 그들이 꼭 필요한 것에 필요할 때 주어라. 그래야 주는 이도 받는 이도 그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다. 죽은 후 아무리 돈을 많이 남긴들 무슨 소용이 있나? 죽은 후 많은 돈을 자식들에게 남겨 주는 것은 그들에게 돈의 가치를 잘 못 가르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돈이 주는 궁극적인 보상은 무엇인가? 돈의 가장 큰 보상은 자유이다. 자유를 유지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열심히 돈을 버는 것이고 그러므로 번 돈은 본인의 자유를 유지하는데 써야 한다. 법에 어긋나지 않고 남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사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다.
노년에 빚이 없는 궁핍으로부터의 자유, 건강한 몸을 갖는 질병으로 부터의 자유,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공포로 부터의 자유, 자식들에 얽매이지 않는 자식으로 부터의 자유 등 여러 자유를 누리려면 일생 번 돈을 ‘몽땅 다 쓰고 죽는 것’이 아니라 생전에 잘 정리하여 가난하게 죽는 것이 좋다. 그것이 사회에 또 자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