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야.오로라.온천으로 유명한 얼음의 나라
▶ 기포가 부글거리는 짠 바닷물 온천으로 더욱 유명
북극권에 있는 화산, 불 그리고 얼음의 나라 아이슬랜드! 글자 그대로 만년설 얼음 속에 냉동되어있는 생소한 나라이다. 비행시간으로는 뉴욕에서 약 6시간 안팎의 거리인데도 왜 그리 먼 나라로 만 생각 되였는지?
모든 잡념을 뒤로하고 셀폰 조차 지니지 않은 채, 속세와 두절하듯 홀가분한 마음으로 밤 비행기를 타고 아이슬랜드의 수도 레이캬빅으로 직행한다. 비행기는 새벽녘 하얀 얼음으로 뒤 덮인 그린랜드의 끝자락을 관통 하여, 뉴욕과의 시차 4 시간을 가르면서 아침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여러 나라를 방문해 보았지만 이번처럼 입국 심사 나 세관 의 짐 검사조차 없이 싱겁게 공항에서 내보내 주는 나라는 이 나라가 처음이었다. 밖은 뿌연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야가 좁은 새벽 공항에서 처음 내다보는 이 나라는 온통 시커먼 돌투성이의 황무지였다. 나무 한 그루 폴 한 포기 조차 찾아 볼 수 가 없다. 말 그대로 검정 돌이 깔린 사막이라하면 딱 이다.
다시 눈을 크게 뜨고 지구촌 의 어느 희한한 구석을 엿보게 된다.
잡초도 못 자라게 하는 매섭고 찬 돌풍, 을씨년스런 흑 백색만의 풍경, 용암이 흘러 그대로 땅으로 굳어버린 시커먼 지평선!
풀이 없어 이끼로만 뒤 덥힌 용암 땅 속엔 무시무시한 불과 얼음이 섞여 흐르고 있고, 그것이 언제 튀어 나올지 몰라 두려움에 떠는 나라이다. 거의 어느 집이고 앞마당을 파면 뜨거운 온천수가 콸콸 쏟아져 나온 단다. 보일러 가 없어도 항상 뜨거운 물과 난방을 공짜로 얻을 수 가 있으며, 뒷산의 만년설에서 시원한 얼음물이 수도꼭지를 통 하여 무한정 나온다. 백야, 오로라(극광), 그리고 온천으로 유명한 나라. 내가 머물던 시기 8월 말 쯤엔 밤 10시가 넘어야 그나마 희미한 밤이 찾아 왔었다.
한 여름에는 대낮 같이 밝은 하얀 밤이 12시까지 지속 한다 해서 백야라 불린다.
신기하고 이상한 재미있는 나라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장엄한 풍광을 가지고 있는 이 나라는 총 인구 30만 명 중 수도에만 20만 명이 모여 살고 있다. 불모의 땅에 인구조차 늘지 않아서 온 나라가 텅 비어 있는 듯 했다. 그나마 짧은 관광 철에 찾아오는 관광객 때문에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자연히 범죄가 없고, 도로는 비좁지만 거리는 물로 씻은 듯 깨끗하며 정교하다.지하자원, 즉 풍부한 지열과 수력으로 전기를 만드니 전기료는 지구상에서 가장 싸다. 그래서 모든 것을 전기에 의존하지만 반면에 기름 값은 유럽에서 가장 비싼 곳이다.그래서인지 공항에서 시내 중심까지35 마일, 버스요금으로 한 사람 당50불을 지불했다.
