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지도부가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한 마디가 있다 : “더 이상의 토드 아킨은 안 된다 ( No More Todd Akin)”
금년 못지않게 공화당의 상원탈환 전망이 밝아보였던 2012년 선거에서 뼈아프게 새긴 교훈이다. 그해 여름까지만 해도 장밋빛이던 공화당의 상원선거 전세는 8월말 “진짜 강간이면 임신되지 않는다”는 미주리 주 연방상원 공화당 후보 토드 아킨의 망언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이어 “강간 임신도 신의 뜻”이라는 인디애나 주 후보를 비롯해 펜실베이니아 주 후보 등의 부적절한 발언들이 야기한 논란으로 11월 공화당 상원후보들은 줄줄이 낙선했다.
티파티 득세와 함께 2010년에 이어 21012년에도 극단적 이념으로 무장한 수준미달 후보들의 본선진출을 막지 못한 대가였다.
이번에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티파티의 극우강경파에 밀려왔던 공화당 내 기득권층이 전세를 회복한 것이다. 티파티가 죽은 것은 아니지만 시들해진 기미는 확실하다. 앞으로 두 달 거의 매주 치러질 예비선거에선 기득권층 후보들이 티파티 후보들에 대부분 앞서 있다. 본선에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많이 진출할수록 승리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진다.
공화당의 상원 다수당 가능성은 이번 주로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6일의 노스캐롤라이나 연방 상원의원 예비선거에서 기득권층 지도부가 적극 지원해온 톰 틸리스 후보가 티파티 후보들을 모두 누르고 승리한 것이다. 40%이상의 득표로 7월 결선을 치를 필요도 없어졌다. 돈과 에너지의 낭비없이 공화당 상원탈환 전략의 주요 타겟인 민주당 현직 케이 헤이건을 향한 총공격에 돌입하면 된다.
조짐 좋은 노스캐롤라이나를 시작으로 루이지애나, 아칸소, 알래스카, 미시간, 몬태나, 아이오와 등 민주당 현역들이 취약한 7개주에 티파티의 극우파가 아닌, 지도부가 지원하는 ‘능력 갖춘’ 후보들을 포진하고 켄터키와 조지아 등 흔들리는 공화의석을 무사히 지켜낸다면…“이번엔 틀림없다” - 공화당의 상원탈환의 꿈이 익어가고 있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와 거의 모든 선거예상분석가들이 공화당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5일 공화당 다수당 가능성을 ‘82%’라는 구체적 수치로 예상했다. CNN은 이들의 예상과 분석이 근거하는 몇 가지 요소를 정리했다.
넘버원 이슈는 경제다. 대통령은 “경제가 지난 몇 년 그 어느 때보다 좋아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잇달아 발표되는 여러 지수를 보면 맞는 말이다. 주식시장은 기록적 활황세를 보이고 실업률은 5년 내 최하로 떨어졌으며 자동차판매는 7년 내 최고를 기록하고 부동산 경기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USA투데이와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경제가 좋아졌다”는 응답은 17%에 그쳤다. 그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 “식품값도 오르고 개스값도 올랐다. 학비도 오르고 렌트비도 올랐다. 내 봉급만 안 올랐다. 허덕이는 우리를 워싱턴은 외면하고 있다”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짙게 깔려있다. 내년에도 제자리걸음, 혹은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75%에 달했다. 민주당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공화당 경제정책이 더 도움될 것이라는 응답이다. 43%로 오바마정책 선호 39% 보다 높았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오바마 지지율도 오바마케어와 함께 민주당 후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지율 하락이 아니라도 대통령의 정당은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힘들다. 집권 6년째 지지율 62%였던 레이건의 인기도 그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상원 수성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바마케어가 주요이슈라는 응답은 지지와 반대 합해 68%에 이른다.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민주당 유권자의 지지보다는 공화당 유권자의 반대가 훨씬 뜨겁고 강하다는 것. 가입자가 800만명에 이르면서 이미지가 호전되고 있지만 공화당이 계속 공격하며 끌어가는 요란한 논쟁 자체가 보수 표밭을 충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열기의 차이는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인 투표율과 직결된다.
백인이 다수인 공화당 표밭이 충실한 유권자인데 비해 다양한 그룹이 모인 무지개연합에 의존하는 민주당 표밭의 중간선거 투표율은 대선에 비해 뚝 떨어진다. 양당 사이 열정의 격차(Enthusiasm Gap)라는 용어까지 등장했고 민주당 상원캠페인위원회는 6천만 달러 규모의 투표율 높이기 필드작전에 돌입했다.
공화당 내분에 의한 어부지리의 기대마저 사라져가고 있지만 민주당에도 구름 뒤 한줄기 햇살은 비치고 있다. 민주당 상원 수성을 원한다는 응답이 45%로 공화당의 양원장악을 원한다는 42%보다 약간 높다. 거기에 더해 경기호전의 속도가 빨라진다면, 가을 오바마케어 가입 보험료 인상폭이 크지 않다면, 불평등 임금에 대한 분노가 민주당 표밭을 달군다면…사면초가 민주당에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년 중간선거는 민주당에게 힘겨운 도전이다. 그러나 선거까지는 어떤 변수가 어떤 반전을 가져올지 예측할 수 없는 아직도 긴 여정이다. 여론의 대다수가 집권당 뿐 아니라 야당도 혐오하는 정치불신의 시대엔 더욱 그렇다. 이제 179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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