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국내외 한국사회가 혹독한 정신 공황 상태에 빠져 들었다.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슬픔, 아쉬움, 거기에 겹쳐 가슴 치는 분노, 참회들로 삶의 패턴이 뒤틀려 버린 기분이다. 우리에겐 왜 이런 아비규환, 아수라장이 줄이어 빚어지고 있나? 성수대교 교각이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주저앉고, 경주 리조트 지붕이 가라앉고 대형사고의 연속이다. 모두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점이 발을 구르게 만든다.
우리 역사에 절대로 다시 일어나서는 안될 이 참사가 보름이 채 안됐는데 벌써 “이젠 다 잊어버리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소인배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어떻게 이 거대참사를 그렇게 쉽게 잊자는 건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더 앓고 더 마음 아파야 한다. 그리고 왜 이런 참극으로 뼈저리고 고통스러워 해야 하나를 반성하고 원인을 고민해야 한다. 벌써 잊자니.. 그건 또 하나의 비극을 숙명처럼 기다릴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운명론이고 패배주의일 뿐이다.
비록 규모와 양상은 다르지만 최근에도 우리는 기가 꽉 막히는 허탈극을 수없이 겪어왔다. 얼마나 큰 날짜 횡포인 줄 실감하지 못하고 지나왔을 뿐이다. 대통령이 선거부정 댓글사건 범죄를 그냥 눈감자며 국정원 비호 하는 것, 북에서 무인 탐지기가 넘나드는데 책임자가 없는 것, 부정이나 병역기피 화신을 각료에 앉히는 것, 제2금융의 서민착취 강탈 환불 못하는 것, 각 보육원의 원생 살해 강간 범죄 후 다시 국고 보조금 받아 규모 늘이는 것. 하다못해 249억원의 탈세범에게 하루 인건비 5억 계산하여 노역으로 때우자는 판결도 나오는 판이다. 이런 것들 모두 탈만 바꿔 쓴 국민기만의 세월호 사건 같은 초대형 참극이요 역사에 기록 될 슬픈 유산들이다. 우리 국민 모두 가슴 열고 솔직한 반성을 해 보자. 세월호 비극을 빚어낸 주인공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 넘기고 정작 책임져야 할 장본인들은 그 뒤에 숨어버릴 태세다. 그러니 잊고 말자는 사기극을 눈감아 줄 수 있겠나.
1백년 지난 타이타닉호 버킨헤드 함장 영웅담을 인용하여 감상문이나 적어내는 필객들 요설에 넘어가 세월호 참극을 잊을 수는 없다.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우리 모두의 비극으로 실감하고 더 고민하고 더 오래 아파하며 반성해야 한다. 그것이 희생자들과 이 비극의 역사를 엮어낸 우리 세대의 나라에 대한 도리이다. 벌써 이 사건을 잊자니..
지금 권력과 그 비호세력 언론들의 태도를 바로 보라. 엉뚱하게 세모그룹 소유주 유병언의 부정축재에 지면을 대거 할애하고 초점을 그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가. “세월호 침몰” 아닌가. 그렇다면 침몰원인, 경위, 구조무능, 그 와중에 일어난 책임자들의 직무유기, 이런 것들이 규명돼야지 무슨 유병언 부정축재와 기행, 외국 선장들의 영웅담에다 포커스를 들이대나? 이 모두 국민의 분노 불만을 딴데로 흐리려는 술책이다. 속지 말고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추호도 유병언 일가나 이준석 선장, 해경 해수부 정권 당사자들을 비호하려는 게 아니다. 위반이 있다면 당연히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적 첨단기기를 생산하는 물질문명 국가에서 왜 이런 원시 야만적 참극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다 함께 고민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동안의 집권자들은 나라를 권력자, 돈많은 부자들만의 세상으로 만들어 놓았다. 너나없이 권력판에 끼어들고 재벌이 되려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학자, 종교인, 사회사업가, 공무원 이런 사람들이 재벌이 되려 하고 권력자가 되려는데 혈안이 돼 있으니 세월호 참극같은 불상사가 벌어질 수 밖에 더 있겠나?
대국민 정치가 아닌 지역주의 측근정치로 끼리끼리가 생기고 거기에 끼어들면 만사가 성취되는데 이통에 무슨 정의고 인권 존중이고 따위의 시덥지 않은 생각인들 할건가. 다들 끼리끼리 아는 사이고, 주고받고, 형님 아우하는 사적 그룹의 세상인데 저들끼리 무슨 원칙 규정 감사 검증이 소용 있겠나? 적절히 넘어가면 됐지. 이런 풍조 속에 국가 정의 기강이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인가. 기강 자체가 없는데 기강 해이 하는게 모두 헛소리일 뿐이다. 위정자들의 무지와 편견이 만들어낸 비극 생산국에 우리가 살고 있다. 갈팡질팡 혼란에 절절매는 양상.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자화상이다. 이런 사회 상황에서 세월호 참극은 이미 예고돼 있었던 것이고 우리는 이 점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이와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획기적인 정치개혁을 창출해내야 한다. 재난구조에서 목격하고 있는 바와 같이 현재의 사회풍조, 국가 운영으로는 불상사의 반복일 뿐이다.
정부와 언론은 국민안전 불감증을 탓하지 말라. 국민 스스로가 사고예방에 성실해 질 수 있는 국가존경의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총리사퇴가 문제가 아니다. 그런 미봉책으로 국민의 허탈감을 세척해 내려는 것은 다름 아닌 제2의 사건을 예고하는 것이다. 정직하고 질서 있는 민주적 새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다함께 세월호 침몰 희생자들에게 사죄하며 명복을 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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