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 폐지와 최저임금 인상 - 둘 중 어느 쪽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더 강력한 이슈가 될 수 있을까. 11월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집중공략 목표로 선택한 정치적 메시지다. 민주당은 호전되어가는 경기를 발판삼아 경제적 평등사회 구현을 강조하며 중산층 마음잡기에 나섰고 공화당은 인기 없는 오바마케어와 오바마 리더십에 대한 신임투표로 끌고 갈 전략이다.
3월에 들어서면서 2014년 중간선거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지난주에는 금년 선거의 첫 경선이 텍사스 주에서 치러졌고 이번 주엔 11월 선거의 시험대로 간주된 플로리다 주 특별선거가 실시되었다. 선거의 계절, 그 막이 오른 것이다.
지난해 10월 타계한 플로리다 제 13지구 빌 영 공화당 연방하원의원의 10개월 잔여임기를 채울 후임을 뽑는 11일 특별선거가 전국적 조명을 받은 것은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메시지의 대결 때문이었다. 공화당 후보는 ‘오바마케어 때리기’에 전력투구하며 폐지를 공약했고 민주당 후보는 ‘폐지 아닌 개선’을 강조하며 이젠 병들면 쫓아내는 보험사 횡포의 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역설했다. 오바마케어가 한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하는 민주당이 제시하는 모범답안이다.
결과는 예상을 뒤엎은 공화후보의 승리였다. 지명도 높은 민주당의 알렉스 싱크는 자금력도 탄탄한 강력한 후보였고 로비스트가 직업인 공화당의 데이빗 졸리는 검증 안 된 허약한 후보였다. 대다수 분석가들이 싱크의 승리를 점쳤고 여당에 불리하기 마련인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에겐 승리가 절박했던 선거였다.
공화당 승리의 관건은 수백만 달러를 쏟아 부은 ‘반 오바마케어’ 광고의 융단포격이었다. 후보자체는 자금력이 약했지만 외부 보수단체의 막강한 지원으로 가능했던 오바마케어 반대 메시지 전파는 백인노년층이 다수를 이룬 이 지역 보수유권자 동원에 효과를 발휘했다.
플로리다 선거가 중간선거의 믿을만한 전조인지, 오바마케어 메시지가 앞으로도 결정적 영향을 줄지는 확실치 않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11일 공화당의 승리가 보수지역에서 재선에 임하는 민주당 현역의원들에겐 가슴 철렁한 결과라는 것 - “불안해진 민주당, 활기 얻은 공화당”이라는 심리적 영향을 끼쳤다고 워싱턴포스트는 플로리다 선거의 결과를 평가했다.
‘오바마케어’ 이슈만으로 공화당은 승리할 수 있을까. 당내 의견도 엇갈린다. 인기 없는 대통령과 그의 대표업적인 오바마케어 폐지를 강력한 핵심 메시지로 계속 집중공략하자는 의견과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반대만이 아닌 긍정적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맞서고 있다. 더구나 오바마케어 가입자가 증가하고 행정부가 시행 연기 등 규정을 변경하면서 선거 무렵 불만이 가라앉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공화당 메시지엔 플랜 B가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되었다.
티파티 극우보수와 전통적 중도보수가 여전히 대립한 채 봉합하지 못한 내분도 문제이지만 11월 압승을 노리는 공화당이 자칫 발목 잡힐 수 있는 진짜 문제는 경제다. 모든 지표들이 장밋빛을 보이는 경기의 회복이 중산층에서도 체감된다면 현재 공화당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는 선거환경은 바뀔 수 있다.
그래서 민주당의 핵심 메시지는 ‘경제적 포퓰리즘’이다. 소득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최저임금 인상에서부터 실업수당 연장, 여성의 동등 임금, 교육기회 확대…지난주 발표한 오바마 대통령의 2015 회계연도 예산안은 이같은 민주당의 캠페인 테마를 골고루 담아 중산층에 호소하는 정치적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금년 중간선거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민주당의 연방상원 수성 여부다. 현재 민주 55석 대 공화 45석인 상원은 공화당이 기존 의석에 6석만 보태면 다수당이 바뀐다. 11월 투표에 회부되는 36석 중 21석이 현 민주당 의석인데 이중 최소 6석은 공화당 강세의 보수지역이다. 민주당의 상원주도권은 풍전등화다.
위기에 처한 것은 상원 민주당만이 아니다. 공화당의 상하 양원 주도권 장악은 오바마에겐 악몽과 다름없다. 집권 2기의 주요 어젠다 대부분이 사장되고 1기 최대의 업적인 오바마케어의 폐지도 새로운 모멘텀을 얻을 것이다. 중간선거는 보수지역 민주후보들 뿐 아니라 오바마에게도 발등의 불이다. 백악관이 오바마케어의 비인기 규정 변경을 거듭해 여론을 달래고, 자금모금과 표밭동원 면에선 민주당의 독보적 존재인 대통령 자신이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까닭이다.
투표율 낮은 중간선거의 승패는 지지유권자들이 얼마나 투표에 참여하는가에 달려있다. 나이든 백인들이 공화당의 충실한 유권자인데 비해 젊은 층과 소수계, 민주당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중간선거에선 눈에 띄게 하락한다. 11일 플로리다 패배직후 민주당 전략가들이 가장 강조하는 대책도 ‘진보표밭의 투표율 제고’다.
선거까지는 아직 235일이나 남았다. 민주·공화 양당은 앞으로 끊임없이 지지표밭의 투표율을 올리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며 요란한 메시지 전쟁을 펼쳐나갈 것이다. 그들의 공약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유권자들도 눈과 귀를 열고 닫으며 걸러내는 훈련을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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