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인들이 유색인종에 대한 범죄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의 하나가 아시안에 대한 착취와 차별이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인 인디언을 학살하고 그 땅을 빼앗은 것이나 아프리카 흑인들을 노예로 데려와 짐승처럼 다룬 일, 멕시코 땅을 쳐들어가 점령하고 멕시코 인들을 저임 농장 노동자로 만든 일 등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지난 100여년 간 백인이 아시안을 어떻게 대했는지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아시아인들이 본격적으로 미국에 오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부터다. 이 시기는 두 차례에 걸친 아편 전쟁에다 태평천국의 난까지 겹쳐 중국인들은 할 수만 있다면 외국으로 빠져 나가려 했다. 때마침 서부 개척과 함께 철도와 광산에 값싼 노동력이 필요했던 미국은 중국 노동자를 대거 받아들였다. 거기다 1849년 가주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전 세계 사람들이 캘리포니아로 몰려들었고 중국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금이 비교적 많이 나오던 1850년대 중국인들을 용인하던 분위기는 금이 귀해지면서 박해 쪽으로 바뀌었다. 중국인들에 대한 폭행과 살해가 비일비재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 나온 것이 1882년 제정된 ‘중국인 배척법’(Chinese Exclusion Act)이다. 중국인의 이민을 전면 금지한 이 법은 2차 대전이 일어나 중국이 미국의 우방이 된 1943년에야 폐기됐다. 이 법에 앞서 가주 의회는 1858년 중국인을 비롯한 모든 아시안이 가주에 들어오는 것을 금하는 법을 제정했으나 1862년 위헌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가주는 아예 헌법을 고쳐 주정부에게 개개인의 가주 유입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중국인의 기업과 공무원 취업을 금지했다. 1924년에는 모든 아시안의 이민을 금지하는 연방법이 제정됐고 가주에서는 1948년까지 중국인은 백인과 결혼할 수도 없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1988년 2차 대전 때 일본계 미국인을 강제 수용소에 가둔 것을 사과했지만 연방 의회가 중국인들에 대한 차별을 사과한 것은 불과 2년 전인 2012년이다.
이렇게 온갖 차별과 학대를 받아온 중국인들 보고 소수계 우대 조치라는 이름으로 다시 희생을 강요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올 초 가주 의회에서는 대학 입학 시 인종을 고려하는 것을 금지한 주민 발의안 209를 뒤집으려는 기도가 있었다. 주 의회가 209를 폐기하는 주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테드 리유, 캐롤 리유, 리랜드 이 등 3명의 중국계 의원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들은 “이 안에 우려를 표시하는 수 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우리는 우리 자식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결코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의 반발로 209 폐기 움직임은 일단 사라졌다.
지금도 아시안들은 대학 입학시 흑인이나 라티노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다. 209 덕에 인종은 고려하지 않지만 사회 경제적 지위 등을 감안해 흑인과 라티노에게 우선권을 주기 때문이다. 거기다 인종까지 고려하게 된다면 아시안들의 대학 입학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과거 백인들의 잘못을 그 자녀의 대학 입학을 불허하는 식으로 보상하겠다는 것도 우스운 발상이지만 오히려 박해를 당한 아시안 자녀마저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여러 조사 결과 특혜를 받고 나쁜 성적으로 우수 대학에 들어간 흑인과 라티노는 졸업도 제대로 하지 못할 뿐 아니라 백인들에게 ‘특혜 입학생’으로 몰려 왕따를 당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소수계를 우대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가 억지로 들어간 소수계는 고생만 하다 낙오자가 되고 백인들은 백인들대로 분노하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한인들은 ‘소수계 우대 조치’(affirmative action)라는 이름만 보고 소수계인 한인은 무조건 이를 지지해야 하는 줄 알고 있다. 한인이나 아시안에게 의롭지도, 이롭지도 않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지난 주 연방 대법원은 대학 입학시 인종 고려를 금지한 미시건 주 주민 발의안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대입시 아시안이란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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