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의 비잔틴 미술전’ 게티 빌라서
▶ 고대 유물~기독교 문화 절정기 작품, 모자이크·성상·벽화 등 167점 소개
십자가상 예수를 그린 15세기 회화. 이번 전시품 중 가장 선명하고 상태가 좋다.
‘하늘과 땅: 그리스의 비잔틴 미술전’(Heaven and Earth: Art of Byzantium from Greek Collections)이 지난 9일 말리부의 게티 빌라에서 개막됐다.
1,000년 넘게 번성한 비잔틴 제국의 풍요로운 문화예술 유산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로, 그리스에서 대여해온 모자이크, 성상, 프레스코 벽화, 필사본, 조각품, 액세서리, 도자, 자수품 등 167점이 소개되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게티가 2011년부터 그리스 정부 및 관련기관들과 함께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온 전시로, 워싱턴 DC의 내셔널 갤러리를 거쳐 LA로 왔으며 오는 8월25일까지 넉달반 동안 일반에 공개된다.
그리스에 산재한 34군데 컬렉션에서 이렇게 중요하고 다양한 비잔틴 유물을 한데 모은 전시는 처음이고, 미서부 지역에서 대규모 비잔틴 미술전이 열리는 것도 처음이며, 많은 작품이 이제껏 한번도 그리스 밖에서 전시된 적이 없는 희귀품들이라고 한다.
이 전시와 관련해 브렌트우드의 게티 센터에서도 ‘하늘과 땅: 비잔틴 채색필사본’(Heaven and Earth: Byzantine Illumination at the Cultural Crossroads) 전이 함께 열리고 있다. 여기에는 그리스에서 대여해온 6개의 희귀하고 아름다운 채색필사본이 게티 소장 매뉴스크립트들과 함께 전시된다.
전시는 비잔틴 초기의 고대 유물로부터 기독교 문화가 만개한 절정기 제국의 미술품까지 5개 주제로 나뉘어 미술품을 선보인다. 4~6세기 초기에는 로마제국 후기의 이교 신앙이 잔재해 있어 그리스 로마 신화에 성경이 접목되기도 하는 등 토속신앙과 공존하며 기독교 문화가 서서히 형성돼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프로디테(비너스) 여신의 이마에 십자가가 새겨진 두상도 볼 수 있는데, 완벽한 조형미를 가진 여신상 자체가 대단히 아름답다.
4세기 말에 기독교가 국교로 제정되자 교회 건축이 시작됐으며 성당의 벽은 반짝이는 모자이크와 성가족을 그린 프레스코 벽화로 장식했고, 성상(icon)들이 교회나 일반가정에서 신앙의 대상이자 액세서리처럼 유행하게 된다. 오늘날 아이콘이 비잔틴 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것도 성상이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사용된 데서 기인한다.
이 전시에서는 다양한 형태와 용도, 미술품에 남겨진 아이콘들을 볼 수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사용했던 장신구와 그릇들을 비롯해 정교한 주얼리들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의 마지막 섹션에서는 제국의 멸망 후 비잔틴 문화가 이웃한 나라들과 서유럽, 동방으로 퍼져나간 영향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소개된다.
■ 비잔틴 제국은
-그리스에 꽃피운 동로마제국의‘천년 왕국’
비잔틴 제국은 서기 330년 로마의 콘스탄틴 황제가 수도를 그리스의 고대도시 비잔티움으로 옮기면서 탄생한 제국이다. 이 도시는 후에 황제의 이름을 따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로 개명됐으며, 비잔틴이란 단어는 이 제국의 역사와 문화를 통틀어 이야기할 때 사용된다.
동로마제국이라고도 불리는 비잔틴은 로마의 뒤를 이은 제국으로서,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후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기독교 신앙과 그리스 문화가 혼재된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 1453년 오스만 터키의 침공으로 멸망할 때까지 무려 1,123년 동안 중세 유럽에서 안정을 유지한 막강한 전제군주제 국가였고, 한때 구 로마제국의 고토를 거의 되찾아 광활한 지중해 세계를 통일, 중심지 역할을 했다. 특히 수도 콘스탄티노플은 아시아와 유럽, 흑해, 에게해의 무역로에 자리 잡고 있어 수세기 동안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다.
비잔틴 제국은 고대 그리스의 유산을 이어온 것을 자랑스러워했고 학교에서 성경과 호머의 일리어드를 함께 가르치는 등 그리스의 문화와 교육, 예술이 오랫동안 지배했다. 언어는 라틴어와 그리스어가 사용됐고 독특한 비잔티움 양식의 건축, 회화를 비롯한 여러 예술을 남겼으며 훗날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르네상스 예술에 큰 영향을 주었다.
- 전시정보
◆‘하늘과 땅: 그리스의 비잔틴 미술전’(Heaven and Earth: Art of Byzantium from Greek Collections):4월9일~8월25일: Getty Villa, 17985 Pacifc Coast Hwy, Pacific Palisades. 화요일 휴관. 입장료는 무료이나 티켓을 예약해야 한다. (310)440-7300
◆‘하늘과 땅: 비잔틴 채색필사본’(Heaven and Earth: Byzantine Illumination at the Cultural Crossroads): 3월25일~6월22일: Getty Center 1200 Getty Drive, LA. 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무료이며 예약이 필요없다. (310)440-7300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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