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동치는 주식시장 왜 - 소규모 급성장 인터넷·소셜 미디어·바이오텍 하락폭 심해
▶ 테슬라 예상수입의 89배·그루폰은 35배 거래 “말도 안돼”, “주가 아직도 고평가… 헤지펀드 빠져 계속 떨어질 것” 경고
요즘 주식시장이 심상치 않다. 등락폭이 지나치게 크다. 나스닥은 하루에 무려 70포인트가 폭락하다 또 뛰어오른다. 지난 12일에만 무려 75포인트가 올라 단번에 장세를 회복했다. 신생 첨단주들이 장악하는 스몰캡의 등락은 특히 심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첨단주들의 가치가 지나치게 상향돼 앞으로 큰 폭 하락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벤처 닷컴 기업들이 붕괴됐던 2000년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은 지난주 월요일 자에서 첨단관련 기술주들에 대한 선호도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식 가치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신문은 이들 주식 가치가 아직도 지나치게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많은 투자자들은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사이버 시큐리티 회사인 ‘파이어아이’(FireEye Inc.)는 나스닥 종합지수가 14년 내 최대치를 경신하던 지난 3월5일 오히려 72%나 폭락했다. 광고기술사인 ‘로켓 퓨얼’(Rocket Fuel)도 주식 최고치에서 61%나 하락했고 소프트웨어 회사인 ‘Splunk’는 50%, 소셜 미디어인 ‘트위터’(Twitter)가 41%, 전기자동차 메이커인 ‘테슬라 모터’(Tesla Motors)는 28% 빠졌다.
이같은 첨단 기술주들의 폭락세는 지난 3월 초부터 시작된 현상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는 주들은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 바이오텍 등 증시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되는 종목들이라서 더욱 우려스럽다.
금융자산 관리자(머니 매니저)들은 딱히 이유를 모르겠다며 미스터리라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가격이 오르는 주식에 단기 투자해 이득을 올리는 헤지펀드와 같은 단기 투자자들이 몰려 실제 수입 전망치와 비교해 지나치게 가치가 치솟은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는 정도다. 단기 투기자본들이 유입되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이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단기 투자자들이 동시에 팔자로 전환하면서 가격이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다고 이들을 분석했다.
▲가격 하락 계속될 듯
많은 투자자들은 주식 가치는 아직도 높아 하락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정정보를 분석, 제공하는 팩트셋에 따르면 전기 자동차 메이커인 테슬라 주식은 내년 예상 수입의 무려 89배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3월 주가수익 117배에서 그나마 줄어든 것이지만 S&P 500보다 아직 6배나 더 비싸다. 각종 샤핑쿠폰을 매일 업데이트 해주는 웹사이트인 ‘그루폰’(Groupon)은 내년 수입의 35배에 거래되고 있다.
고객 투자금 31억달러를 관리하는 ‘리버팍 펀드’의 미치 루빈 투자국장은 “2~3배도 우스운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이들 주식들의 본질에 더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면서 주가는 더 쉽게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루빈 국장은 특히 아마존 닷컴과 트위터의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난주 이미 40%나 떨어진 일부 주식들의 하락세가 더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러셀 2000 크게 하락
스몰캡 기술주들의 러셀 2000지수는 지난주 한때 최고치에서 10%나 빠졌다. 소규모 급성장 회사들이 모인 러셀 2000 생장지수는 올 들어 7.1%나 하락했다.
이에 반해 일반 지수들은 빠르지는 않지만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우산업지수는 올 들어 두 번씩이나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아직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또 성장 속도가 완만하고 배당이 지급되는 대형주들이 거래되는 러셀 1000 가치지수(value index)는 올 들어 2.8% 성장했다.
▲단기 투자가 가치 상승 주도
이들 단기 차액을 노리는 주식들의 가치 상승은 글로벌 경제가 침체기에 빠지자 단기간에 급성장 수입을 노린 투자자들의 단기 투자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투자자들이 결국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S&P 500 종목 회사들은 1ㆍ4분기 그나마 전년 대비 2.2%의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팩트셋은 밝혔다.
5억5,000만달러의 투자금을 관리하는 필라델피아의 애디슨 캐피털의 마이클 처치 대표는 “최근 이들 주식들의 운명은 활짝 핀 장미가 시드는 시기와 같다. 지금과 같은 시점에 어떤 바이어가 달려들 것인가에 운영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들 주식들의 하락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3주 전 트위터 주식은 초기 투자자와 종업원 주식의 매수 금지기간이 끝나면서 이틀 동안 무려 21%나 빠졌다. 이같은 하락에도 불구하고 트위터 주식은 내년 예상 수입의 285배나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팩트셋 자료에 따르면 트위터의 주가 수익률은 3월 초 1,154에서 하락하긴 했지만 아직도 내년 수입 예상치의 15.2배에 거래되는 S&P 500보다는 상당히 높은 수치다.
증권거래사인 ‘퍼스트 뉴욕 시큐리티’의 국내 주 담당 세스 세트라키안 거래인은 “워런 버핏에게 ‘트위터 주식을 사라. 아주 싸다’라고 한다면 아마 따귀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락세에 들어선 이들 주식에 뛰어드는 전문 바이어들도 있다.
은퇴자 투자금을 관리하는 버지니아 리치몬드의 재정 서버스회사 ‘해리스 파이낸셜 그룹’의 제이미 콕스 매니징 파트너는 지난 4월29일 트위터의 분기 수익 발표 수일 후 트위터 주식을 소량 매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가 70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지만 이 정도 수준에서는 매입하는 것을 정당화 할 수 있다”면서 “지금 과다하게 지불한다고 해도 주식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매입 이유를 설명했다.
▲아마존 분기 실적 실망감
아마존은 수년간 높은 가격에 거래돼 왔다. 투자자들은 장부상에 나온 이익보다는 아마존이 물류 창고에 대한 투자와 컴퓨터의 힘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 투자자들은 지난 두 차례의 분기 실적 보고서가 발표된 후 투자가치에 대한 평가를 보면서 재고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이 발표한 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높은 수입에도 불구하고 실제 수익은 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 주식은 지난 1월 400달러를 넘어 섰으나 점차 하락해 28%나 빠졌다.
시카고 헤지펀드사인 ‘빌라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존 탐슨 대표는 지나치게 과다 책정된 주식은 구입하지 않으며 대신 싸다고 생각되는 것들만 매입한다고 투자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주가 수익률이 평균 210가량은 구입을 꺼리고 10배 정도면 뛰어든다고 밝혔다.
탐슨 대표는 “1999년 고성장 단기 차익 주식들이 시스코나 퀄컴, EMC 등과 같은 기술주들보다 훨씬 과다 가치 평가됐었다”면서도 “아직 마켓의 가치는 1999년 당시보다는 싸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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