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몇 번이나 하늘을 바라보며 살아갈까. 개나 돼지 등 다른 동물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땅만 바라보며 살아가게 창조된 반면, 인간은 하늘도 함께 바라보며 살아가라 지음 받았다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 사람은 두 발은 땅을 디디지만 가끔은 하늘을 보라고 머리는 하늘을 향해 있단다.
아무리 삶이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하루하루라 하여도 가끔은 우주를 생각해보고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을 가짐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도대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와 태양, 그리고 수억의 별들, 또 수억의 은하계 등등 신비의 세계로 가득 차 있는 하늘의 비밀이 궁금하지도 않은가. 또 우주의 탄생 같은 것도.
지난 5월7일 영국의 BBC방송은 우주탄생과정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한 국제연구팀의 성과를 보도했다. 국제연구팀이란 미국의 MIT공대 마커 베겔스버거 교수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데보라 사이재키 교수 등이 이끄는 팀으로 이들은 과학의 난제 중 하나인 우주생성과정을 세계 최초로 재연하는 데 성공했다.
“태초의 우주는 O.2mm의 작은 점에 불과했다. 그런데 138억년전 이 점이 원인모를 대폭발(Big Bang)로 순식간에 거대한 나무줄기와 가지처럼 뻗어 우주로 팽창했다. 여기서 은하와 별이 만들어졌고 그 잔해에서 또 새로운 별과 은하가 탄생했다.” 국제연구팀의 성과는 이런 우주의 생성과정을 실제에 가깝게 밝혀낸 거다.
우주 태초의 한 점. 그 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아무도 모른다. 밝혀진 게 없다. 그저 우주의 시작이 한 점이라고만 알려졌을 뿐, 그 점이 무엇이고 또 점이 있기 전의 존재에 대해 과학은 밝혀낸 게 없다. 매일 하늘을 볼 때마다 어떻게 우주가 한 점에서 시작됐을까 하는 의문은 좀 체로 가시질 않는다. 신비 그 자체다.
우주(宇宙)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 팽창은 정지가 아니다. 정지가 아님은 살아있음이다. 우주의 살아있음을 인간이 감지나 할까. 지구의 돌아가는 소리와 속도를 인간은 감지하지 못한다. 인간이 지구의 움직임에 따라 일어나는 큰 굉음을 듣게 된다면 고막이 터져서 살아남을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으리라.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에리히 얀치(Erich Jantsch)는 그의 책 <자기 조직하는 우주>(The Self-Organizing Universe)에서 “자기 초월(self-transcendence)은 자신의 존재의 경계를 넘어 멀리 뻗어 나간다는 뜻으로 어느 체계가 자기 조직 과정에 그 실체의 경계를 넘어갈 때, 그것은 창조적이 된다”고 했다. 그러며 우주도 자기 초월체의 열려(open)있는 상태의 조직으로 자기 초월의 문턱마다에서 미래를 틀 지울, 보다 높은 차원의 자유를 불러들이고 과거의 살아있는 경험만이 아니라 미래로의 창조적인 뻗어나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을 포함한 존재 모두를 품고 있는 우주는 미래지향적이며 자기초월적이다.
2003년 가을 유럽을 방문한 적이 있다. 독일에 갔을 때 시골 농가에서 민박을 했고 농장의 퇴비와 소와 말, 양들에게서 흘러나온 변(便)의 거름냄새를 맡으며 며칠을 보냈다. 이 때, 밤하늘에 떠있는 별 무리를 바라보며 금방 쏟아질 것 같은 별들에서 우주의 신비와 경이를 느껴본 게 아직도 잊혀 지지 않고 생각나곤 한다.
유럽에만 별이 있나.
미국에도 있고 한국에도 있고 인간이 사는 그 어떤 곳에서도 별들은 있다. 다만, 별을 바라보려 하는 마음이 없을 뿐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고와 깜짝 놀랄 일들이 세상에선 벌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인간들. 땅만 바라볼 게 아니라 열려 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살아봄도 좋을 거다.
슈퍼컴퓨터로 세계최초의 우주창조생성과정을 재연해낸 국제연구팀. 한 점으로부터 시작돼 팽창하고 있는 우주. 자기 조직하며 초월체의 열려 있는 높은 차원의 자유를 불러들이고 창조적인 뻗어나감을 통해 미래를 향하고 있는 우주.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 우리네 마음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나. 우주여, 인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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