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모기지의 37%로 껑충 우려 목소리 커져
▶ 대부분 ‘이자 온리’ 집값 떨어지면 차압사태 “도박”, 은행들 “융자액 큰 점보 모기지 많아 과거와 달라”
변동금리 모기지(ARM·Adjustable-rate mortgage)의 추이
주택시장 붕괴의 원인으로 꼽혔던 변동금리 모기지가 다시 부활하면서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 붕괴를 초래했던 원흉 중 하나로 지목되는 ‘변동금리 모기지’(Adjustable-Rate Mortgage·ARM)가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요즘은 예전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ARM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이자율이 껑충 뛰어 오르는 모기지를 말한다. 어떤 ARM은 고정 이자율을 적용하는 모기지보다 월 페이먼트가 훨씬 싸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들은 장기간 고정 이자율이 적용되는 고정 모기지보다 일정기간 낮은 페이먼트를 내는 ARM을 선호하고 있고 또 융자회사들도 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2008년 부동산 시장 붕괴 이전에는 융자회사나 모기지 브로커들은 소비자들에게 수년간 낮은 이자율이 적용되는 ARM을 적극 권장해 부동산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하지만 ARM은 일정기간이 끝나면 이자율이 크게 뛰어 오르는 단점이 있다. 당시에는 부동산 시장의 붐이 최고조에 달해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상승했다. 따라서 ARM으로 주택을 구입한 후 집값이 오르면 되팔아 차액을 챙기려는 투자자들에게는 최고의 인기 상품이었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냉각돼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낮은 이자율이 적용되는 기간이 끝나면서 이자율이 올라가 ARM으로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은 페이먼트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차압을 당하는 사태가 속출, 주택시장 몰락을 더욱 가속화 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융자회사들은 그러나 지금은 당시의 상황과는 다르다며 일반의 우려를 기우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요즘은 모기지가 큰 ‘점보’ 모기지를 이용하는 크레딧이 좋은 고객들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주택 구입 능력을 극대화시키려는 일명 ‘서브프라임’ 소비자들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31%가 ARM
모기지 데이터 서비스 회사인 ‘블랙 나이트 파이낸셜 서비스’가 월스트릿 저널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4·4분기 41만7,001~100만달러 모기지의 31%가 ARM이었다. 이는 전년동기 22%보다 늘어난 수치로 2008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비율이었다. 또 100만달러 이상의 모기지는 61%가 ARM이었고 이 또한 전년 동기의 56%보다 증가했다.
시티그룹의 ‘시티 프라이빗 뱅크’ 북미 투자재정담당 마이크 맥파틀랜드 사장은 “ARM이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RM은 소비자와 은행 모두 일종의 투기나 마찬가지다.
은행은 처음 일정기간이 끝나면 이자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처음 낮은 이자율로 인한 수입 감소를 충분히 상쇄시키고도 남을 것이다. 또 소비자 입장에서도 처음 몇 년간은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페이먼트를 크게 절약할 수 있고 이자율이 올라가기 전에 집을 팔아버리고 차액을 챙기면 된다.
지난달 LA의 김모씨는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 4.87%를 ARM로 재융자했다. 첫 5년간은 2.875%의 낮은 이자율이 적용되고 이자율은 매 5년마다 바뀐다.
현재 엔지니어로 일하는 김씨(59)와 그의 부인은 10년 후 집을 팔 생각이어서 한 번 정도 이자율이 재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씨는 “ARM은 언제나 도박이지만 최고의 절충안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융자회사들 “규정 대폭 강화”
ARM은 주택시장을 붕괴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지만 이를 판매하는 융자은행이나 브로커들은 이번 만은 다르다고 말한다.
융자회사들은 이번에는 융자조건을 강화해 조건에 맞는 상위그룹에만 융자해 주고 있다면서 그런 상위그룹들이 요즘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크레딧 유니언과 같이 일부 작은 융자회사들은 은퇴자와 최저 이자율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ARM을 제공하고 있다. 또 10년동안 원금 없이 이자만 내는 ARM을 다시 제공하는 은행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 이자만 내는 융자는 과거 시장 붕괴 때 서브프라임 소비자들을 양성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시티그룹은 지난해 특별 고객관리팀을 통해 이자만 내는 모기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이 모기지는 원금과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우수 크레딧 소유자들에게만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거 주택 버블현상 때 이자만 내는 융자를 받았다가 주택시장 붕괴로 수많은 사람들을 차압으로 내몰았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시티 프라이빗 뱅크’는 ARM 중에서 절반이 이자만 내는 모기지라고 밝혔고 ‘뱅크 오브 뉴욕 멜론사’의 주요 고객 관리그룹 역시 ARM를 받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이자만 내는 모기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모기지 융자건수는 지난해 이자율이 오르면서 줄어들기 시작했다.
브로커 회사인 ‘스턴, 애기 & 리치’사의 토드 해거맨 분석 전문가는 “이자율이 오르면서 재융자가 줄고 이에 따라 변동 이자 모기지가 부활하는 것은 자연적인 사이클”이라고 말했다. 많은 모기지 은행들은 ARM 모기지를 패니매나 프레디맥과 같은 연방 정부 보증회사들에게 되팔아 넘기기보다는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향이 많아졌다. 이는 일정기간이 끝나면 이자율이 오르게 되고, 이자율이 오르면 수입도 자연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모기지 업계 소식지인 ‘인사이드 모기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2013년 4·4분기 중 ARM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모기지의 37.1%였다. 이는 지난해 35.8%, 2년 전 31.9%보다 늘어났고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ARM 평균 크레딧 점수 762점
7년만에 다시 부활하는 ARM이 그러나 좋은 소식은 아니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페이먼트가 늘어나면서 결국 집을 포기하거나 깡통 주택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기지뱅커 협회에 따르면 2009~2011 매분기마다 서브프라임 ARM 모기지의 차압 비율이 22~25%였다.
서브프라임이란 일반적으로 크레딧 점수가 620점 이하의 소비자를 말한다.
은행들이 과거 이들 서브프라임 고객들을 포함해 대출 기준을 낮춰주고 위험성이 큰 ARM을 판매하게 되면서 주택시장 붕괴를 초래했다. 2008년 초기 미국 경기가 주저앉았을 때 ARM을 가진 많은 주택 소유주들이 주택 가치 폭락에 이어 페이먼트까지 올라가면서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요즘은 평균 ARM 소비자들의 프로파일이 크게 바뀌었다. 2013년 4·4분기 ARM 소비자들의 평균 크레딧 점수는 762점에 달했다. 이는 2006년 693점보다 크게 강화된 점수다.
모기지연구회사 ‘SMR 리서치’의 스튜어트 펠드스타인 소장은 은행들은 “충분한 자격이 있는 소비자들에게 ARM을 제공하고 있어 위험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월페이먼트가 매우 낮아 융자금 밸런스가 오히려 증가하는 일명 옵션 ARM과 같은 위험성이 높은 융자는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
모기지 전문 정보 웹사이트인 ‘HSH.com의 지난주 기준으로 한 점보 ARM의 이자율은 2.91%로 30년 고정 점보 이자율보다 1.5%포인트 낮았다. 이같은 이자율 차이는 지난 11월 이후 가장 큰 폭이었고 2003년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ARM의 이자율은 첫 고정 이자율 이후 최고 6%포인트까지 올라갈 수 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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