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봄은 아름답다. 연하디 연한 연두 빛 새순이 나무마다 솟아나고 매화와 벚꽃, 진달래, 개나리, 산수유가 온 산하와 거리를 뒤덮는다. 세계 어디서도 아마 이런 경치를 구경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난 수년간 한국의 봄은 온갖 괴담과 집단발작의 계절이기도 했다. 그 원조는 2008년 5월 미국 쇠고기 수입 허용으로 촉발된 광우병 난동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인터넷은 “한국 사람은 광우병에 잘 걸리는 유전자를 가졌다” “미국 한인들도 미국 쇠고기는 안 먹는다” 등등 아무 근거 없는 괴담이 급속도로 퍼졌다.
이에 자극받은 여중생과 주부 등 수십만 시민이 서울 시내 광장으로 몰려 나와 울며불며 “명박아, 미친 쇠고기 너나 먹어라”를 외쳤다. 좌파 언론은 철없는 이런 여중생들을 마치 잔 다르크나 되는냥 추켜세우며 연일 시위를 부채질 했다.
그 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한국은 광우병 천지가 될 것처럼 난리를 쳤던 대중 선동가들 가운데 자기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를 한 사람은 물론 없다.
2년전 3월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놓고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FTA가 발효되면 한국은 망하고 농민들은 거지가 된다”는 것이 진리인양 떠벌여지고 이를 체결한 한국 관리들은 “제2의 이완용”이 됐으며 한미 FTA는 “망국적 매국 조약”으로 불렸다. 그 후 2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매년 늘어 이제는 미국 쪽에서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FTA 괴담을 쏟아 붓던 인사들은 요즘 매우 조용하다.
4년전 3월에는 천안함이 괴담의 표적이 됐다. 큰 충격으로 선원들이 구명보트를 탈 새도 없이 배가 가라앉은 사건을 두고 배가 오래 돼 강철이 피로해 갈라졌다는 설, 바다 한 가운데서 암초를 들이받아 그렇게 됐다는 설, 미국이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해 어뢰를 쐈다는 설까지 나왔다.
기적적으로 사고 지점에서 기호 1번이라고 적힌 북한제 어뢰 발사체가 발견됐는데도 괴담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북한 공격설과 정부 발표를 믿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눈꽂만한 꼬투리까지 찾아내 어뢰 공격을 부인하려 했다. 심지어는 어뢰 발사체가 한국 정부의 조작이란 주장까지 나왔다.
북한 어뢰 발사체 조작설은 차라리 솔직하다. 발사체가 나온 이상 가능성은 두 가지 뿐이다. 북한이 어뢰를 쐈거나 한국 정부가 증거를 조작했거나 하나를 택해야 한다. 북한이 어뢰를 쏘지도 않았고 정부가 증거를 조작하지도 않았는데 어뢰 발사체가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건 초기 갑론을박이 한창이던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 공격으로 기울어진 것은 2012년 대선 때부터다.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그 때까지 쓰던 “침몰” 대신 “폭침”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이제는 종북 정당으로 해산 위기를 맞고 있는 통합진보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당이 폭침에 토를 달지 않고 있다. 국민의 80%가 북한의 어뢰 공격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은 천안함을 타고 국토를 수호하던 46명의 용사가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사망한지 4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국립 현충원에서 열린 추모식에 통진당 대표가 들어오려다 유족의 반대로 돌아갔다 한다. 통진당은 천안함 폭침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밝혀달라는 유족의 요청을 끝내 거부했다.
한 때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광우병과 천안함, FTA는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대중 선동가들이 폈던 주장이 시간이 가며 허위임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온 국민을 잠시 속일 수는 있다. 몇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온 국민을 영원히 속이지는 못한다.” 에이브러험 링컨의 말이 떠오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