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시합에 0.3초 규칙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고등학교 시합의 경우 남은 시간이 0.3초 이하일 때 코트 밖에서 인바운드 패스나 자유투 실패 후 득점 하려면 손으로 살짝 쳐 넣는 방법 (tip) 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0.3초 이하의 시간은 패스나 리바운드를 제대로 잡아 슛을 해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이 규칙과 관련해 최근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내의 고등학교 시합에서 논란이 있었다. 78대 77의 한 점 차 상황에서 추격하고 있는 팀의 마지막 공격이었다. 남아 있는 시간은 0.2초에 불과 했다. 이기고 있는 팀이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 팀 코치가 심판에게 0.3초 규칙에 대해 확인 했다. 남아 있는 시간 상 이제 상대팀이 할 수 있는 슛은 손으로 살짝 쳐 넣는 방법 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심판은 당연히 물론 그렇다고 했다.
이 팀 코치는 자신의 선수들에게 골 밑만 철저히 지키라고 했다. 골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선수는 방어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일부러 장신 선수들을 여럿 골라서 골밑에서 수비를 하게 했다. 물론 이 규칙은 공격팀 코치나 선수들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공격 팀 코치도 선수들에게 공을 골 밑에 포진하고 있는 선수에게 띄워 보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만 공을 손을 살짝 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시합이 재개되었다. 그런데 공격 팀에서 공을 인바운드 해야 할 선수가 골 밑 상황이 여의치 않자 당황한 나머지 한 쪽 코너에 있던 선수에게 공을 패스했다. 그리고 그 선수는 공을 잡아 점프 슛을 했다. 0.3초 규칙에 의해 슛이 소용없음을 아는 수비팀 코치는 바로 손을 들어 흔들면서 슛의 무효를 표시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로 그 공이 골네트 안으로 들어갔고 심판은 그대로 3점 득점을 선언해 버렸다. 전광판의 점수는 역전되어 80-78. 수비 팀 코치는 규칙 위반을 항의했고 코트를 떠나지 않았다. 시합에 대한 항의 결론은 시합 장소에서 내려야 함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합이 끝나기가 무섭게 네 명의 심판들은 체육관을 바로 떠나 버렸고 그 후 아무도 체육관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진 팀은 리그 담당자에게 0.3초 규칙을 재확인 한 후 시합 결과에 대해 정식 이의를 제기 했다. 시합 중 심판에게 확인까지 거친 규칙을 심판들이 위반할 수 없다고 했다. 당연한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의제기를 받은 리그 입장은 또 달랐다. 심판들의 잘못은 인정하지만 이제와서 승패의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리그의 규칙 상 심판의 오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경우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고 했다. 즉, 아직 시합이 끝나지 않았는데 시합을 종결시키거나 부당하게 무승부 시합을 허용하거나 깨는 정도라고 했다. 시합을 하다 보면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오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규칙 적용에 잘못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모두가 오심을 인정해도 시합 결과는 당일 시합 장소에서 번복되지 않는 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오심으로 인해 시합 결과를 바꾸기 시작하면 이의가 제기되는 시합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고 그 때마다 모든 시합 내용을 재고해야 하는 등 리그 운영에 많은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규칙은 분명히 지키라고 있는데 심판들 자신이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특히 오심이었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는 데에도 그냥 지나간다면 규칙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리그의 입장은 그렇다고 해서 시합의 결과를 바꾼다면 그 것은 또 다른 규칙의 위반을 초래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규칙들 가운데 꼭 지켜야 하는 게 있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느냐고 질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 고의성이 없었으나 만일 리그 차원에서 해당 시합의 결과를 번복 한다면 그 것이야 말로 확실히 의도적인 규칙위반 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규칙위반의 고의성 여부가 승패를 좌우 했다. 주목할 것은 그 날 시합을 벌인 두 고등학교의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두 학교 모두 서로 그 시합을 이긴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한 학교는 시합 결과를 80-78, 다른 학교는 78-77로 보고 있다. 두 번 다시 보기 힘든 진기한 시합이었음에 틀림없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