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세계는 믿기 힘든 듯 눈만 껌벅였다 -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독일의 외교관들, 프랑스의 유럽연합 관료들, 그리고 미국의 전문가들 모두가 어안이 벙벙했다. 왜 러시아는 서방과의 수조달러 유대를 거는 도박을 선택했을까?”
폴리티코 매거진에 실린 벤 주다의 우크라이나 사태 분석은 유럽을 보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시각을 흥미롭게 조명하고 있다. 주다는 예일대 출판서적 ‘취약한 제국 :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과 어떻게 사랑에 빠졌다가 변심했나’의 저자다.
지난주 우크라이나의 혼란상황을 틈타 크림반도 침공을 감행하면서 푸틴이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를 예상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당연히 주초부터 봇물 터지듯 푸틴이 서방의 제재를 크게 겁내지 않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 유럽의 최대 천연가스 공급처라는 러시아의 경제적 영향력부터 미국 내 거센 반전여론과 오바마 대통령의 ‘유약한’ 대응, “러시아의 자국민보호 위한 군사적 행동은 국제법 위반 아닌 적법한 절차”라는 법적 주장, 그리고 밀월관계인 중국의 막후지지 확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인이 푸틴의 배짱에 대한 근거로 제시되었다.
주다의 분석은 돈의 노예가 된 유럽 엘리트층의 바닥을 본 푸틴의 자신감으로부터 시작된다. 한때 크렘린은 유럽의 대사관이 러시아 국영기업의 부패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면 경청했었다. 더 이상은 아니다. 서방의 지도층과 대기업 부호들이 수십억 달러 돈 앞에서 어떻게 위선자가 되는 가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푸틴의 핵심측근들은 대부분 런던과 파리에 고급 타운하우스와 샤토를 사들였고 자녀들은 영국과 스위스 기숙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착복한 엄청난 거액은 대형은행과 조세도피처에 안전하게 저장되어 있다. 자신들의 비밀구매와 돈세탁 등 ‘궂은 일’을 기꺼이 도맡아준 엘리트들이 지배하는 서방세계의 제재 위협을 두려워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토니 블레어나 니콜라 사르코지 등 퇴임한 유럽의 정상들이 독재자들의 자문으로 거액을 버는 것을 지적하며 러시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벌어 해외에 숨기자는 헤지펀드의 도덕성’을 가진 서방세계가 자신들이 경제적 불이익을 당할 러시아 제재에 나설 수는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푸틴도 경제적 관계가 적은 미국은 유럽과 다르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나름대로 미국의 취약점도 간파하고 있다. 미국이 직면한 중동외교 현안들, 이란과의 핵협상 및 시리아에서의 화학무기 폐기작업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아프간 병력 철수과정에서 러시아를 통과하는 보급로를 확보하려면 러시아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제 미국과 러시아의 외무장관이 크림반도 침공이후 처음 만났다. 만나기만 했을 뿐 합의한 것은 아직 없다. 서방은 여전히 제재를 경고하지만 사실상 효과적인 옵션이 빈약해 “총 없이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는 격”이라는 비유까지 나왔다. “크림반도 침공을 무효화할 유일한 길은 군사제재 뿐이지만 처음부터 배제된 옵션이고 또 이번 사태는 나토군을 파견할 만큼 중대 위기도 아니다”라고 조지타운 대학의 찰스 쿱챈교수는 지적한다.
푸틴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국내경제 악화로 인한 권력의 약화다. 유럽이 러시아의 에너지에 의존하듯 러시아 또한 에너지 수출수입 의존도는 상당히 크다. 그러므로 러시아 고위층에 대한 비자발급 중단과 금융거래 동결에서부터 유엔안보리 비난 결의안, G8 회원국 자격박탈에 이르기까지 경제적·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제재를 잘 묶어서 동시에 시행한다면 소정의 효과를 낼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 러시아 경고에 앞장 선 오바마에겐 한 목소리를 낼 연합전선 구축부터가 난제 중의 난제다. 자국의 이해관계를 저울질해야하는 서방 각국들이 제재 동참을 주저하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와 광범위하게 얽혀있는 영국과 독일이 가세하지 않으면 제재는 시행조차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군사적 대응은 배제되었고 경제적 제재도 마땅치 않다면 남은 것은 당사자인 푸틴이 개입하는 정치적 해결책이다. 러시아에겐 요충지로 이미 직접적 영향권 아래에 있는 크림반도에 대한 지분을 인정하라는 요구부터 나올 것이다. 그것이 러시아가 침공을 감행한 첫째 이유이니까.
백악관도 비공개적으로는 크림반도에서의 러시아의 병력 철수는 당분간 힘들 것이며 더 이상의 침공을 막는데 집중해야할 것이라고 인정한다. 러시아와 주변국의 역사적 유대에 뿌리를 둔, 서방세계가 개입하기 힘든 현실이 그렇다.
“잃을 것이 없다”는 계산 아래 주권국가에 대한 무력도발을 감행한 “푸틴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사태악화를 원치 않는다면 “무시하라”고 충고하며 언론인 프레드 캐플란은 보다 근본적이고 보다 중요한 과제를 제시한다 : 러시아의 이익에 위협을 안줄 것이라고 푸틴을 설득하면서, 민주주의 원하는 우크라이나의 서방유대 강화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 5월로 예정된 조기선거에서 그 해답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