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무인기
▶ 호주·일본·영국 등 허용, 광산 채굴·영화촬영·농사, “값 싸고 안전하다” 인기
한국은 요즘 북한산 무인정찰기 문제로 시끄럽다. 모형 비행기 같은 무선 조정기가 청와대를 비롯해 한국 곳곳으로 마음대로 누비며 돌아다녔다니 그럴 만도 하겠다. 말이 정찰기지 자칫 호전 집단의 테러용으로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무인기는 한국서만 이슈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요즘 무인기 논란이 뜨겁게 가열되고 있다. 무인기를 영화산업부터 농업, 광업 등 각종 산업지원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산업계의 주장과 자칫 항공교통의 안전을 위협하고 사생활 침해 요소가 많으므로 규제해야 한다는 연방 정부이 입장이 팽팽히 맞서 소송까지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이 무인기 사용을 놓고 치고받는 공방을 계속하는 동안 일본 등 여타 국가에서는 무인기가 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
연방 항공청(FAA)은 상업용 무인기의 미국 내 운항을 철저히 금지시키고 있다. FAA는 2012년 버지니아주 홍보용 동영상 제작을 위해 버지니아 주립대학을 무인기 드론으로 항공 촬영한 한 비디오 촬영 전문업체 팀 브랙십의 라파엘 퍼카 CEO에게 1만달러 벌금을 부과했다. FAA의 조치에 불복한 퍼커는 국가운수안전위원회(NTSB)에 부당청구 심의서를 제출했고 지난달 6일 NTSB 행정판사로부터 벌금 취소판결을 얻어냈다.
행정판사는 판결문에서 FAA의 상업용 드론 규제는 정책일 뿐, 강제로 집행하는 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물론 FAA는 항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판결이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드론의 상업화 움직임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됐다.
▲55파운드 이하는 승인
월스트릿 저널은 FAA는 원격 조정이 가능한 모형 비행기의 기능을 다소 향상시켜 만든 소형 드론의 개인적 사용은 승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 400피트 이하의 고도 제한, 무선 조종사의 가시거리 규정과 함께 공항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의 사용은 피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FAA는 상업용 드론의 승인을 꺼리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항공기들이 비행하는 곳이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이클 후에카 FAA 국장도 지난 1월 연방 의회에 출석해 현재 시행되는 드론 허가과정은 장기적이지 못하다고 시인했다. FAA는 2015년 이후에나 전체 규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FAA는 올해 안으로 55파운드 미만의 드론에 대한 승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FAA는 북극 지역에서만 사용되는 2대의 상업용 드론을 승인했다. 지난해 가을 ‘코노코필립스’는 보잉사가 제작한 드론을 사용해 알래스카 인근 척치 해협에서 빙하와 고래 이동에 관한 데이터를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여타 상업용 드론의 사용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면 법 위반여부를 조사해 규제하고 있다.
FAA는 미네소타의 한 맥주회사가 드론을 이용해 얼음 낚시꾼들에게 맥주를 배달할 계획을 밝히자 즉각 회사 측에 재고할 것을 요청했다.
외국은 상용화 단계미국에서는 드론의 사용을 두고 말들이 많지만 호주와 일본, 영국 등은 이미 드론의 상업용 활용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드론은 광산, 건설현장, 필름 등 영상제작과 같은 분야에서 유인기들의 값싸고 효과적인 대체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드론을 연구하는 듀크 대학의 미시 커밍스 교수는 “미국은 세계 드론 생산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상업적 측면에서는 여타 국가들이 훨씬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광산 회사들은 드론에 고화질 카메라를 장착해 광산의 3-D 맵을 만들고 있다. 광산 회사들은 사진 자료를 분석해 광물 생산량을 측정하고 이를 토대로 채굴량을 조절하고 있다. 스위스의 광산에서 드론을 이용해 자갈과 암석 채취를 측정하는 토머스 러치는 “유인기 또는 채굴 전문가를 고용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간단하며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EDF 에너지’사는 ‘틀림블 내비게이션’사가 제작한 드론을 이용해 영국 남서부에 들어설 핵발전소 현장 조사한 이후 다른 프로젝트에도 드론을 사용하기로 했다. 드론은 상공을 나르며 처리해야 할 폐기물의 위치를 그려주고 석면 처리장을 정확히 찾아낼 뿐 아니라 홍수 관리에 필요한 물웅덩이 위치를 계산해 주는 역할도 감당해 냈다.
▲농업·영화촬영 등에 사용
일부 분야에서는 드론이 훨씬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드론은 자동차 추격전 촬영에 동원되기도 하고 제임스 본드와 해리 포터 등 영화의 공중촬영을 도맡아 하기도 한다. 요즘 한국의 각종 드라마나 ‘꽃보다 할배’ 등 해외 촬영에서도 드론이 공중 촬영의 단골 촬영사로 등장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케이트 베딩필드 미국영화협회 대변인은 “해외에서의 촬영에는 드론이 항상 동원되는 촬영도구 중의 하나”라면서 유인 헬리콥터보다 안전하고 저렴하며 기발한 촬영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드론은 농사에도 투입된다.
일본의 야마하는 20년 전부터 이미 농업용 드론을 판매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판매된 야마하의 농업용 드론 헬리콥터는 2,400대로 달한다. 이 드론은 일본 전체 논의 40%에 살충제와 비료를 살포하고 있다.
또 야마하에서 팔려나간 100여대의 드론은 한국에서 밀과 콩, 소나무 재배에 사용되고 있으며 호주에서는 제초에 활용되고 있다. 야마하는 미국 진출을 위해 FAA 승인을 타진 중이다.
샌디에고의 ‘3D 로보틱스’ 제작사의 크리스 앤더슨 CEO는 드론은 토질, 물 사용량, 병충해 번식 등 농작물 데이터를 모으는데 가장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드론 규제의 간소화 필요
많은 국가들이 상업용 드론에 대한 규제를 간소화하고 있다.
호주는 드론 조종사가 제대로 조정할 수 있고 드론이 유엔 항공기구가 정한 기본 규정에 부합되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호주 민간 항공당국자는 정부 승인 드론 조종사 수만도 1년 전 30명에서 70명으로 크게 늘어났으며 10여년 동안 상업용 드론 사용으로 인한 주요 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연방 당국의 드론 규제에도 불구하고 드론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분야가 바로 무인 ‘택배’ 사업이다. 드론을 이용해 물건을 주문자의 집 앞마당까지 배달해 주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 아마존은 ‘프라임 에어’라는 이름의 드론 배송 시스템을 공개했다. 아마존닷컴 홈페이지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출발한 드론이 30분 안에 노란색 통에 상품을 담아 소비자 집까지 배달한다. 현재로서는 10마일 범위 안에서 5파운드 이하의 물건을 배달할 수 있으며 4~5년 내 상용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마존의 이같은 계획이 공개되자 구글은 ‘로봇 택배’를 들고 나왔다.
구글은 수년 전부터 무인 주행 자동차를 개발해 왔다. 이 무인 자동차를 이용해 인공지능 조정장치로 자동차를 움직여 도착지까지 물건을 배달하는 방식이다.
물론 FAA의 승인 등 까다로운 절차가 남아 있지만 최근 무인기와 관련된 행정판사의 판결로 본다면 이같은 드론 배달 시스템이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설 가능성도 높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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