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중 이민개혁은 성사될 수 있을까. 대답은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 달려있지만 대답의 내용은 그들 자신도 지금은 알지 못 한다. 지난주 하원 공화당의원 연례 수련회는 이 대답을 찾기 위한 토론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흰 눈 덮인 메릴랜드 주 체사피크 베이 리조트에서 열린 사흘간의 이 전략모임에선 중간선거의 해를 맞아 헬스케어, 부채상한선, 예산안 등 금년의 안건들이 모두 거론되었으나 하이라이트는 단연 ‘이민개혁’이었다.
그저 오바마 대통령을 “반대하는 정당”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으로 거듭 나는 공화당의 이미지 업그레이드를 다짐한 존 베이너 연방하원의장은 모임 둘째 날인 지난 30일 오랫동안 기다려온 하원 공화당의 이민개혁 원칙을 공개했다. 포괄적 개혁안 대신 8개 문단으로 짤막하게 정리해 내민 종이 한 장에 불과했으나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했다. 지난해 6월말 상원의 포괄적 개혁안이 통과된 이후 하원에서 죽은 듯 고여 있던 이민이슈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원칙의 골자는 간단하게 두 마디로 정리된다 : 먼저 국경경비와 국내단속을 확실하게 강화한다. 그 후 자격요건을 갖춘 기존 서류미비자에게만 신분합법화를 허용한다.
원칙을 공개한 하원지도부는 일반의원들의 속마음을 듣기 원했다. 각 의원들에게 의견 개진의 기회가 주어졌고 찬반토론이 이어졌다. 비공개였던 토론의 내용이 흘러나온 것은 주말부터였다. 반대가 우세했던 분위기로 전해진다.
“약 3분의 2가 금년 내 개혁안 추진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 중 절반은 신분합법화가 사면이라면서 원칙적으로 반대했고 나머지 절반은 중간선거를 앞둔 지금은 적절한 때가 아니라고 반대했다”고 전한 개혁추진파 라울 라브라도 의원은 2014년 성사 가능성에 낯빛을 흐렸다. 추진에 앞장서온 지도부 일부의원들도 “오바마에 대한 불신이 너무 팽배해있다”면서 연내 실현에 난망을 표했다.
원칙 공개 전부터 공화당 대 공화당의 찬반 내전은 이미 시작되었었다. 라디오 토크쇼와 보수 웹사이트를 통한 극우파의 선전포고가 잇달았다 : “공화당의 정치적 자살이다” “지도부가 당을 분열 시키려는가” 선동적 비난과 함께 드러지 리포트에는 멕시코 모자 솜브레로를 쓴 베이너의 합성사진까지 올라왔다.
일반 하원 공화의원들의 ‘이민개혁 원칙’에 대한 반응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다. ‘사면 반대’ 강경파와 추진 찬성 중도파, 그리고 신중을 촉구하며 원칙 내용보다는 중간선거의 영향을 걱정하는 대다수다.
아직 마음을 못 정한 이들의 우려에도 일리는 있다 : “이미 오바마케어 난국으로 공화당의 중간선거 입지가 유리한데 왜 공격 포커스를 분산시켜 선거판을 흔들려 하는가” “개혁안이 통과되면 분노한 보수 유권자들이 기권, 중간선거 공화당 승리의 열쇠인 투표율이 하락할 것이다” “오바마가 개혁법을 제대로 집행할지 신뢰할 수 없다”…
이 같은 정치적 시각에서 보면 공화당의 이민개혁 내분의 쟁점은 ‘타이밍’이다. 이민개혁이 필요하며, 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루어져 있다. 문제는 ‘언제?’다. 반대파는 2014년 중간선거 승리가 급하니 그 이후로 미루자는 주장이고 추진파는 2016년 대선을 겨냥, 지금 안하면 늦는다고 경고한다.
이민표밭의 급성장은 현실이다. 현재로선 공화당의 미래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다. 퓨센터의 라티노 유권자 조사에 의하면 2008년엔 970만명이 투표하여 공화당 후보보다 오바마에게 350만표가 더 갔고, 2012년엔 1,250만명이 투표하여 표 차이가 550만으로 늘었으며, 이 추세가 계속되면 2016년엔 1,600만명이 투표하여 민주당 후보에게 700만표가 더 갈 것으로 집계되었다.
자신이 처한 이 같은 현실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대처한다면 공화당은 ‘위협’을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아시안과 라티노 이민 대다수의 보수적 가치관은 장기적으로 공화당 표밭 확대의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중간선거의 당 경선이 끝난 후인 6월 쯤 하원 본회의에서 이민개혁안을 통과시킨다면 공화당 의원들의 금년선거 걱정도 줄이면서 2016년 대선 위한 표밭 닦기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이민개혁 금년 내 성사’는 공화당에게도 데니스 해스타트 전 하원의장의 충고처럼 “정치적으로 스마트하고 도덕적으로 올바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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