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트럭 드라이버의 세계
▶ 일부 운송사 무료 운전교육, 항만·공항 출입 땐 신원조회, 트럭 소유·운행 거리 따라, 수입 달라져… 젊은층 기피
LA와 롱비치 항구를 출입하며 화물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한상덕씨는 남의 통제를 받지 않는 트럭 운전이 적성에 맞는다며 만족해했다. 한씨가 자신의 트럭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한상덕씨는 ‘18휠러’(바퀴 18개)라고 불리는 대형 트럭 드라이버다. 친구의 권유로 업계와 인연을 맺은 지 벌써 15년째다. 남의 통제 받지 않고 자신만 조심하면 된다. 성격에도 맞고 수입도 짭짤해 이 직업이 좋다고 한씨는 말한다.
한씨는 ‘하버 익스프레스’ 소속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트럭을 가지고 있는 ‘오너드라이버’로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다. 한씨는 몇 주씩 집을 비워야 하는 장거리 운전은 하지 않는다. LA와 롱비치 항구를 오고가며 수출입 컨테이너를 화물 철도역이나 웨어하우스로 옮겨주는 단거리만 운행한다. 한동안은 동부행 대형 물류센터가 있는 온타리오까지 중거리 운전을 했지만 요즘은 단거리만 운전한다. 일찍 귀가할 수 있고 또 주일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럭 운전면허는 일반과 다르다. 일반 승용차는 ‘C’ 클래스이지만 상업용 자동차로 분류되는 트럭은 CDL(Commercial Driving License)인 ‘A’ 클래스 면허가 필요하다. 물론 시험도 일반 운전면허보다도 까다롭고 수강료도 비싸다.
한동안 한인 운영 소규모 트럭 운전학교도 있었지만 요즘은 사라지고 없다. 운전학교는 보통 3,000~4,000달러로 3~4주면 통과한다.
대형 트럭 운송회사에서 장거리 트럭 드라이버를 양성하는 위탁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무료로 교육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면허 취득 후 일정기간 회사를 위해 운전해야 하는 조건이 따라 붙는다.
한씨는 아르메니안이 운영하는 운전학교에서 900달러의 수강료를 지불하고 면허를 취득했다. 면허는 필기와 트럭 인스펙션 그리고 주행이다. 물론 전부 영어로만 본다.
인스펙션 시험은 시험관과 트럭 앞에서 뒤로 걸어가며 “브레이크는 어떤 상태여야 하며…” 등등 트럭 시스템에 대해 영어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영어 구사가 어려운 한인들은 발음을 한국어로 써놓고 달달 외워 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운송사업계에 따르면 현재 3만여명의 운전자가 부족하며 2020년까지 33만명이 추가로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 미국에서 대형 트랙터-트레일러와 중장비 트럭을 운전하는 드라이버의 수는 16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연방 노동부가 밝혔다.
운전자 부족현상의 요인은 주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젊은층의 장거리 운전 기피현상, 경쟁업종보다 낮은 임금, 기술의 변화, 연방 규제, 범죄기록 조회 등이 꼽힌다.
▲운전규정 까다로워
한씨는 “자신의 차가 있어야 돈을 번다”는 말에 면허를 따자마자 중고 트레일러를 1만5,000달러에 구입해 연습 삼아 무작정 거리로 나갔다. 도중에 시동을 꺼트렸지만 다행히 사고가 나지 않았고 경찰 티켓도 받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트럭 운전이 벌써 15년째다.
한씨는 LA와 롱비치항에 하적되는 화물 컨테이너를 LA 지역 웨어하우스나 동부로 향하는 화물 기차역에 옮기는 일을 주로 한다. 출입처가 항만이다 보니 출입에 필요한 규제도 까다롭다.
9.11 테러 이후 신원조회가 강화돼 FBI 신원조회를 거쳐 ‘트윅’이라는 출입증을 받아야 한다. 상당수 운전자가 범죄기록 등으로 인해 ‘트윅’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항만 출입 트럭 드라이버가 크게 부족한 상태다.
항만 출입 때는 보안상의 이유로 누구와의 동행도 승인되지 않는다. 위반할 때는 출입증이 박탈되고 트럭은 즉시 토잉된다. 또 출입구에서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순찰대가 수시로 트럭 상태에 대한 검사도 실시한다. 항상 양호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운전 중 과실에 대한 벌칙은 일반인보다 강하다. 특히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다.
