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창조주도 많이 헷갈릴 것 같다. 남자끼리, 또는 여자끼리 결혼하는가 하면 분명히 남자였던 사람이 생식력 없는 여자로 둔갑한다. 첫 ‘피조 인간’이었던 아담과 이브에게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했다는 성경 속의 창조주 분부가 후손들에겐 잘 안 먹힌다. 하긴, 아담과 이브도 에덴동산의 선악과를 따 먹어 여호와의 첫 금기부터 어긴 장본인이었다.
소위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가 늘어나는 세태와 관계없이 인류의 생육하고 번성하는 힘이 날로 위축되고 있다. 불과 20~30년 전까지도 지구가 인구폭발의 대 참화를 겪을 것이라며 많은 국가가 산아제한 정책을 폈다. 중국은 아직도 ‘한 부부 한 자녀’ 원칙을 고집한다. 인구를 기존 수준으로 묶는 ‘제로 인구성장(ZPG)’ 운동이 힘을 받았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정반대다. 나라마다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 어렵다며 아우성이다. 매년 사망자를 대체할 만큼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가 유럽의 모든 국가와 러시아, 폴란드, 캐나다 및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해 80여개에 달한다. 미국, 멕시코, 이란 등 대다수의 다른 국가들도 신생아 수가 사망자 수를 가까스로 넘는 수준이다.
사망자를 대체하려면 ‘합계 출산율(TFR: total fertility rate)’이 2.1 이상이어야 한다. 모든 가임여성(15~49세)이 최소한 2명씩은 낳아야 한다는 의미다. TFR이 2.1 이하로 떨어지면 ‘저출산 진영’으로 분류된다. 1970년만 해도 해당 국가가 없었지만 지금은 위의 80여 국가가 그 진영에 속한다. TFR이 1.5 이하로 떨어지면 ‘초 저출산 진영’으로 분류된다.
엊그제 본국신문 기사를 보면 한국은 1998년부터 2012년까지 15년간 TFR이 1.5를 밑돌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장기 ‘초 저출산국’ 기록을 세웠다. 특히 2001년부터 2012년까지 12년간은 TFR이 1.3 미만으로 떨어진 ‘초초 저출산’ 상황이었다. 관계자들은 한국이 정상수준의 출산율 회복이 불가능한 ‘저 출산의 덫’에 묶인 것으로 우려한다.
원래 우리 민족은 ‘수복강녕 부귀다남(壽福康寧 富貴多男)’이라는 말처럼 자식 많이 두는 것을 행운으로 여겼다. 6?25동란 후 1960년대 초까지 TFR이 6.1이었다. 군사정부가 강력하게 가족계획을 실시한 1960년대 중반 이후 출산율이 떨어지기 시작해 1971년 4.7을 기록했고, 1984년 처음으로 마지노 선(2.1)을 넘어 1.74로 곤두박질한 후 계속 떨어졌다.
내가 1970년대 초 보사부 담당기자였을 때 산하기관인 대한가족계획협회의 슬로건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였고 80년대도 ‘잘 기른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산아제한 지향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혼자는 싫어요. 동생을 갖고 싶어요’ 2010년엔 ‘하나는 외롭습니다. 자녀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동생입니다’라는 출산장려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로 과도한 양육비(사교육비 포함),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및 직장여성의 출산을 독려하는 사회여건 미비, 독신자 및 학력, 경제력 등으로 인한 결혼 포기자의 증가, 특히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시각의 확산과 서구문화 유입에 따른 개인주의와 향락주의의 확대, 만혼추세로 인한 여성의 출산기회 감소 등을 꼽는다.
저출산 못지않게 인구 고령화도 심각하다. 올해 40.2세가 된 한국인구의 중간나이는 2040년엔 52세로 올라간다. 그때는 전체인구의 절반이 은퇴노인이고, 4분의 1은 미성년이고, 4분의 1만 일하게 된다. 노동인구가 줄면 정부의 세금수입이 줄고 세금이 줄면 늘어나는 노인들의 복지기반이 위태롭게 된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남북통일도 쉽지 않다.
‘체력이 국력’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올림픽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힘 좋은 국민, 생산력 있는 국민이 많은 나라가 부강하다. 한국이 가진 자원은 인구뿐이다. 똑똑하고 재능 많고 근면하고 억척스러운 인구가 줄어든다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창조주의 원초적 분부는 한국국민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먼저 이행해야 할 원초적 애국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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