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단 7일 만에 존 베이너 연방하원의장의 태도를 180도 바꾸게 했을까.
1월30일 베이너는 공화당은 “반대가 아닌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임을 강조하며 하원 공화당의 이민개혁 원칙을 공개했다. 빈사상태 이민개혁에 새 숨을 불어넣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민커뮤니티를 들뜨게 한 희망과 기대는 곧 경악과 분노로 바뀌었다. 불과 1주 만에 베이너의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 “올해 내 추진 어렵다”는 2월6일 그의 발언은 이민개혁안에 대한 사실상의 사망선고였다.
베이너가 내민 이유는 “오바마에 대한 불신”이었다. 이민개혁안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을지 신뢰할 수 없어서 개혁안 처리를 안 하겠다는, 너무 궁색한 변명이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취임 후 거의 200만명의 불법이민을 추방해 역대 행정부 중 최고, 국경순찰병력 증강은 최대, 밀입국 건수는 최저를 기록하고 있어 사실과도 맞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 확 열었던 협상의 문을 다시 제 손으로 쾅 닫아버린 베이너 ‘변심’의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는 것은 워싱턴이 다 아는 사실이다. 당내 티파티 보수진영의 거센 반발 때문이다. 그 1주 동안 베이너는 설득을 벌였으나 80% 이상 공화하원의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그들 대부분에겐 장기적으로 공화당의 미래가 걸린 이민표밭 확보보다는 당장 몇 달 후 자신의 재선을 위협하는 극우표밭의 분노가 더 절박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와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는 별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 ‘이민개혁안의 운명’이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첫째 금년에 통과될 수 있을까. 둘째 금년에 안 된다면 그 후 언제를 기대할 수 있을까.
금년 이민개혁안의 가장 낙관적 미래는 중간선거의 당경선이 끝난 후 하원에서 본선거 캠페인이 본격화되기 전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허핑턴포스트의 정치해설가 크리스 와인거트는 분석한다. “베이너가 연초에 티파티와 잠정 영합했다가 이들의 위협이 먹히는 경선이 끝나면 이민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루머가 지난해부터 떠돈다고 지적한 그는 “불행하게도 이것이 금년 중 이민개혁안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한다.
중간선거가 끝난 후 레임덕 의회에서도 처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휴가가 계속되는 연말의 짧은 기간에 “일 안하기로” 이름난 의회가 법안을 작성하고 통과시킨 후 상원과 절충하여 백악관으로 보내는 전력투구의 모범을 보여줄 수 있을까. 숨 가쁜 일정 자체도 비현실적이지만 더 큰 요소는 중간선거 결과에 의한 의회 권력구조의 변화에 있을 것이라고 와인가트는 예상했다.
중간선거 결과 공화당이 압승을 거둔다면 공화당은 ‘사면’이 포함된 개혁안을 레임덕 회기 중 굳이 통과시켜야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다. 현재 의석과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면 압승을 기대했던 공화당은 실망 좌절하여 논란 많은 중대과제를 처리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만약 참패한다면 공화당은 다급해 질 것이다. 민주당 주도 새 의회가 들어와 더 진보적인 새 개혁안을 성사시키기 전에 레임덕 회기에 현재의 개혁안을 통과시켜야 할 이유가 생기게 된다. 그러나 중간선거의 야당 참패는 드물다.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하원에는 이민개혁안 통과에 충분한 찬성표가 있다. 지난주의 부채한도 증액안 통과 때처럼 민주당 표에 공화당 표 10%만 확보하면 당장 가능하다. 베이너 의장은 본회의 표결만 허용하면 된다. 그러나 베이너가 당 내분을 악화시키고 자신의 의장직포기를 감수해가면서 개혁안 금년통과를 감행하려 할 것인가.
레임덕 회기에서도 처리 못한다면 어렵게 통과되었던 상원안은 폐기된다. 이민개혁은 새 의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선거 없는 2015년에 처리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라고 하지만 쉬운 때란 없다.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은 누가 더 반이민 극우인가를 시합하는 콘테스트, 2012년의 재판이 될 것이다. 이 와중에서의 이민개혁 추진은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어질 것이다.
이민개혁을 실현시키지 못한 채로 치를 2016년 대선에서의 공화당 승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금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무난히 승리하고 2년 후 백악관엔 다시 민주당이 입성한다면 워싱턴의 권력구조는 지금과 비슷해진다. 오바마의 퇴임 후에도 이민개혁의 정치환경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뜻이다.
와인거트의 다양하지만 불확실한 전망 속에서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읽혀진다 : “선거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매달 18세로 새 유권자가 되는 이민인구는 히스패닉계만도 5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숫자가 확실하게 투표율로 연결된다면 이민개혁의 ‘운명’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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