음주운전 기준은 일반인들의 혈중 알콜농도(0.08%)보다 두 배나 강한 0.04%다. 한씨는 “저녁에 술을 마시고 다음날 덜 깬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체포된 운전자도 있을 정도로 엄하다”면서 “걸리면 1년은 운전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반 운전 벌점도 일반인은 1회 적발 때 1점이지만 트럭 드라이버들은 1.5점이 기록에 올라간다. 또 트래픽 스쿨에서 벌점을 지울 수도 없다. 1년에 4점 이상의 벌점을 받으면 법원에 출두해야 한다. 트럭 드라이버는 승용차를 몰고 가다 받은 티켓도 트럭에 준해서 1.5점의 벌점이 올라간다. 한씨는 “일을 하지 않은 때는 가능하면 운전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입
수입은 거리와 본인의 노력에 따라 다르다. 또 트럭 소유 여부에, 회사 트럭을 사용하는 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한씨는 하루 6~7번씩 터미널을 출입하며 화물을 실어 나른다. 정확한 수입을 밝히지 않았지만 한씨처럼 오너드라이버면 하루 평균 300~500달러 이상은 벌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경험과 연륜도 수입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더 높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차에서 잠을 자며 일을 하는 젊은 드라이버들도 있지만 건강을 잃기도 한다. 또 법으로도 캘리포니아는 하루 12시간, 장거리는 10시간 운전을 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러나 수입의 절반은 연료비와 보험, 각종 세금으로 지출된다고 한다.
한씨는 “많은 한인들이 트럭 하나만 사면 먹고 산다는 생각으로 전업을 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 더 많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트럭은 양쪽에 100~150갤런 연료통 한 개씩 2개의 연료통이 달려 있다. 한씨의 ‘맥’ 트럭에는 100갤런 연료통 2개가 설치돼 있다. 요즘은 연료인 디젤 값이 비싸 한 번 가득 채우면 800달러 이상 들어간다. 연료 효율은 트럭의 종류나 컨테이너의 무게에 따라 갤런당 4~9마일 주행할 수 있다. 그러니 수입의 상당 부분이 연료비로 소비된다.
여기에 1년 9,000~1만2,000달러의 보험료(한달 800~1,000달러)를 감당해야 하며 또 등록비에 추가해 도로유실 피해 보상명목으로 거둬들이는 오버 웨이트(과부하) 세금, 요즘은 디젤 트럭에 부과하는 스트릿 택스, 항만 출입료 그리고 정비까지 각종 비용이 지출된다.
회사 트럭을 운전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크게 달라진다. 연료, 보험료 등 각종 비용에 트럭 페이먼트까지 감당하도록 하는 회사들도 있어 회사를 떠나는 드라이버들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회사와 트럭 드라이버 간의 소송도 걸린 상태다.
CNN은 ‘전국 고용법 프로젝트’(National Employment Law Project·NELP)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 전국 항만 출입 트럭 드라이버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주당 59시간에 달하지만 연 평균수입은 2만8,700달러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9.30달러다.
트럭 드라이버들의 낮은 임금 수준은 항구를 오고가는 전국 7만5,000여명의 드라이버 중 4만9,000명이 회사 소속 고용인이 아니고 독립 계약자들로 취급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독립 계약은 회사가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아도 되고 또 고용인을 위한 세금부담도 없으며 특히 차별방지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노동 전문가들은 이들 트럭 드라이버는 독립 계약직이 아니라 정식 회사 종업원이라고 주장한다. 트럭 회사들이 시간과 근무 조건 등을 조절하고 있으며 드라어버들의 작업이 트러킹 회사들의 기본 비즈니스와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NELP의 레베카 스미스 부국장은 “회사가 엄격하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을 할 것을 조정한다면 드라이버들의 일이 회사의 핵심 부분을 맡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주 2명의 항만 트럭 드라이버들이 남가주에 위치한 트러킹 회사를 상대로 노동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항만 출입 트럭 드라이버 중에서 2만5,000명만이 회사 소속 종업원으로 구분돼 있으며 이들의 평균연봉은 3만5,000달러이다.
-천연개스 트럭 값 16만달러... 일부 무료 지원
트럭 가격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2만달러. 요즘 환경문제로 급조해서 만들어진 천연개스 트럭은 16만달러지만 문제가 많다고 업계는 전한다.
지난 2012년부터 연방 환경청은 환경보호를 내세워 항만을 출입하는 모든 트럭의 배기개스 기준을 대폭 높였다. 이로 인해 기준 이상의 트럭(2007년 이전 생산)은 출입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12만달러가 넘는 트럭을 살 수 있는 드라이버들이 많지 않아 숫자가 줄어들자 롱비치 같은 항구도시는 무상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드라이버를 지원하고 있다. 오래된 트럭을 2년 이상 소유한 기록이 있다면 천연개스 트럭은 10만달러, 일반 트럭은 최고 5만달러까지 트럭 구입비를 지원해 주는 것이다.
한씨도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준에 맞는 트럭을 새롭게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2020년까지만 사용할 수 있고 그 후에는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트럭을 구입해야 한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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