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월28일 연방 의회에서 열린 양당 합당 연설에서 새로운 은퇴연금 제도인‘myRA’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조 바이든 부통령(왼쪽)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지켜보고 있다.
은퇴연금 준비가 안 된 중·저소득 직장인들을 위한 새로운 은퇴 연금제도가 추진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의회 양당 합동연설에서 새로운 형태의 은퇴연금 제도인 ‘myRA’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myRA’은 ‘my retirement account’의 줄인 말로 최소 25달러로 구좌를 개설하고 월 최소 5달러 이상 적립할 수 있는 은퇴플랜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계획은 고용주들에게 플랜 운영을 강제하지 않는 한 연방 의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 시행령만으로 시행이 가능해 올 연말께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번 계획이 실행되면 전 국민 건강보험법에 이은 오바마 대통령의 또 다른 복지정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절반에 가까운 미국인들이 은퇴에 대비한 어떠한 연금 플랜에도 가입하지 않은 채 소셜시큐리티에만 의존하고 있다면서 전 국민들이 쉽게 가입해 기금을 마련할 수 있는 은퇴연금의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미국 근로자의 34%가 은퇴자금을 모으지 않고 있으며 미국 직장의 절반이 직원들을 위한 은퇴연금인 401(k)가 없거나 있어도 매칭펀드를 해주지 않고 있다.
오바마는 국정연설에서 미국인들은 은퇴 후 소셜시큐리티 연금, 401(k)와 같은 직장연금, 그리고 IRA의 개인연금 등 크게 3가지 연금에 의존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소셜시큐리티 연금에만 의지하고 있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연방 재무부가 누구나 쉽게 가입해 은퇴자금을 모을 수 있는 새로운 은퇴연금 제도인 ‘myRA’ 플랜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은퇴자협회인 AARP에 따르면 2013년 은퇴자의 4분의 1이 은퇴기금의 90% 이상을 소셜 시큐리티에 의지해 살고 있다. 그러나 2013년 미국 은퇴자들이 수령하는 연금액은 월 1,269달러(연간 1만5,288달러)에 그치고 있어 이 수입으로는 빈곤한 생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2029년까지 매일 1만명의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셜연금 제도에 대한 존속에 의구심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국 ‘종업원혜택연구소’(Employee Benefit Research Institute·EBRI)는 근로자 절반 이상이 은퇴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계산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은퇴에 필요한 자금은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제외하고 현재 수입의 7~12배라고 지적했다. 연 5만달러의 수입을 올린다면 최소 35만~60만달러가 있어야 은퇴 전 생활수준을 유지하며 은퇴생활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혜택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새로운 은퇴 연금 ‘myRA’ 플랜은 18~30세 젊은이들에게 가장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봉급자를 위한 인터넷 웹사이트인 ‘페이스케일’ 등에 따르면 이 연령대 젊은이들의 47%가 고용인 100명 미만의 소규모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 회사의 절반가량만이 직장인 연금제도인 401(k) 플랜을 운영하고 있었다.
사실 은퇴연금을 젊을 때 가입할수록 그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27세의 나이에 5,000달러를 은퇴자금으로 저축해 둔다면 10년마다 두 배로 늘어나(연 7%) 40년 후인 67세가 되면 8만달러로 불어나게 된다. 실제 매년 이자가 복리로 불어나 적립금은 16배로 늘어난다.
하지만 47세에 같은 돈을 적립했다면 67세까지 2만달러에 그친다. 그렇다가 연금 가입을 무시할 수도 없다. 은퇴 대비는 빠를수록 좋지만 늦었다고 생각돼도 결코 늦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myRA’ 개요
‘myRA’는 개인 은퇴연금인 ‘IRA’와는 달리 25달러의 소액 디파짓으로도 어카운트를 오픈할 수 있다. IRA 연금 구좌를 오픈하려면 최소 1,000달러 이상의 디파짓이 필요하다.
또 적립금도 5달러 이상이면 된다. 직장에서 종업원들에게 이 은퇴연금을 제공해도 관리비가 전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운영에 따른 부담이 전혀 없다. 또 직업을 바꿔도 다음 직장으로 이 연금을 가지고 갈 수 있다. 하지만 기금이 1만5,000달러 이상으로 불어나면 로스 IRA 구좌로 이체해야 한다. 또 로스 IRA와 같이 세금을 뗀 후의 수입에서 적립하기 때문에 찾아 쓸 때 원금에 대한 소득세를 물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 연금제도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적립금은 회사 봉급에서 직접 입금된다. 물론 세금을 제외한 수입에서 나간다. 따라서 찾아 쓸 때 원금에 대한 세금을 물지 않는다.
▲이 연금 플랜에 가입하려면 로스 IRA와 같이 개인 연 12만9,000달러, 부부 연 19만1,000달러 이하 수입자면 된다. 수입 기준을 초과하는 직장인은 가입할 수 없고 가입 중에 수입이 이 기준을 넘어설 경우 플랜은 자동 취소된다. 물론 적립금과 이자 수입은 모두 찾을 수 있다.
▲적립금은 페널티나 세금 없이 언제라도 찾아 쓸 수 있다. 하지만 59세6개월 이전에 돈을 찾아 쓸 경우 이자 수입에 대한 세금은 내야 한다.
▲ ‘myRA’에 적립된 기금은 연방 정부 공무원들의 은퇴연금을 관리하는 일명 G펀드 ‘Thrift Savings Plan Government Securities Investment Fund’에 투자된다. 2012년 기준으로 지난 3년 수익률이 2.24%로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투자 전문가들이 이 플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플랜은 직장을 옮겨도 손쉽게 적립금을 옮길 수 있다. 이직한다고 해도 ‘myRA’는 계속 따라 다닌다.
▲봉급에서 적립할 수 있는 연 최대금액은 5,500달러(50세 이상은 6,500달러)로 로스 IRA와 같다. 만일 적립금 합계가 1만5,000달러를 넘으면 기금을 모두 로스 IRA로 이체해야 한다.
■회의적인 시각
전문가들은 투자수익에 대한 수입이 지나치게 낮은 것과 언제라도 찾아 쓸 수 있도록 할 경우 은퇴를 위한 자금보다는 비상금으로 사용될 소지가 크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투자 수익이 너무 낮다.
2012년 G펀드의 수익률은 1.47%에 그쳤고 2003~2012년 10년간 수익률은 3.6%다. 하지만 2012년 소비자 물가지수로 계산되는 인플레이션 비율은 2.08%였다. 다시 말해 G펀드의 수익률이 인플레이션율을 따라잡지 못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펀드의 액면가는 늘어났지만 구매력은 떨어진 것이다.
▲적립 최고액이 지나치게 소액이다.
‘myRA’의 총 적립금은 1만5,000달러까지다. 돈이 더 많아지면 로스 IRA로 옮겨야 한다. 다시 말해 정부가 더 이상 플러스 수입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에 따라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또 개설금이 25달러로 소액이고 적립금도 5달러 이상이다. 자칫 소액만 적립해도 은퇴준비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줄 수 있다.
▲비상금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myRA’는 찾아 쓸 때 조기인출에 따른 페널티가 없다. 언제라도 찾아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상금이 필요할 때면 언제라도 찾아 쓸 수 있기 때문에 은퇴를 대비한 연금 플랜으로서의 목적이 희석될 수 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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