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부 클리닉(11) 김연아의 발(1.성인 평발)
장원호
소치 동계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한국에서는 김연아 선수의 발 사진이 화제가 되며 관련 기사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40대의 발을 가진 김연아. 김연아는 하이힐을 신고 싶다. 오른발 중족골에 미세골절” 등 김연아의 17년간의 선수생활에서 얻은 영광의 상처에 대한 기사들이었다. 기사에 주로 등장한 사진은 김연아의 왼발 사진이었다. 이 왼발도 질환이 심각해 보였는데, 점프 후에 오른쪽으로 계속 착지하여 오른쪽으로 척추가 휘었다는 기사를 보면 오른발 아치에 더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뒷정강이근힘줄 기능장애(Posterior Tibial Tendon Dysfunction, PTTD)는 흔히 “후천성 평발” 또는 “성인 평발’로 불리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평발을 보이지 않았으나 성인이 된 후에 발 안쪽의 아치가 무너지면서 평발이 되기 때문이다. PTTD는 한번 발병하면 이전의 기능을 완벽히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예방 및 관리가 필요하며, 주로 40대 이후 여성들에게 발병한다. 남성보다 근골격계가 약한 40대 여성들은 노화 및 호르몬 변화 등으로 인해 뒷정강이근힘줄을 비롯한 몸의 힘줄과 인대 등이 약해지기 시작하고 동시에 체중도 불어나면서 힘줄과 관절에 염증이 빈번히 발생하기 시작한다. 평균 50세의 연령이 되면 75,000 마일을 걷는 인간의 발에는 서른세 곳의 관절이 있고 그 발에 지속된 하중과 쌓이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족부관절과 중간발의 아치의 변형이 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히 들리기까지 하다.
발에 있는 많은 근육과 힘줄들이 주로 다리에서 시작되어 발로 이어진 것들인데, 뒷정강이 힘줄 역시 뒷정강이에서 시작해 내측 복사뼈 밑을 지나 발 중간에 있는 발배뼈에 붙어있다. 발배뼈는 발 중간의 아치를 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뼈이다. 이러한 발배뼈를 지탱하는 뒷정강이 힘줄이 늘어나거나 미세하게 찢어지며 염증이 생기면 발배뼈는 그 위치를 잃고 아래로 무너지며, 발 중간의 내측 아치도 함께 무너지면서 평발이 되는 것이다. 평발 증상과 함께 발배뼈가 발 외측으로 돌출되는 변형이 생기면서 신발이 맞지 않고 돌출 부위에 압력이 심해져 피부 변형과 이차적인 통증도 유발되기도 한다. 무너진 아치 부분에도 통증이 있지만 통증은 주로 내측 복사뼈 아래 부분에서 시작된다. 뒷정강이에서 시작된 근육은 내측 복사뼈의 아래쪽에서는 근육 없이 힘줄만으로 지나가는데 바로 그 부위가 상대적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덜 공급되는 취약한 부분이고 그래서 힘줄이 약해지거나 염증이 생기는 등 많은 질환이 생기게 된다. 심한 경우 아예 뒷정강이 힘줄이 끊어지면서 심각한 발의 변형과 함께 심한 통증을 동반한 관절염을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성인 평발’은 발뿐만 아니라 발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무릎관절, 엉덩이관절, 골반 그리고 척추와 목까지 한쪽으로 틀어지게 할 수 있다. 한쪽 발의 아치가 무너지면 발꿈치 뼈가 외측으로 틀어지면서 다리 길이가 짧아지게 된다. 이때 신체는 빠른 보상작용을 하는데 다리뿐 아니라 같은 쪽 허벅지도 짧아지고 짧아진 쪽으로 골반이 내려가면서 척추가 같은 방향으로 틀어지게 되는 것이다.
일부분이긴 하지만 한쪽으로 틀어진 척추는 경추에도 영향을 주어 척추가 틀어진 반대쪽으로 목이 틀어지게 하고 턱관절을 지지하는 근육의 힘에도 영향을 주어 한쪽의 비대칭하악운동이 일어나 얼굴변형 및 두통까지 유발하게 된다. ‘성인 평발’과 발병 기전은 다르나 ‘소아 평발’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위와 같은 기전으로 신체가 한쪽으로 치우치게 될 수 있으니 부모의 각별한 주의와 관찰이 필요하다.
초기증상 즉 내측 복사뼈 밑과 그 주위가 아프거나 부어오른다면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바로 병원에 갈 여유가 없다면 간단히 자가진단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선 한쪽 발을 들고 선채로 디딤 발의 발꿈치를 다섯 차례 정도 들어본다. 통증이 생기거나 심해진다면 초기 PTTD를 의심해야 한다. 그러나 통증이 심해 아예 발꿈치를 들어 올릴 수 없거나 초기증상이 이후 반복적으로 붓거나 통증이 심하고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니 자가진단을 하지 않고 진료 전에 무리하게 활동하지 말 것을 권한다.
영상장비들을 통해 초기 PTTD로 확진되면 무리한 보행을 삼가하고 염증치료와 증상의 악화를 막는 의료용 교정깔창, 발/발목고정기 등 보조기구를 처방한다. 그러나 뒷정강이근힘줄이 심하게 부어있거나 찢어지고 괴사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힘줄재건술, 힘줄전이술 등과 함께 손상된 주위 관절에 수술이 불가피하다.
특히 병증이 심하여 발 전체의 변형이 심하고 통증으로 보행이 불가능한 경우는 이중 또는 삼중관절고정술을 시행한다. 특히 삼중관절고정술은 다른 족부관절 수술과는 달리 복잡하고 환자의 만족도가 떨어지므로 반드시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의료진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40대에 주로 발생하는 PTTD와 족부관절염이 20대 초반인 김연아 선수의 발에 발생했다는 것은 지난 17년간 점프와 착지가 반복되는 고된 훈련을 견디고 반복하면서 다리와 발이 큰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족부 및 족관절의 근골격계가 변형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아프고 변형된 두 발로 뛰어난 스케이팅과 연기를 했다는 것이 의사로서 믿기지 않을 정도지만 한편으로는 고맙고 대견한 마음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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