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지법 국민참여재판서 말기암父 살해 남매 징역 7년·5년
▶ 방조혐의 아내 징역 2년·집유 4년…배심원단 다수결 유죄 평결
말기 암으로 고통받는 50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안락사 논쟁을 불러 일으킨 남매에게 1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남매의 살인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아내에게는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이 사건은 3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2부(한정훈 부장판사)는 이날 아버지 이모(57)씨를 목졸라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해)로 구속기소된 아들(28)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딸(32)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다만, 이 가족에게 선처를 발휘한 배심원단의 평결을 존중해 딸을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존속살해 방조 혐의로 기소된 아내(56)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배심원단의 평결보다 형량을 높여 선고했다. 배심원단 9명은 다수결로 피고인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으나 양형 의견을 최저형으로 냈다.
아들과 딸에 대해서는 8명이 징역 3년 6월, 1명이 징역 7년 의견을 각각 냈다. 아내에 대해서는 1명이 징역 1년 3월, 8명이 징역 1년 3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제시했다.
재판부는 "설사 내일 죽는 사람, 사형수라고 할지라도 오늘 죽이면 살인"이라며 "돌아가신 분의 (죽여달라는) 의사를 함부로 추정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고인이 피고인들에게 ‘죽여달라’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병상에서 혼란된 상태에서 한 말은 진지한 뜻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이 모두 전과가 없는 초범이며 가족끼리 다 실형 처벌을 받는 게 문제가 되는 점 등을 참작해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아들은 지난해 9월 8일 어머니, 누나와 가족회의를 거쳐 시한부 뇌종양 환자인 아버지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어머니, 누나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선고에 앞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반윤리적, 비도덕적 범행"이라면서 "당시 고인이 죽음에 대해 진지한 의사를 표현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인들에게 (죽여달라 부탁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딸이 직접 아버지의 목을 조른 것은 아니지만 남동생에게 시키는 등 사건을 주도했다"며 아들과 딸에게 모두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또 이들의 어머니이자 고인의 아내인 이씨에게는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 의견을 강하게 반박했다. ‘살해’가 아닌 ‘안락사’로 피고인들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변론을 맡은 신현호 변호사는 "고통 속에서 임종에 다다른 아버지가 죽여달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상황에서 피고인들에게 적법한 행위를 기대할 수 없다"며 "만약 죄가 된다고 하더라도 고인이 부탁해 저지른 촉탁승인 살인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아들과 첫째 딸, 아내는 배심원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극심한 신체적 고통으로 진통제에만 의존해 지내온 아버지·남편이 ‘죽여달라’ 해서 그랬다"고 무죄를 주장하며 수차례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사는 걸 보며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라도 아버지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심정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눈물을 흘렸다.
딸과 아내도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쏟아지는 눈물로 최후 변론을 대신했다.
앞서 증인으로 나온 둘째 딸(31)은 "아버지께서 편안하게 해달라, 죽는 약을 달라고 하셨다"면서 "(나머지 가족들이) 해서는 안 될 죄를 지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니 선처를 부탁한다"고 읍소했다.
이 사건은 당시 검안 의사가 뇌암에 의한 사망으로 결론을 내면서 이들 가족끼리의 영원한 비밀로 남을 뻔했다. 숨진 이씨는 지난해 1월 말기암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 동네 의원에서 진통제만을 처방받으며 생활했다.
그러나 죄책감으로 괴로워한 아들이 이 같은 내막을 전혀 모르는 작은 누나에게 범행을 알리고 자살을 기도, 경찰에 신고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의 사연은 말기 암환자 가족의 간병 고통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불러왔고 안락사 논쟁에도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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