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 사람이라면 가슴이 찢어지도록 슬픔과 통한을 안겨준 세월호의 참극은 1852년 남아연방의 근해에서 침몰한 영국 해군선 ‘버큰헤드’ 사태와 정반대다.
단원 고등학교 2학년생들 대부분이 선실에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믿고 참혹한 주검으로 몰아지고 있던 중 비겁하게도 먼저 배에서 구출된 것이 선장과 선원들이었다. 버큰헤드가 케이프타운에서 80마일 지점에서 좌초되었을 때 643명의 승객과 승무원들이 다 탈 수 있는 구명정이 턱없이 부족했다. 로버트 살몬드 선장은 “먼저 여자들과 아이들을 태우라”는 명령을 내려 193명이 구명정으로 옮겨지는 중 선장, 선원들과 군인들은 거수경례로 작별인사를 하면서 배와 함께 침몰되어 영국인들의 신사도와 용기를 구현하여 ‘버큰헤드’정신을 청사에 남겼다.
주로 장래가 찬란했을 어린 생명들이 괴로운 최후를 맞아야 했던 세월호의 비극은 정상적인 사회라면 예상되고 예방되었어야 마땅하다는 결론이 한국전체의 장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진다면 과언일까. 아니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해운이 그동안 정부감독기관의 비호(?) 아래 보여 왔던 운영방식의 문제들로 볼 때 이 회사 소속 배들이 여태까지 비슷한 큰 사고 없이 버텨온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그 회사는 승객의 안전에는 관심 없이 돈 버는 데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여객선이었던 세월호의 선장이 1년 계약직으로 월급이 270만원이었다는 것은 선장을 정규직으로 임명하면 그 두 배 내지 세 배 주어야 되는 임금이 아까워서 소유주의 이익 만을 챙킨 소행이다.
선원들의 안전교육비로는 54만원을 주면서 접대비와 광고비로는 3억 이상을 썼다는 데서 사고를 예견할 수 있어야 했다. 내부자의 양심고발도 있었어야 마땅했고 직원수가 3,500명이라는 해양수산부의 감독으로 승무원들의 안전교육 등의 승객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훈련과 준비가 당연히 있었어야 했다. 해수부, 산하단체, 해운업계가 연결된 ‘해수부 마피아’에 관한 증언들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정부기능의 실패를 뛰어넘어 사고발생에의 기여까지 운위되어야할 정도이다.
오죽하면 어떤 논객은 세월호를 인양하여 서울의 정부청사 부근에 영구전시하여 반면교사를 삼아야 될 것이라고 제안하기에 이르렀을까.
그렇더라도 세월호의 비극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청해진 해운의 소유주인 유병언 씨에게 있다고 보아야 된다. 기독교 어느 종파의 목사였다는 유씨는 1987년 종교단체가 관계된 오대양 집단 자살사건으로 수사 받은 일이 있지만 무혐의로 나온 반면 신도들의 헌금을 빼돌린 혐의로는 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단다. 그 후 유씨는 5공 시절 한강 유람선 사업을 하던 세모그룹을 운영하다 1997년에 부도를 낸 후 2000년대에 들어와 청해진 해운을 세워 재산이 몇 천 억대 일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는데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버는 사람치고 범죄에 연루되지 않는 사람은 예외라는 공식이 그에게도 꼭 들어맞을 듯하다. 어느 신문의 사설에서 지적된 것처럼 “유씨 소유 세모그룹이 갖고 있던 인천-제주 독점 운항권은 세모가 부도 난 후 다시 유씨 회사인 청해진 해운으로 넘어갔다. 승인권을 가진 해수부 비호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 유씨는 자기가 찍은 사진으로 만든 달력을 한 개당 500만원에 13개 계열사들에게 팔았다니 개인 축재의 욕망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혀를 내두를 일이다.
유씨와 그의 두 아들들은 혹시라도 한국정부가 유가족들에게 보상금을 지불하고 구상권을 사용하여 몇 천억 대라 추산되는 그들의 재산에 축을 낼까를 겁내서인지 재산 규모가 100억대라고 선수를 치고 있는 모양이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된다는 성경구절을 상기시킨다.
비명 횡사한 어린학생들과 철천지한에 밤낮 오열하는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유씨 일가의 재산이 피해보상으로 전용되는 것을 뛰어넘어 유씨와 청해진해운의 책임자들을 과실치사죄로 가중처벌 할 방법이 발견돼야 할 것이라는 감정은 국민정서일 것이다.
청해진 해운의 비리와 부정을 감싸왔던 정부 관리들이나 해운업계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세월호가 한 시간 반 동안 떠있던 중 하나도 구출하지 못한 정부기관들의 무능과실도 역시 문책되어야 한다.
‘대충대충’ ‘적당주의’로 법치주의를 좀먹는 한국문화의 근본적 변혁이 있기 전에는 세월호의 참극이 반복되는 가능성이 두렵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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