가끔 길가에서 지열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지열 발전소가 보인다. 지열 발전소는 지하 2,3km 깊이 에서 빼어 올린 수증기로 전력을 생산하고 부수적으로 생긴 더운물을 난방이나 수돗물로 전국에 80%까지 거의 실비로 공급 한단다. 수도 레이캬빅에서 남서쪽42km 떨어진 곳에 Blue Lagoon이라는 세계에서 제일 큰 바다처럼 넓은 노천 온천이 있다. 기포가 부글거리는 이 호수는 민물이 아닌 짠 바닷물 온천으로 더욱 유명하다. 이것 하나 때문에 인구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이 나라를 찾고 있단다. 즉, 화산 속에서 석회석이 용해되면서 나온 뜨겁고 짠 물은 눈부신 코발트색의 바닷물을 토해 내고 있고, 이 따스한 물은 용암 위에 바다처럼 커다란 호수를 만들고 있다. 별천지다! 여기서 목욕을 하면 10년은 젊어진단다. 나도 오랫동안 여행에서 지친 몸을 담가본다.
8월인데도 매서운 눈발 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물속에서 피어오르는 따스한 수증기와 부드러운 미네랄 온천의 향기, 그리고 얼굴 위에 꽃잎처럼 떨어지는 모란 눈송이의 시원한 촉감은 여행의 피로에서 나를 정화시켜 주는데 손색이 없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미지의 용암지대를 횡단하며 버스는 달린다. 마치 달나라에 우주인 이 첫발을 디딜 때처럼 이곳은 지구가 아닌 상상 밖의 별천지였다. 다가 올 궁금 속에 가슴은 더욱 설렌다.
2년 전에 화산이 터져 그 화산재와 개스 때문에 온 유럽에서 비행기가 뜨질 못하게 했던 헤클라(Hekla) 산의 발 밑 자락을 지날 때 얼마나 엄청난 재앙이 이곳을 휩쓸고 지나갔었는지 가히 짐작이 갔다. 당시 흐르던 강은 화산재에 묻혀 흔적이 없어졌고, 육중한 철교가 엿가락처럼 휘어져 땅속에 곤두박질로 파 묻혀 있었다.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자니 당시 참상을 입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어느 곳을 가도 길 가에는 북구에 위치한 노르웨이처럼, 산줄기 마다 타고 내려오는 수많은 폭포들이 연속으로 나타나 장관을 이룬다.
남쪽으로 흐르는 2차선 국도 옆에서 쉽게 찾아 갈 수 있는 Skogafoss폭포는 그 중에서 가장 높고 아름다운 폭포이다. 농장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모처럼 보는 파란 산, 빨강 지붕과 하얀 벽돌 집, 그리고 방목된 한 무리의 양 때 들이 평화롭게 어울려 있어 한 장의 아름다운 그림엽서가 되었다.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가며 나타나는 큰 바위 산은 풍만한 여인처럼 팔베개를 하고 멋지게 누워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만년설로 뒤덮인 빙하지대를 보기 위해 레이캬빅 에서 남동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아이슬랜드에서 가장 큰 Solheimajokul 빙하로 올라가는 산길은 비 포장지대로 차가 몹시 떨고 있다. 빙하가 녹아내리는 속도를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니 겁이 날 정도다. 3년 전에 빙하로 덮여 있던 곳에 는 이정표 말뚝만 서 있는 맨 땅이고, 그곳에서 5,6백 미터를 한참 더 올라 가야 빙하에 도달 할 수 있었다. 지금도 빙하가 녹아내리는 소리가 큰 냇물 흐르듯 내 귓전에 와 있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아름다운 남부 해안 도시 Vik은 빙하와 아름다운 해안선을 가진 국립공원 속에 있었다.
검푸른 그리고 높은 파도를 가진 바닷가! 팔각으로 깎아 세운 듯 바다를 지키고 있는 천혜 절벽, 바다 한 가운데 조각처럼 버티고 서 있는 기이한 바위들, 빙산을 배경으로 거친 북극해 에 신음하고 있는 신비스런 무인도, 많은 사진을 찍어 보지만 멋지고 장대한 그 신비를 작은 사진 한 장에 담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비좁은 이 기행문으로 그 장엄함과 섬세한 자연을 어찌 다 그려낼 수 있을까! 감히 오를 생각도 못할 높고 험준한 돌산 위엔 나무 한 구루 풀 한 포기 없지만, 그 위에 자주 내리는 비는 파랗고 까만 이끼로 이불을 덮어주고 있어서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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