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공화국을 둘러싼 2월말부터의 위기는 몹시도 헷갈린다. 우선 러시아 군인들이 장악했다는 자치지역이 영어로는 크리미아(Crimea)인데 한국어로는 크림으로 발음되는 것부터 그렇다. 또 몇 달 전부터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갖기로 한데 대한 반대 데모가 과격해지다가 급기야 경찰의 발포로 백여 명이 피살된 후 대통령이 수도 키예프에서 사라지는 바람에 반대당이 임시 정권을 세운데 대한 러시아의 강력 대응을 두고 미국과 유럽 연맹의 반응도 혼란스럽다.
간략하나마 두 나라의 역사에 대한 고찰이 사태의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국경을 접하고 있는 대부분 국가들의 관계와는 다르다. 닉슨 행정부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는 러시아 입장으로 볼 때 우크라이나는 보통 외국일 수가 없다는 사실을 서방세계가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는 오랫동안 러시아의 일부였다가 실제로 독립국이 된 것은 불과 23년 전이다. 그리고 크림 반도는 러시아 땅이었던 것을 우크라이나 출신이었던 흐루시초프가 소연방 중 하나였던 우크라이나에게 준 것이 불과 60년 전이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크림 반도를 주면서 러시아 함대 기지를 세바스토폴에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기지 장기 임대를 조건 중 하나로 고집한 것은 겨울에 얼지 않는 항구의 중요성에 민감한 제정 러시아 시절부터의 유산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크림 반도 인구의 60%는 러시아인이기 때문에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의 발표대로 반도의 장래를 주민투표에 부친다면 과반수 이상이 러시아로의 복귀를 희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크림 반도의 기지들을 러시아 군이 점령한 것과 우크라이나 국민의 재산을 탈취한데 대해 책임이 있는 개인이나 국가기관들에 대한 경제제재 및 비자 불허 조치를 발표했다. 아울러 크림 반도의 장래에 대한 주민투표 제안을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유럽 연맹(EU)은 미국보다 낮은 수위의 제재를 발표하면서 러시아인들의 재산 동결이나 EU-러시아 간의 정상회담 취소 등은 앞으로의 사태 진전에 따라 추가로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옐친 그리고 푸틴 정권과의 결탁으로 양산된 러시아 신흥재벌들의 투자와 소비로 흥청거리는 런던과 파리 등 유럽 나라들이 대 러시아 제재에 있어서 미국의 조치들을 똑같이 따르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소련시절 비밀경찰인 KGB에서 잔뼈를 키웠으며 소련제국의 붕괴를 20세기 최대 비극이라고까지 표현한 푸틴을 서방진영이 의심의 눈으로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 국무총리, 대통령 수순으로 장기집권 하는데다가 야당과 비정부 조직들은 물론 언론인들에게도 선별적 탄압으로 장기 독재를 획책하고 있는 푸틴과 선거 민주주의에 의해 교체되는 서방 정치인들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계 동쪽과 우크라이나계 서쪽으로 나뉘어 유혈 충돌을 하는 것 보다는 타협과 양보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키신저의 최근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은 주목할 만한 일련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우크라이나는 경제와 정치에 있어서 유럽을 포함하여 어느 쪽이라도 선택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 둘째, (러시아를 안도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동맹조약기구(NATO)에 가입해서는 안된다. 셋째, 우크라이나는 국민들의 의지와 합치되는 어떤 정부라도 구성할 자유가 있어야 된다. 북유럽의 전통적 민주국가 중 하나이면서도 러시아에게는 전혀 위협이 안되는 완충지대나 마찬가지인 핀란드처럼 되어야 한다.
넷째,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은 현 국제질서의 규범을 어기는 것이니 러시아는 크림반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인정하되 러시아의 해군기지에 대한 모호한 점은 해결하여 러시아의 권익을 보호한다.
키신저의 제안이나 이와 흡사한 안이 채택되어 충돌을 피할 수만 있다면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밤잠을 설치는 일은 없을 터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 대통령, 전 국무총리 등의 예산 낭비나 개인 축재 등으로 국고가 텅 비어 있는 현실도 우크라이나의 앞날을 걱정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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