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5일 오후 2시44분경 워싱턴DC의 노스 이스트의 소방서 앞에서 발생한 사건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메드릭 밀스(77세)씨가 딸과 함께 소방서 맞은 편 길을 지나다가 심장마비에 걸려 넘어지고 딸의 비명소리에 지나가던 행인 두어 명이 소방서로 달려가 구원을 청한다.
마침 그 소방서에서는 28년 경력자인 여자 간부와 신규 채용된 대원을 포함한 네 명의 소방관들이 있었지만 그 아무도 길을 건너와 밀스 씨를 돕지 않는다. 신참 소방대원은 안절부절 하면서 고참자들과 상관에게 보고했지만 먼저 911번호로 신고가 들어오고 구급차가 출동한 다음에나 손을 쓸 수 있다는 대답이었다.
그들 중 셋은 소방서 부엌에서 시간을 보내고 또 하나는 승진시험 준비를 한답시고 책을 들고 자신의 침대로 향한다. 누군가가 911에 전화를 걸었는데 노스 이스트를 노스 웨스트로 잘못 생각한 배차 담당원 때문에 앰뷸런스는 엉뚱한 곳으로 향한다. 마침 지나가던 경찰관이 역시 그 지점을 통과하던 다른 앰뷸런스를 정차시켜 밀스 씨를 병원으로 옮긴 것이 3시7분. 그 즉후에 그는 숨을 거둔다. 유가족들은 물론 시장 이하 당국자들과 시민들이 의분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워싱턴DC의 담당 부시장이 지난 주말 그 사건에 대한 조사내용을 발표하면서 실망 정도가 아니라 분노를 표출했다. “이 사건은 발생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이 있지만 또한 상식이라는 게 있다. 눈 뜨고 장님이 되어서야 말이나 되는가.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한 줄 알면서도 부엌이나 침대로 향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다. 이것은 양심 배반적이다.”
그 소방대원 다섯 명과 구급차를 엉뚱한 데로 보낸 배차 담당자들을 징계하라는 건의가 보고서에 포함되어 있지만 워싱턴포스트의 한 사설에 따르면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격이 될 확률이 높다.
과거의 사건들을 놓고 볼 때 징계절차가 복잡한데다가 공무원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무능 부정 공무원들도 보호하는 철밥통 정도라는 것이다.
현행법으로는 소방대원을 징계하려면 4명의 심사위원단이 구성되어야하는 바 그중 2명은 소방대원들의 노동조합에서 온단다. 그리고 심사위원단의 다수결에 의한 결정이 소방대장에게 올라오면 그는 그 결정을 받아들이거나 처벌내용을 줄이거나 또는 사건 자체를 기각시킬 수는 있어도 처벌 내용을 높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에 더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상고 제도들 때문에 징계 해당자들이 계속 봉급을 받을 수 있다는 데야 한심할 뿐이다.
포스트의 사설이 과거의 사건 하나를 언급한다. 2006년에 발생한 뉴욕타임스의 퇴직기자를 둘러 싼 사건이다. 그 기자가 DC 노상에서 폭행강도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인 것을 앰뷸런스 운전자가 술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이라 예단하여 자기 개인 용무를 보느라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병원을 지나치고 둘째 병원으로 갔기 때문에 죽게 되었다. 그 구급차 운전자가 징계 절차를 거쳐 파면되었지만 결국에는 복직되어 못 받았던 과거 임금까지 되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같은 비정상적 징계절차는 소방국 만이 아니라 경찰국에도 있는 모양이다. DC경찰국장은 최근 시의회에서 “현존하는 파면 상고 절차는 경찰국의 공공안녕의 관심사를 도모하는 게 아니며 따라서 DC 거주민들을 저버리는 것이다.”라고 했다.
경찰국장이 든 사례 중에는 골목길에서 소변을 보던 사람들을 체포하고는 그들의 스웨터를 벗어 길바닥의 오줌을 닦도록 한 다음에 다시 스웨터를 입게 만들었기 때문에 파면당한 경찰관을 복직시키라는 결정이 있다. 또 하나는 자기 부인의 자동차를 들이받아 망가트렸기 때문에 체포된 경찰관을 계속 고용해야 된다는 결정이다.
물론 공무원들의 소수만이 위에 상기한 비리나 불법 그리고 몰상식을 감행한다지만 그들 때문에 심각한 실수나 비리들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안지는 고용문화가 결과로 뒤따르는 것이 문제라고 포스트의 사설이 지적한다. 그럼으로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공무원의 권익을 보장 할 수 있는 보다 더 합리적인 제도가 만들어져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결론이다.
신문이 사회전반의 감시견으로 부정을 폭로할 뿐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합리적인 개혁을 촉구함으로써 보도, 해설의 기능과 더불어 건전한 사회 가치관의 창출에도 앞장서야 한다는 신문학 원론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그러나 노조들의 영향과 정치인들의 노조 눈치 보기 등의 정치현실은 합리적인 개혁 달성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비관론을 대두 시킨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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