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가 한 달이 넘어 계속 되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우고 차베스가 통치하던 나라 베네수엘라에서 전해지는 소식이다. 지구촌의 그 반대편에 있는 나라 터키. 시위에 나선 15세 소년이 숨졌다. 이와 함께 부패 정권을 향한 분노의 불길은 맹렬히 번져가고 있다.
‘자칫 전면적인 동서대결의 상황으로 확산될지도 모른다’-. 유혈시위 끝에 부패에 찌든 정권은 마침내 무너졌다. 그 후 우크라이나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그러나 그 보다 더 큰 위험은 중국에서 올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지적으로 중국의 경제가 어딘가 심상치 않다는 거다.
몇 년 전만 해도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세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 신흥시장(Emerging Market)으로 분류되는 나라들에서 매일같이 전해지는 뉴스들이다.
하나같이 몸살을 앓고 있다. 아니, 소용돌이에 휩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라질도, 아르헨티나도, 베네수엘라도, 터키도, 우크라이나도, 또 중국도. 경제성장의 모멘텀을 상실했다. 거기에 겹쳐 반정부 시위 등 정치적 격랑이 휘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그 격랑은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인지 모른다. 오는 2015년의 기상도는 더욱 험악하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메릴 린치가 공동으로 내놓은 보고서의 전망이다. 무엇을 근거로 한 전망인가.
중세의 포르투갈 내전(1384년), 영국의 혁명(1642~51), 스페인의 라틴 아메리카 정복과 약탈, 프랑스 대혁명(1789년), 그리고 1920년대 독일에서의 나치즘 대두. 거기다가 중국의 태평천국의 난, 이란의 호메이니 회교 혁명.
세계사적 대사건들이다. 이 사건을 가능하게 했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하나의 용어로 집약된다. ‘kuang gun’(광곤 光棍)이란 말이다.
그 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때는 명나라시절이다. 특별히 유맹을 지칭한 용어로 협잡질이나 하는 불량배를 의미했다. 이 중국식 호칭은 오늘날 젊은 남성인구 과잉의 인구동향을 가리킬 때 중요 용어로 사용된다.
‘신흥시장’으로 불리는 국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한 가지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젊은 남성인구가 넘쳐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 거대한 ‘분노의 세대’등장은 경제성장 모멘텀 상실과 맞물려 곳곳에서 불안정성의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젊은 남성인구의 과잉현상, 이는 전쟁이나 혁명, 또는 거대한 사회적 대변동 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15~29세의 남성 연령층이다. 그 연령의 남성인구가 초과잉상태를 보인다. 그런데 장래는 암담하다. 이들을 흡수할 충분한 직장이 없다. 사회적 안전판도 없다. 소득의 불균형, 스태그플레이션 등의 문제는 ‘사회적 패배자’가 된 이 젊은이들의 분노를 자극, 거대한 소용돌이를 몰고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결혼도 못하는 젊은 남성들- ‘광곤’으로 분류되는 그런 젊은이들이 많을 경우 그 사회는 재난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관련해 특히 우려의 시선이 몰리고 있는 곳은 아시아, 그 중에서도 중국과 인도 두 나라다. 남아선호 전통에 따라 태아가 여아면 낙태를 시킨다. 그런 식으로 지난 30년 동안 태어나지도 못하고 사라진 여아는 통틀어 1억6300여만으로 집계된다. 그 중 중국에서만 매년 200만, 최소한 6000만 이상의 여아가 사라졌다는 추정이다.
그 결과는 재앙이다 결혼적령기의 남성인구는 차고 넘친다. 그에 비해 여성인구는 턱없이 모자란다. 중국의 결혼 연령층 인구 중 남성인구는 여성에 비해 2000만이 초과되고 있다. 6년 후에는 4000만이 된다는 예상이다. 무엇을 말하나. 남한인구에 거의 육박하는 거대한 젊은 남성 인구가 결혼을 하고 싶어도 결혼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사회 전체에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레벨이 높아질 때 원시적 공격성향이 높아지면서 민주주의, 평화 등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인류학자들의 지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곳곳에 세계의 분쟁지역이 도사리고 있는 지역이 아시아다. 카시미르에서 대만해협, 한반도, 그리고 동과 남중국해에 이르기까지. 거기다가 전 세계 인구의 40%를 포용하고 있는 것이 중국과 인도다.
그 아시아가 그런데 내셔널리즘의 격랑에 휩쓸려 있다. 중화민족주의, 힌두민족주의, 야마도 정신 등등. 민족주의와 민족주의의 부딪힘. 그 격랑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것이 수천만, 아니 수억에 이르는 분노의 젊은 세대다. 그 모습이라니. 뭔가 불안감이 뭉게뭉게 솟아오르는 느낌이다.
불만으로 가득 찬 거대한 인구의 젊은 남성인구 집단은 사회불안과 폭력의 원천이다. 그 시한폭탄을 제거하는 방법은 분노를, 에너지를 다른 곳, 외부로 분출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한 가지 가능성은 파시즘의 대두다. 그 확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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