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내년도 예산과 관련한 한 타운홀 미팅에서 있었던 일이다. 카운티 정부와 교육청 재정 담당자들이 예산안을 설명하고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미팅이 열린 지역의 카운티 수퍼바이저와 교육위원 몇 명도 모임에 참석했다. 예산심의 기간동안 가능하면 많은 주민들로부터 예산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그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 주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모임에 참석하다 보면 각양각색의 주민들을 만나게 된다. 또한 엉뚱한 질문이나 의견을 접하기도 한다.
이 날 미팅의 끝 무렵이었다. 노인 한 분이 손을 들더니 교육위원들을 찾았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미국의 연방하원의원이 왜 435명인지 아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교육위원들이 대답을 못 하자 모임 참석자들 가운데 혹시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주위를 둘러 보는 것이었다. 그래도 없는 듯 하자 바로 그게 문제라며 왜 435명인지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느냐고 따지는 것이었다. 당장 교과과정을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에 대해 반박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당일 미팅의 주제는 내년도 예산이기에 초점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참았다. 대신 그 분에게 내 명함을 건네주었다. 그에 대한 의견을 이메일로 보내 주면 교과과정 담당자로 하여금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고 얘기해 분위기를 수습했다. 그랬더니 다음 날 3장을 빡빡하게 채운 편지가 날아왔다. 그런데 그 날 이 노인에 이어 또 다른 한 사람이 예산안 브리핑에 대해 한 평가가 나를 놀라게 했다.
이 분도 나이가 약 60대 중반 정도 들어 보였다. 30년 이상 정부에서 관련 일을 담당해 왔기에 자칭 ‘전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산안 브리핑에 대해 카운티 정부 담당자에게는 “C” 그리고 교육청 담당자에게는 “C 마이너스“ 점수 밖에 줄 수 없다고 했다. 담당자들에게 상당히 불쾌할 수 있는 평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지적 가운데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우선 브리핑에서 막대 그래프를 사용할 때 시작을 “0”에서 부터 하지 않고 중간에서 시작해 여러 해 통계 숫자를 비교하는 것은 눈을 현혹시키는 수법이라고 했다. 그런 그래프를 준비한 실무자들은 당장 통계학의 기본부터 배워야 할 것이라고 호령했다. 이 지적은 이 브리핑이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학술 발표회가 아니고 평범한 주민들의 예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함이었음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못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후의 두 가지 다른 평은 수긍할 만 했다. 그 중 하나는 주민을 상대로 설명을 할 때 전문 용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조적 재정부족’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여기서 ‘구조적’은 처음 듣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약자 사용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일반 주민들과의 모임에서는 극히 소수만 알 수 있는 약자 사용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브리핑은 브리핑 대상자 입장에 서서 그 들의 수준에 맞추어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극히 당연하나 따르기 쉽지 않은 지적이었다.
교육위원으로 주민들을 만나다 보면 이 지역에 우수한 전문가들이 많이 살고 있음을 발견한다. 연방 정부가 가까이 있기에 고학력 주민 비율도 높고 각종 분야에 실제로 전문가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특히 교육 부분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주민 자신들도 과거에 모두 교육을 받아 보았을 뿐 아니라 그 중 상당수가 교육에서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에 나름대로 교육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는 듯하다. 더우기 자녀들을 교육시켜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더욱 그러하다. 또한 그러한 일가견이 신념으로 발전하기도 하며 열정과 합세할 때 교과과정이나 교육정책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도 유발한다.
그런 열정과 신념의 소유자들과 교육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 보면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사람들이 제법 많음을 발견하는데 이것은 내가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는데 때로는 힘든 도전으로 다가 오는 부분이다. 그래서 항상 공부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스스로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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