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마우스 누르기를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남들과의 소통수단으로 구석기 시대 사람처럼 종이편지를 띄우거나, 재래식 가정용 전화기와 버턴을 누르는 구식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나는 지금껏 최신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의 모니터를 밀고 당겨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첨단 정보기술이란 I.T(Information Techonolege)에 관한 글을 쓴다는 건, 주제 넘는 접근이라 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이 I.T 물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나의 심경을 토로함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1750년부터 100년에 걸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많은 실직자들이 생겨 났었다. 그러나 1980년도 후반부터 불과 20여년에 걸쳐 불기 시작한 메가톤 급 I.T혁명은 전 세계에 걸처 산업혁명 백년보다도 엄청나게 많은 실직자를 쏟아 내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생활 패턴을 송두리째 바꿔 놓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내가 쿠퍼티노 지역에 살 때, 내 집에서 3백미터 쯤 떨어진 2층 낡은 목조 건물에서 시작한 애플이 지금 그 근처의 넓은 대지에 궁전 같은 사옥을 짓고 있다. 그리고 쿠퍼티노 인근에는 구글, 휴러팩, 인텔, 시스코, 야후 등 세계 굴지의 전자회사들이 자리 잡고 있어 내가 살고 있는 이 실리콘밸리 지역을 세계에서 제일가는 부자 마을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강력한 빛 반대편에는 그 강도 만큼의 그늘이 생겨 나듯이 빈부의 격차를 천길 만길 벌려 놓았을 뿐 아니라, 이 I.T란 블랙홀은 많은 유사 기업체를 빨아 삼키고 말았다. 그 중에도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출판계가 그 하나다. 대다수의 교인들이 성경을 들고 교회에 나오던 시절은 옛말! 멀리는 10년 전만해도 기차나 전철 안에서 책장을 넘기는 승객을 흔히들 볼 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책을 들었던 그들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리고 있는 현상을 우리는 현실로 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곧 전세계의 그 많은 책방들의 문을 닫게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의 종교서관이나 을지서점 등 열 곳 중 여덟 곳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미국의 대형 서점 체인인 보더스(Borders)가 셔터를 내린 것도 그 한 예다. 책 파는 판매대가 사라졌으니 나 같은 글쓰는 글쟁이들의 책이 팔릴 턱이 없다. 이러한 악순환은 수요와 공급의 함수 관계로 해서, 결과적으로 많은 수의 출판사를 도산(倒産)으로 몰아 넣는 현상을 초래 했다. 그 실예로 60여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의 3대 출판사로 알려진 동아, 교학사 그리고 민중서관 중에 내 책을 가장 많이 출간 해 준 내 친정집 같은 교학사의 실태를 살펴 보자! 교학사는 이번 역사 교과서 파동 훨씬 이전에도 I.T란 세찬 바람 때문에 한때는 6백여명이 었던 사원을 2백명 정도로 줄일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 이번의 역사 교과서 파동으로 해서, 더 큰 곤경에 빠져 들고 있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한편 이 I.T 혁명의 그림자에 가려져 빛바래 가고 있는 또다른 분야가 있다면 그건 우리들의 삶의 모습들을 종이 사진에 담아 간직하게 했던 라이카나 캐논 같은 카메라와 코닥이나 후지필름등의 필름 업체일 것이다. 그리고 음반과 비디오 등의 체인업체도 그렇다. 한편 수년 전만 해도 우리의 승용차의 콤패크타 속에 몇 종류의 도로표지 지도가 들어 있는게 필수였지만, 이젠 그도 자취를 감추고 말지 않았는가? 그뿐인가 우리 손에 항상 들려있기 마련이든 전자계산기도 스마트폰에게 잡아먹혀 그 제작 회사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sas Instrument)도 문을 닫지 않았는가?!하지만 이 I.T 혁명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뭐니뭐니 해도 전세계의 우체국일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미국은 지난 10년 사이에 4천곳이 넘는 우체국의 문을 닫았고 앞으로도 2천곳이 더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0년 전만 해도 내가 우체국에 들렸을 때, 차례를 기다리는 긴 줄이 해가 갈수록 줄어 들었고 낯익은 우체국 직원들의 얼굴도 한 둘씩 사라져 가고 있었다.
어느 날 내가 그 우체국에 들렸을 때, 내가 그녀에게 한국에 보낼 원고지 뭉치를 내밀면 미소짓는 얼굴로 “아버님 건강 하시지요? 지난 주 선생님의 수필 잘 읽었어요!” 라고 말해 주던 40대 초반의 그 한국인 여직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옆 자리 직원에게 물으니 얼마 전에 레이업(해고) 당했다는 것이다. 그날 따라 철갑용 직장의 메카라고 불리우던 우체국 안은 저녁노을이 깔린 서산마루 같이 어둑침침 해보였고, 몇 남지 않은 직원들의 얼굴에도 앞날을 걱정해서 인지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 있었다. 나는 우체국 문을 나서면서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아버님”이라고 불러주던 한국인 여직원이 앉았던 그 빈자리를 한참 동안 뒤돌아 보고 서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 인간이 기계를 지배해 왔지만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I.T 기기는 이제 우리 인간을 로봇트 처럼 부려 먹고 있다. 그래서 어린이나 어른의 심성(心性)은, 대동강의 겨울 강바닥 같이 차가와졌고, 아마죤이나 미시시피 강뚝(江邊)처럼 황폐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란 표어가 옛적에 전봇대에 나붙어 있던 ‘불조심’ 딱지 같이 퇴색해 버렸고, 희미한 촉광의 전등불 밑에서 밤 늦게 까지 써서 우체통에 집어 넣은 편지를 받아 군밤 같이 고소하게 읽었던 그 시절이 이제는 ‘아 옛날이여!’ 로 되어 버린 우리의 현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건강하게 살아보기 위해, 한웅큼의 약을 입에 털어 넣고 산다. 하지만 지난 세월에 우리의 상처 부위에 된장을 듬뿍 찍어 부치고, 무명배를 쭉 찢어 붕대 처럼 감으면 피는 멎고 얼마 안가서 그 상처가 씻은 듯이 나았던 그 투박한 삶의 지혜가 그리워짐이 비단 내 나이 탓 때문 일까? 하지만 I.T 강국이라고 불리우는 우리 한국이나 미국보다는 I.T강국이 아니면서도 목가적(牧歌的)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안델센의 나라 덴마크를 비롯해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 등이 ‘삶의 행복지수!’가 월등하게 높다는 점에서 그 회답을 찾을 수 있을것 같다. Jevi49@gmail.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