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주필)
이제 본격적으로 대자연에 물이 오르고 봄꽃이 만개하는 4월이다. 시 ‘황무지’로 금세기 최고의 문제를 불러일으킨 미국 태생 시인 T.S. 엘리엇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왔건만 세상은 온통 어두운 소식들로 가득하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의 세력다툼도 문제지만 한반도의 긴장감을 조성시키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예고와 대남 해상 포 발사는 우리들의 마음을 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경제적 현실이 여전히 풀리지 않아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냉각돼 있다.
이 잔인한 4월을 어떻게 하면 훈훈하게 보낼 수 있을까. 희망의 씨를 뿌려 기쁨과 행복, 감사의 분위기로 전환한다면 아무리 버거운 상황이라도 그다지 힘들지 않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의 씨앗은 마치 민들레 홀씨처럼 바람을 타고 사방팔방 번져나가 우리의 마음과 함께 주변의 분위기도 밝고 환하게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100대 대학중 하나인 상하이 푸단대학의 잘 나가던 여교수 위지안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는 잔인한 달 4월을 맞는 우리들의 마음을 다소 푸근하게 해준다. 위지안은 안타깝게도 결혼후 임신중 불치의 암 선고를 받고 지난해 4월, 33세 젊은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죽기 전에 그녀는 태어날 아기를 위해 좋은 가르침을 글로 남겼다.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였다. “우리는 뭔가를 잡기 위해 아주 먼 곳까지 전속력으로 달려가야만 한다고 믿지만 사실 곁에 있는 사람의 손이라도 한 번 더 잡아보는 게 훨씬 값진 일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녀가 애잔하게 남긴 이 글은 어려움을 겪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아울러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어떤 이는 위로를 받았고 어떤 이는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 갖게 됐으며 또 어떤 이는 인생의 멋진 꿈을 꾸게 되었다고 한다. 희망의 작은 씨앗 하나가 이처럼 결코 적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세계적 경영사상가로 유명한 영국 태생 말콤 글래드웰이 내놓은 여러 영향력있는 책 가운데 하나가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다. 티핑포인트는 어느 순간 눈덩이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눈덩이가 커지면 어느 순간 눈사태가 일어나게 된다. 하나의 작은 흐름이 지속되면 어느 순간 변화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대세를 이루어낸다. 위지안의 글을 읽고 사람들이 행복해 하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며 아름다운 꿈을 심게 된 것도 이런 현상 중에 하나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961년 기상관측을 하다가 생각해낸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와도 같은 의미다. 즉 로렌츠의 가상처럼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다음 달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 있는 현상이다. 초기에는 비록 ‘작은 변화’였지만 어느 순간에는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수 있음이다.
오늘날 세계가 하나 되어 돌아가는 시대에 티핑포인트나 나비효과와 같은 단어는 세상을 바꾸고 움직이는 강한 힘의 상징이다. 디지털혁명에 의해 정보의 흐름이 가일층 빨라지면서 지구촌 한 구석의 미세한 변화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돼 일시에 공유하게 되는 것과 같다.
위지안이 남긴 글 ‘오늘 살아갈 이유’중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어떤 씨앗은 내가 심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뒤에도 밤새 자라는 나무처럼 쑥쑥 자라나 어느 순간 커다란 나무가 되기도 한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시간이 지난 후 보면 큰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말한다.
작은 것이라도 누군가가 희망의 씨앗을 심어준다면 우리는 이 잔인한 달 4월을 한결 마음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 주변에 미소가 넘치고 배려가 넘침으로써 우리 마음에 즐거움과 행복, 감사와 감동이 넘치고 우리 사회를 밝아지게 하는 그런 씨앗 말이다. “너에게 희망을 주는 씨앗이 되고 싶다” 이런 간절한 바람이 우리 사회에 봄바람을 타고 곳곳에 퍼져나가 희망의 꽃을 활짝 피우는 그런 4월이 됐으면 좋겠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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