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적으로 나라마다 사회적 이슈의 으뜸으로 부각되는 분야중 하나가 노인 복지문제이다. 의료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수명은 눈에 띄게 늘어나는데 노인을 책임질 경제활동 인구층은 출산 기피 경향으로 오히려 슬림화 되어가는 이중 압박 현상 때문이다. 전통적 경로사상의 기반위에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한 본국의 형편은 보다 심각하여 쓸모없이 버림받았다는 고립감으로 노인 자살률이 세계 으뜸을 다투는 역설을 연출하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와는 반대로, 노인들이 오히려 젊은 세대에게 ‘우리는 행동한다. 고로, 우리를 따르라’는 듯이 사회적 기능의 선봉에 서서 위대한 행진을 선도하며 모범이 되고 있는 자생 조직이 워싱턴한인노인회, 아니 좀 더 거시적으로 보면 미주 한인노인 집단이 아닐까 싶다 .
주미 일본대사관의 강력 반대 로비에 부딪쳐 버지니아 동해병기 법안의 주 상원 통과가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미주한인의 목소리’와 한인연합회의 긴급소집으로 구성된 의회 참관 지원단의 대형 버스 안 풍경을 보자. 사안의 어려움을 예시나 하듯 강추위 눈폭풍으로 두 차례나 연기된 주 상원 의결 당일인 1월 23일 아침 8시 동원 부장 역의 노인 회장 안내로 버스에 올라보니 지원단의 모집이 여의치 않다는 전언과는 달리 버스 안은 이미 만석에 가까워 맨 뒤쪽 화장실 옆자리에 동행 지인과 자리를 잡았다. 곧이어 자리가 부족하여 막상 나를 불러낸 지도부 인사는 개인차에 편승할 수 밖에 없었고 노인회장 자신도 자리가 없어 화장실 옆 구석에 쓰레기통을 뒤집어 놓고 웅크려 않는 불편을 자원하는 것 이었다. 대부분인 50명 정도는 노인회 소속인 듯 한데 예외 없이 여자 분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노인회의 신속한 동원능력이 감탄스럽기도 하였지만 추위와 교통 불편을 마다않고 물 한 병 바나나 한 개, 계란 한 알로 아침을 대신하며 이날의 역할을 자임하는 ‘나이든 젊은이들’의 표정에서 미주한인 운동의 희망을 보는 듯하여 여간 흐뭇하지가 않았다. 이들과 내가 꿈꾸는 2세 한글교육은 결국 서로 다른 길을 택해 막강 한국외교 후원군 결성이라는 동일 목표에 이르기 위한 노인과 손자들의 대행진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버지니아 노인회원들은 이미 주하원의 마크 김 의원의 당선을 도운 실적으로 말해 주듯이 한인 참정권 및 시민운동의 일익을 훌륭하게 감당하고 있는 현역인 것이다. 버지니아 상원 의사당에 들어서니 리치몬드를 중심으로 한 남부 한인회에서 동원한 50 여명이 가담하여 복도는 통행이 어려운 북새통을 이루었고 130명 방청석은 한인들로 만석을 이루어 회의장을 압도하고 있었다. 이렇게 친한계 의원에는 자신감을, 표심에 민감한 중도계에게는 찬성을 유도하여 막강 재력과 국력을 기울인 일본의 반대 공작을 무력화시키며 한인 민초들의 풀뿌리 참정 운동이 31-4의 압승을 거두게 했다. 미주 한인사회 투표 참여와 참정권 확장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귀중한 교훈과 함께 미주 한인동포운동을 획기적으로 촉성할 수 있는 일대 전기를 마련한 것이었다.
그러나 어제 위대한 행진에는 끝이 없다. 이 귀중한 민족자존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 하다고 본다 .
몇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모두가 자중하여 자기 자랑을 삼가 하여 동포사회의 단합을 저해하지 말아야 한다. 더욱 겸손하게 주류 정치지도자들과 유대를 강화하며 주류사회에도 연대, 교류하는 일상에 힘써야 한다. 전국적인 동포 연대조직을 구축하여 효율적인 연락 및 정치 운동의 네트웍을 마련해야 한다. 동포 인적자원을 노인회와 같이 신속 동원 그룹과 편지쓰기와 이메일 보내기에 능숙한 젊은 전문인 그룹으로 이원화하여 시위참여와 이메일 공략의 양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조직화 해야 한다. 동포 지도부는 자립 자율성을 추구하여 대사관이나 본국 정부에 의지하거나 요구 하는 행태를 가급적 자제한다 등이다.
이 위대한 행진의 성공이 곧 1903년 이민 선조들이 처참한 노동 환경 속에서도 독립 운동 자금을 헌납 하며 자녀 교육에 힘써 조국 사랑과 민족 자존을 함께 추구한 개척 정신을 올바로 받들어 이어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번 동해 병기운동의 최종 성패에 관계없이 이미 희생적 기여와 모범을 보인 모든 한인 지도부와 참가자에게 감사와 경의를 드리며 미주한인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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