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란서 항공 최신형 에어버스380은 무려 536명이나 되는 승객을 태우고 나르는 하늘의 호텔이며 거대한 호화 궁전이다.1층과 2층 두 개의 램프를 통해야만 보딩이 가능한 이 육중한 비행기는 뉴욕을 떠나 8시간 만에 불란서 드골 공항에 도착했고, 환승을 위해 5시간을 대기한 후 다시 6시간을 비행한 뒤에야 최종 목적지 아라비아 반도 최남단에 있는 아랍 에미리트 연합국의 상공을 선회할 수 있었다.
하늘 에서 내려다보이는 말썽꾸러기 이란과 아랍 에미리트 사이에 있는 비좁은 호르무즈 해협의 검푸른 바다 위에는 국제적 분쟁의 불씨를 숨긴 긴장 속에서 전 세계로 오고 가는 수백 척의 유조선이 줄지어 떠있는 것이 장관이었다. 뉴욕과 9시간의 시차를 두고 뉴욕을 떠난 지 20시간 만에 이 나라 제일의 도시 두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문이 열리자마자 불길 보다 더 뜨거운 누런 사막의 열기가 엄습해 왔다.이 나라는 불모의 사막 속에서 갑자기 품어 나온 석유 때문에 왕 대박을 터트린 갑부 나라이다. 넘쳐 나는 돈을 주체할 수가 없는 이들은 세계 최고, 그리고 세계 최신식만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막과 바다에 엄청난 돈을 쓰레기처럼 쏟아 부어 근대 역사상 최 단시간에 이름도 생소한 수직 도시(Vertical City)와 최첨단 국가를 창조 해 놓았다.
두바이의 건축법은 눈길을 끌 수 있는 톡톡 튀는 건축물은 무엇이든 건축이 허용이 된다.낯선 이방인 같은 최첨단 건물, 그들의 토착 문화와는 전혀 격이 다른 상상을 초월한 새로운 문명, 이제는 이것들이 그들 생활 속에 중요한 부분으로 중독되어 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새것인 이곳에서는 오래 된 것 일수록 천대를 받고, 오히려 골동품처럼 낡은 것은 찬밥 신세인 것이 우리의 상식과는 아주 대조적인 나라였다.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택시 속에서 처음 만난 택시기사는 정통 아라비아식 하얀 의상을 입은 매우 무뚝뚝한 여자기사였다. 그녀는 직업과 달리 도도한 태도로 손님을 대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녀가 콧대 높은 원주민 토후족이기 때문이란다.
돈이 넘쳐나서 부족함이 없는 이 나라는 자연 범죄가 적어서 인지 그들은 이곳을 자칭 천국이라 부르고 있었고, 알라의 선택을 받은 축복된 민족이라 자랑하는 것이 유태인처럼 자만심 많은 민족으로 변질 되어 있었다. 하루에 5번씩 스피커를 통해 피를 토하듯 절규하는 메카를 향한 기도의 굉음은 내가 정통 무슬림 국가에 와 있음을 깨 닳게 해 주었고, 또한 빳빳하게 풀을 먹인 하얀색 1자형 아라비안 의상을 입은 이들이 내 곁을 지날 때 마다 나는 역시 먼 나라에서 온 이방인처럼 주눅이 들었다.
세계에서 제일 큰 에미리트 쇼핑센터는 두바이 중심에서 남서쪽으로 15분 거리에 있다. 열대 사막 속에 리프트 시설까지 잘 갖춘 실내 스키장이 건물 중앙에 있고 웅장한 수족관이 3층까지 연결 되어 설치되어 있을 정도이니 그 크기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황무지 위에 세워진 거대한 쇼핑 왕국이며, 그 시설의 크기와 상품의 다양성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움직이는 사막의 오아시스라 부르면 딱 맞는 건축물이다. 이 나라의 수도, 아부다비에는 아랍 에미리트 국왕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었으며, 30대 재벌이 다 이 나라 왕족들이 차지하고 있는 왕정의 나라이다.
동생이 부통령이 되어 이곳 두바이를 통치 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무모한 투자의 역풍과 석유 가격의 폭락으로 지금은 아부다비의 원조로 겨우 파산을 모면하고 있는 빈부 차가 심한 안타까운 신세의 두바이로 전락 되고 있었다. 그래도 원주민 아랍인들은 정부가 제공한 무료 주택, 세금, 병원비, 보험료가 전혀 없고, 가솔린조차 헐값이라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이 귀족처럼 잘 살고 있었다.
이곳의 한 여름기후는 평균 화씨 110도로 한여름에는 시가지에서 감히 사람과 차량의 통행을 찾아 볼 수가 없는 유령의 도시가 되곤 한다. 수많은 고급 호텔들이 있지만 여름철엔 무더위 때문에 관광객이 찾아오지 않아 호텔 객실은 거의 텅텅 비어 있고 숙박료는 지금의 반도 안 된단다.두바이 인구 210만 명중 50만 명 정도가 토후족 시민권자이다.
외국인 영주권자는 매 2년마다 의무적으로 영주권을 갱신을 해야 하며, 그나마 살다가 60세가 넘으면 영주권이 박탈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만 한다.그래서 빌딩도 젊고, 사람들도 젊고, 자연 돌덩이와 나무들도 젊어 보이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또한 회교 국가라 여유 있는 사람들은 4명의 부인들을 거닐고 살 수가 있는 남성 제일의 봉건적인 나라이다.이 나라에서는 땅 은 사고 팔 수가 없다.
언제나 토지는 국유지로 유지되며 오직 임대에 의해서만 소유권이 매매된다.아라비안 바닷물은 맑은 청록색 에메랄드빛이다. 캐리비안 바다 색깔 보다 더욱 짙은 것이 인상적이다. 그 빛에 반사 되어 반짝이는 빌딩숲은 희한한 불꽃놀이를 보는 듯 했다.빌딩 건축 설계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은 한번은 꼭 와 봐야 할 곳 같다. 싱가포르 시내 건축양식도 별다르다고 해서 흥미 있게 보았는데, 이곳에서는 장난감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그 자태가 다양하고 멋지다.
그러나 항상 사막에서 불어 닥치는 황사, 누런 모래 바람 때문에 시내는 뿌연 먼지로 싸여 있어서 사진 촬영을 선명하게 할 수 없는 것이 유감이었다. 공기가 그만큼 탁한 것이 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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