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호 (Sports Podiatry 족부과 의사)
족부전문의를 찾는 환자들은 당연히 발과 발목 부위의 치료를 위해 내원하는데 의외로 만성적인 전신(全身)질환이 의심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사실 족부과는 전신질환을 가장 먼저 발견하게 되는 진료과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발과 발목 부위를 촉진하다가 그 부위 혈관을 통해 심혈관계의 이상을 발견하면 심혈관 전문의에게 Referred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환자들은 어떻게 발만 보고 그것을 알 수 있냐며 놀라워하기도 하는데, 족부는 사람의 심장과 눈에서 조금 떨어져 있을 뿐 신체의 일부이므로 당연히 몸의 이상은 족부에서도 나타난다.
흔하지는 않지만 성병도 진료 중에 발견된다. 성병은 사실 인류의 기원과 함께 해온 것으로 21세기에 사는 인류 또한 그 예외일 수 없는 질병이다. 이번 회에는 족부과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성병의 예를 몇 가지 보고자 한다.
족부질환 중 가장 흔하게 환자를 괴롭히는 증상은 뒤꿈치 통증이다. 외상으로 인한 뒤꿈치 통증이 아니라면 대개 족저근막염을 먼저 의심할 수 있다. 족부클리닉 첫 칼럼의 주제이기도 할 정도로 가장 흔한 발 질환인 족저근막염은 아침에 일어나 발을 딛었을 때 찌르르 하는 엄청난 뒤꿈치 통증이 있거나, 걷다가 잠시 쉰 후 다시 발을 떼었을 때 뒤꿈치 통증을 심하게 느낀다면 의심해 볼 수 있는 질환으로, 단순히 발밑의 문제가 아니라 다리 뒤 근육들과 발 밑 근육들의 불균형, 그리고 잘못된 보행 습관 등으로 인한 뒤꿈치 뼈에 붙어있는 근막 염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하지만 그 통증의 기전이 근족저막염이 아닌 반응성 관절염과 연관된 라이터신드롬이라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라이터신드롬의 경우 대개 성 접촉에 의한 전염, 급성 전염성 설사, 식중독 등과 촉발되어 눈과 생식기 및 입 속 염증도 흔히 동반하여 나타난다.
그래서 예로부터 병에 걸리면 "볼 수 없고(눈의 질환), 소변을 볼 수 없고(생식기 이상), 나무에 오를 수 없다(뒤꿈치 통증)"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라이터신드롬의 가장 흔한 발병원인이 되는 박테리아는 성적인 접촉으로 인해 전염되는 클라미디아라는 종이다. 눈과 생식기 및 발뒤꿈치에 이상이 나타나는데, 이 모든 이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한두 가지씩 번갈아가며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우가 있어 환자의 자가진단이 어렵고 의사도 확진을 위해서는 많은 검사가 필요하다.
족부에 피부질환으로 나타나는 성병으로는 매독이 있다. 매독은 1차 2차에 이어 휴지기를 지난 후 3차로 진행되는데 현대에 와서는 3차 매독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없을 만큼 치료가 빠르고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다. 1차 매독은 성 접촉 후 3주 후에 생식기에 궤양이 생기지만 통증이 없고5일만에 저절로 없어지기 때문에 환자들은 병이 나았다고 오해하며 병을 키우게 된다. 2차 매독에서 가장 큰 증상은 손바닥과 발바닥에 생기는 검은 반점들이다. 족부의는 발바닥에서 의심스러운 검은 반점들을 발견하면 손바닥을 확인한 후 환자에게 생식기에 이상이 있었는지를 확인한다.
근래에 매독보다 더 흔하게 접하게 되는 성병은 바로 HIV와 C형 간염이다. HIV나 C형 간염의 경우 항바이러스 치료를 하게 되는데 이런 환자 군에서 발톱에 세로로 가늘고 길게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착색된 병변이 흔히 나타나게 된다. 족부의가 발톱을 진찰하다 이러한 병변을 발견하면 항바이러스 치료에 의한 것인지 우선 확인하고, 아닐 경우에는 흑색종(피부암의 일종)까지 의심될 수 있으므로 생검을 하거나 피부과 전문의에게 referred하게 된다.
할렘을 비롯한 뉴욕 인근 병원에서 진료하면서 족부 뿐 아니라 다른 부위의 질환들도 성병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임상적으로 드물지 않게 경험하였다. 관절염의 경우도 성병으로 인한 발병이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이유로 족부과 의사들이 환자의 개인적인 성관계에 관련된 문진을 하게 되는데 사실 꽤 많은 환자들이 당황해서 대답을 회피하거나 거짓말을 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힘든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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