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환동 / 경제부 기업금융 팀장·부국장 대우
미국은 50개주마다 애칭이 있는데 캘리포니아주(이하 가주)는 ‘골든 스테이트’(Golden State)라고 불린다. 가주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1848년부터 1855년까지 미 전국과 세계에서 30여만명이 몰린 ‘캘리포니아 골드 러시’의 영향으로 1850년 31번째 주로 편입되면서 애칭도 이를 반영했다.
인구 3,834만명으로 50개주 중 인구 1위, 면적 3위인 가주의 국내총생산(GDP)은 2조달러가 넘어 단독국가라고 가정할 경우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브라질, 영국,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9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한다.
무엇보다도 가주는 미국인들에게 풍요로움과 자유, 낭만을 상징한다. 빼어난 자연경관과 함께 영화산업의 메카인 할리웃, 디즈니랜드 등 세계적인 관광명소 등으로 미국인은 물론 전 세계 관광객이 가장 가고 싶은 방문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가주에서 들려오는 경제 부문 뉴스는 우울한 뉴스의 연속이다. 특히 가주 경제의 기반인 제조업 부문의 대형 기업 유지와 유치 경쟁에서 다른 주들에게 연이어 참패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도요타가 토랜스에 위치한 미국판매법인의 직원과 업무의 상당 부분을 텍사스주로 이전한다고 발표하면서 충격을 주었다. 이번 이전으로 토랜스에 근무하는 직원 3,000명이 텍사스로 이전하게 된다. 낫산이 이미 미국본사를 가주에서 테네시주로 옮긴 상황에서 이제 일본차 제조사 중 혼다만이 가주에 남게 됐으며 LA 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남가주에 미국본사를 운영하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의 전기자동차 제조사 ‘테슬라’는 투자비용만 50억달러가 투자되고 근로자 6,500명이 근무하게 될 배터리 공장 후보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가주의 높은 토지구입 비용과 인건비, 세금 등을 이유로 애리조나, 네바다, 뉴멕시코, 텍사스를 후보 주로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주는 미 전국에서 정부 규제·기업 상대 소송이 가장 많고 세금, 인건비, 보험, 토지, 재료비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여건이 가장 좋지 않은 주라는 악명이 높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캘리포니아주 기업 50여개 이상이 텍사스주로 이전 또는 확장을 하면서 가주 내 일자리 1만4,000개가 증발했다. 지난 5년간 가주를 떠난 대형 기업은 무려 250개에 달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주를 떠나는 일자리들이 높은 임금과 베네핏을 제공하는 제조업종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주 경제의 어려움은 높은 실업률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전체 실업률은 6.3%로 전달의 6.7%보다 0.4%포인트나 떨어지는 등 지난 2년간 하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주 실업률은 지난 3월 8.1%로 미국 실업률에 비해 1.8%나 높으며 4월에도 호전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대세다.
가주에서 사업을 하기 어렵다는 비명은 대기업 뿐 아니라 소매 업소들도 마찬가지다. 소매업주들마다 매상은 늘지 않는데 리스, 인건비, 재료비, 보험료, 세금 등 사업운영에 필요한 모든 경비는 매년 꼬박꼬박 올라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높은 주택가격 등 물가도 가주경제의 발목을 잡는 주요 원인이다. LA지역의 평균 주택가는 51만5,000달러이지만 도요타가 옮겨가는 텍사스주 달라스의 평균 주택가격은 21만8,500에 불과하다. 이는 똑같은 월급으로 도요타 직원들이 더 많이 저축할 수 있고 생활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애기다.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의 칼럼니스트 겸 헤리테지 재단의 수석경제학자인 스티븐 무어는 최근 칼럼에서 가주의 경제적 위기를 인재(人災)로 규정했다. 그는 가주가 각종 자원이 풍부하고 세계적인 대학, 할리웃, 실리콘 밸리, 이민인구 등 다른 주가 넘볼 수 없는 장점이 풍부한데도 경제가 이렇게 망가진 데는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가주가 처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주 소득세가 전국에서 가장 높고,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조가입을 강요할 수 있으며 미국에서 각종 규제가 가장 많은 주라고 지적했다.
도요타의 텍사스주 이전을 계기로 최근 가주상공회의소와 친기업 성향 단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소송과 규제는 줄이고 세금과 생활비 부담은 낮추는 등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가주가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주라는 인식을 바꾸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스티븐 무어는 가주경제 위기의 원인이 인재인 만큼 이를 고칠 수 있으며 아직 가주에 희망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정부는 만능 해결자’라고 생각하는,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가주 정치인들이 인재를 해결할 수 있는 의지가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