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때였다. 당시 내가 살던 기숙사는 침실 둘에 거실이 있는 스위트였다. 모두 네 명이 같이 살았으니 벙크 침대가 놓여 있는 한 방에 두 명씩 기거했다. 룸메이트 세 명 모두 백인이었는데 옆방의 한 룸메이트 아버지는 의사였다. 그런데 이 룸메이트는 일주일에 10시간 정도 파트타임으로 학교에서 제공하는 일을 했다. 아버지가 의사이기에 자녀들 대학 학비 정도는 사립대학이라고 해도 걱정 없이 댈 수 있는 능력이 될 텐데 이 룸메이트가 일을 한다는 게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룸메이트가 일을 하는 이유는 여럿 있었다. 그런데 그 중 하나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자기 용돈 정도는 스스로 챙길 정도는 되어야 한다거나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 할 때 학교에서 일한 경력이 도움이 된다는 것은 오히려 진부한 이유인 듯 했다. 대신 아버지의 수입을 놓고 볼 때 누진세율 적용으로 당시 최고 50% 정도를 연방세와 주세로 내야하기 때문에 자기가 파트타임으로 버는 수입은 아버지 입장에서 볼 때 배가 되는 액수로 간주해야 된다는 것이다. 즉, 자기가 10불을 벌었다면 아버지 입장에서는 20불을 벌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 룸메이트가 일주일에 10시간 일하면서 얼마를 벌었는지 지금은 물론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친구가 재정 감각이 월등히 뛰어났다는 인상은 아직까지도 강하게 남아있다.
올 가을 대학에 진학할 학생들은 이미 지난 12월에 조기 지원 결과 통지를 받은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 3월 중,하순까지는 기다려야 합격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합격 대학에 따라 장학금이나 재정 지원에 관한 학교측의 결정도 같이 통보해 줄 것이다. 그런데 날로 인상되는 대학 학비를 고려할 때 아직 학교에서 제공하는 장학금이나 재정 지원 프로그램 외의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게 없다면 지금이 바로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할 시점이라 생각이 든다.
특히 적은 액수의 장학금을 제공하는 개인이나, 기관 그리고 단체가 제법 많은데 이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쓰면 도움이 될 듯하다. 대학 학비가 일 년에 수 만 달러씩 되다 보니 5백불이나 천불 정도의 장학금은 쉽게 눈에 안 들어 올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적은 장학금들이라도 모이면 큰 액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단 하나의 5백불짜리 장학금이라도 5백 달러를 부모님이 일해서 마련해 주어야 할 경우 얼마나 힘들게 노력해야 하는지를 자녀들도 깨달아야 한다.
나도 여러 해 동안 내가 속해 있는 단체나 주위의 다른 기관에서 주관하는 장학금 제공 프로그램에서 신청서류들을 검토해 보았다. 이러한 기관들에서 장학금 수령자를 선정할 때 꼭 성적이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뽑는 것은 아니다. 성적이 어느 정도만 되면 그 학생에게 장학금이 공부를 계속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사실 아이비 대학에 입학 허가를 받고 그런 대학에서 충분히 제공하는 지원을 받는 학생들 보다 학업 수준은 그에 못 미치는 대학에 진학하지만 학비 마련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더 좋은 평가가 내려진다. 특히, 어려움을 극복하며 공부하는 학생들을 중점적으로 돕는 프로그램도 많다.
지원 서류 작성에 그다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도 않는다. 보통 에세이를 한 편 정도 요구하는데 이러한 에세이는 다른 곳에 장학금 지원할 때도 약간 손을 보면 다시 사용할 수 있기에 여러 곳에 장학금 신청을 한다고 해서 아주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신청서류 작성에 평균 5시간 정도 투자하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생각된다. 적은 액수의 장학금 프로그램에는 신청자도 많지 않기에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불과 3-4명의 신청자들 가운데 선정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적은 시간 투자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에 부모님들의 독려가 필요할지 모른다. 학교의 커리어 센터나 카운슬러에 찾아 가서 문의하면 관련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찾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단지 한 가지 유의할 것은 장학금 신청을 하면서 신청료를 요구하는 곳은 아무리 적은 액수라도 허위일 경우가 높으니 신청하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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