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잇단 합법화에 안전성 우려 목소리
▶ 마리화나에 취한 경우 30%가 음주측정 통과 못해, 아직은 “사고위험 더 높인다는 증거 없다”가 우세
마리화나가 술이나 풋볼보다 안전하다는 내용을 담은 콜로라도주 뉴왁의 빌보드. 콜로라도의 고속도로안전국 관리들은 음주운전 단속법을 마리화나에 취한 운전자들에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음주운전으로 찍혀 경찰로부터 ‘정차명령’을 받은 운전자는 일단 세 가지 현장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먼저 경찰이 손에 쥔 펜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가야 한다. 두 번째는 차에서 내려 아홉 발자국을 똑바로 걸어야 한다. 이때 발가락이 발뒤꿈치에 붙도록 일직선으로 걷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아홉 걸음을 떼어놓은 후 한쪽 발을 축 삼아 뒤로 돌아선 다음 같은 방식으로 단속 경관이 땅 위에 그어 놓은 일자선을 따라 ‘직선 행보’를 반복해야 한다. 그까짓 게 무어 그리 어려울 게 있느냐고 의아해 할 무경험자들이 많이 있겠지만 직접 겪어본 사람은 취한 상태에서 세 가지 작업을 수행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마지막은 외다리 서기. 한 쪽 다리를 들고 30초간 균형을 잡고 서 있어야 합격이다. 이들 3개 테스트를 모두 통과하면 술에 취하지 않았다는 ‘OK’ 판정을 받을 수 있다. 경찰은 간단한 현장 음주검사만으로 술에 취한 운전자의 88%를 잡아낸다.
하지만 마리화나로 ‘멍 때림’ 상태에 빠진 운전자를 잡아내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신경약리학 저널에 게재된 2012년 논문에 따르면 마리화나 유효성분 THC에 취한 사람들의 30%만이 현장 음주측정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한 마리화나에 취한 운전자를 가려내는 것은 그가 하이(high) 상태에 얼마나 익숙한지 여부에 달려 있다.
난생 처음 술잔을 꺾어 본 21세 젊은이와 상습적 술꾼은 ‘주력’에 관계없이 외다리 서기에 취약하다.
하지만 이제 막 생애 첫 번째 조인트를 피운 운전자와 매주 5일을 마리화나에 취해 지내는 운전자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조인트는 마리화나의 속칭이다.
또 다른 연구는 마리화나를 아주 가끔씩 흡입하는 사람들의 50%가 현장 음주측정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의료용이 아닌 오락용 마리화나를 합법화 한 주가 늘어나면서 이같은 차이가 지니는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멍 때림 상태의 운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음주운전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의 리스크가 따르는지 등에 관한 과학적이고도 객관적인 대답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마약 남용을 다루는 내셔널 인스티튜트의 선임 조사관 마를린 A. 후에스티스는 “증거에 입각해 마약정책을 입안하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과학적 사실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금요일과 토요일 밤 고속도로에서 운전자들을 무작위로 불러 세운 뒤 실시한 2007년 조사에서 이들 가운데 12%가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정차명령을 받은 운전자들 가운데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된 사람들은 조사에 협조한 대가로 현장에서 체포되는 대신 대리운전자의 도움을 받아 귀가했다.
무작위로 정차명령을 받은 운전자들 중 6%는 마리화나에 양성반응을 보였다. 관계당국은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주가 늘어나면서 앞으로 이 숫자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와 관리들은 음주운전 반대 캠페인과 유사한 마리화나 흡연운전 반대 캠페인이 나오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콜로라도주 수송국 고속도로 안전 매니저 글렌 데이비스는 전화 서베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음주운전 단속법은 마리화나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말했다. 콜로라도주는 1월1일을 기해 마리화나의 오락용 사용을 합법화했다.
대마초를 피우면 평소보다 운전을 잘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마리화나 흡입운전이 음주운전보다 덜 위험하기 때문에 제한된 자원을 쓸데없이 낭비하지 말고 음주운전을 줄이는데 집중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마리화나 사용이 운전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독립적으로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들은 혈중 THC 농도가 측정 가능한 수준일 경우 사고위험이 두 배로 증가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들의 추정은 이제까지의 개별적 연구 내용을 취합해 정리한 보고서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종종 상호충돌을 일으킨다. 마리화나 흡연이 사고위험을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사고 위험이 두 배 증가한다는 주장이 대체로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음주운전의 위험과 비교할 때 이들의 추정치는 낮은 편이다.
최근 나온 연방 차량충돌 자료에 따르면 혈중 알콜농도가 법정 운전 허용한도인 0.08%를 기록한 20세 운전자는 치명적 사고위험이 20배 증가한다. 21~34세 연령층의 사고위험은 9배가 늘어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리서치단체 PIRE의 선임 과학자 에두아르 로마노 박사는 연령과 알콜의 영향을 배제할 경우 마리화나는 몇 가지 이유로 인해 차량사고 위험을 크게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마리화나를 피운 사람과 술 취한 사람이 운전을 완전히 다르게 하기 때문이다.
술에 취한 사람은 자신의 운전 실력을 과시해 과속을 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비해 마리화나에 취한 사람은 그와 정반대로 ‘거북이 운전’을 한다.
둘째로 마리화나를 피웠다 해서 인지력이 눈에 뜨일 정도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들은 술에 취한 사람과 달리 기억력 검사라든지 뺄셈과 덧셈 테스트를 대부분 무난히 통과한다.
그러나 한꺼번에 복수의 작업을 수행해야 하거나 예기치 못했던 상황에 직면하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세 번째는 장소다. 술꾼들은 대개 집 밖에서 술을 마신다. 이는 술을 마신 후 집까지 운전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고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마리화나는 주로 집에서 피운다. 운전을 하지 않고 집에서 죽 때리고 있으면 교통사고가 날 리 만무다.
로마노 박사는 “술과 섞어 마시지만 않는다면 마리화나가 크게 위험한 것은 아니다”며 “물론 안전하다고 말할 수야 없지만 부족한 차량사고 예방기금을 전용하는 것은 낭비”라고 강조하고 “그 돈을 음주운전 예방과 단속에 투입한다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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