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브라이언 김 경영칼럼
▶ 터보에어 그룹 회장
“전하, 지금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전선이 남아 있사오니 죽을 각오로 싸운다면 적을 물리칠 희망이 있사옵니다. 임진년 이래로 적이 감히 충청, 전라로 직접 돌격하지 못한 것은 우리 수군이 그 길을 막았기 때문이었나이다. 지금 만일 수군을 폐한다면 적은 곧 이를 기회로 서해를 통과 한강(도성)에 이를 것이니, 이는 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바입니다. 비록 전선의 수가 적으나, 미천한 신이 살아있는 한 적은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옵니다”
육군 장수인 원균이 지휘한 조선 수군은 칠천량 해전에서 적의 기습 공격으로 2만 병사의 대부분과 우리의 자랑이었던 거북선 3척을 포함한 90% 이상의 함선을 잃었다. 한 번의 패배로 수군은 재기 불능 상태에 빠졌으며 원균도 후퇴중 적에게 살해됐다. 다급해진 조정에서 이순신 장군을 3도수군 통제사로 재임명은 하였지만, 남아있는 전력으론 바다에서 적을 막기엔 불가능 하다고 판단한 선조는 바다를 포기하고 육지에서 방어할 것을 명령한다.
이에 장군께서 목숨을 걸고 바다에서 싸울 수 있도록 해달라는 장계를 올린 것이다.
지금처럼 첨단 무기를 갖춘 전투함도 아니고, 화력이라야 고작 배의 일부를 파손시키는 수준의 대포와 사람이 노를 젓는 추진력에 의존한 당시 전투선은 그야말로 숫자가 절대 전력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12척의 함선으로 500여척의 적들을 상대로 싸운다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지금처럼 변화가 빠른 시대에 크던 작던 완벽한 조건을 갖춘 회사는 없겠지만, 오늘의 여건은 규모가 작은 사업일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이 분명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무겁게 짓누르는 노동법과 날로 까다로워지는 규제들, 거기에 더해 지속적으로 오르는 보험을 비롯한 각종 비용 증가는 경영자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지난 5년간 미국 내 3만개가 넘는 식당들이 문을 닫았음이 이를 증명하며, 이것은 결코 식당업계에만 국한된 상황은 아닐 것이다.
이와같이 부정적으로 보이는 작금의 상황도 필자의 개인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변화의 시기는 매우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란 생각이 든다. 성공한 회사와 실패한 기업들의 사례를 조사해 보면, 변화의 시기에 기회를 포착해 성공 했거나 실기해 실패한 역사라 할 수 있다.
1차 산업혁명 때는 대지주들을 제치고 생산업자들이 신흥 부르주아 계급을 형성하여 영국 정치 개혁에도 큰 힘을 발휘했으며, 2차 산업 혁명 시기에는 철도와 증기 기관선을 이용한 운송업에 진출한 기업가들이 당대 최고 부호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한번 실패가 영원한 실패가 아니듯이 성공도 영원히 지속되진 않는다. 속도의 시대로 변환되는 60년대 초까지 철도 회사들은 항공업을 무시했으며, 진공관 시대의 강자인 제니스와 RCA는 트랜지스터를 들고 나온 소니를 과소평가 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당시 철도가 가지고 있던 막대한 자금을 이용해 항공업에 진출했었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미국의 전자업계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제품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면, 소니가 1년만 빨리 아날로그 방식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디지털 기술을 적용 했었더라면…”하는 막연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절호의 기회를 날려 버린 것일까?대부분 기업은 업계 선두가 되면 변화를 바라지 않게 된다. 그리고 과거 성공방식을 금과옥조로 삼는 경향이 강하여, 이에 반하는 행동이나 결정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사례에서 보듯 크다고 모두 강하거나 완전한 조건을 갖춘 것은 결코 아니다. 지금 비록 어렵더라도 절대로 꿈을 버리지 말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사람에겐 오히려 불리한 여건이 성공의 발판이 된다는 굳건한 희망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지리적 여건 때문에 셀 수도 없이 많은 외침을 받으면서, 때로는 머리도 조아리고, 적에게 무릎을 꿇는 수모도 당했지만 결코 우리 민족의 혼은 잃지 않았다.
여건으로 본다면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드는 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가진 것이 없었어도 여건을 탓하지 않았고, 포기할 줄 모르는 도전과 개척 정신으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이다.
이는 결코 우연한 결과가 아니며 강인하고 유능한 유전자의 승리다. 우리의 잠재력에 비해 주류 사회에서 성공한 한인 기업이 아직은 많지 않아 아쉽다. 큰물에 고기도 많은 법, 여건이 어렵고 힘들수록 주류 시장으로 진출을 적극 권장 한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선이 남아 있습니다” 장군의 절규가 나를 자리에서 벌떡 일으켜 세운다. 앞으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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