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본보 외신면에 재미있는 사진이 한 장 실려 있다.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4명의 여성 국방장관들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다.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네델란드의 국방장관들이 모두 여성이란 말이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이 사진을 가리켜 ‘남성들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는 새로운 시대의 예고’라고 표현 했다. 여걸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여걸이라고 불릴만한 여성 지도자가 이 시대에 존재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존재한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
누구인가? 독일 여성총리인 앙겔라 메르켈(61)이다. 그는 동독출신이다. 더구나 목사의 딸인 메르켈은 동독 공산치하에서도 기독교 신앙을 버리지 않았으며 동독 정부의 입각제의를 과감히 거절한 여성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정치인이다. 남북이 통일된 후 북한여성이 통일된 나라의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메르켈은 경호원 수행 없이 직접 마켓에 가서 줄을 서서 장을 보는 주부이며 겸손하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즉시 사과할 줄 아는 정치인이다. 경쟁관계에 있는 상대방의 선거공약도 받아들여 실천할 만큼 아량이 넓어 야당인 사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데 극적으로 성공해 3선 총리의 관록을 누리고 있다. 그는 수렁에 빠진 독일경제를 구해 냈으며 독일을 명실상부한 유럽 제1의 강국으로 이미지를 끌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영국의 마가렛 대처 총리도 ‘여걸’로 꼽히지만 대처와 메르켈은 좀 다르다. 대처는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좌파를 탄압했다. 당내에서 반발이 일자 “우리 당에는 아직도 합의의 정치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을 배신자로 간주한다”며 좌파와의 비타협을 강조 “영국이 사는 길은 이 길밖에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슷한 사고방식이다. 박 대통령은 야당과의 타협은 시간낭비이며 차제에 한국에 만연하는 좌파세력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타협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메르켈 총리는 좌파를 탄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끌어안고 입각까지 시킨다. 그들의 건의도 받아들인다. 통일된 지 15년이 넘도록 계속되는 동서독 갈등의 봉합을 행동으로 시범 보인다. 독일 국민들은 메르켈에게서 희망을 발견한다. 그래서 국민들은 옷 못 입기로 유명한 그를 ‘무티(어머니의 애칭)’라고 부른다. 남자 정치인들이 이루어내지 못한 국민통합을 이루어 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메르켈은 자신의 잘못뿐만 아니라 독일의 잘못도 과감하게 인정한다. 그가 이스라엘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독일이 유대인에게 저지른 죄에 대해 독일은 자자손손 대를 이어가며 사죄해야 한다”고 선언한 연설은 역사에 남을 명연설이다. 일본의 아베 총리와는 너무나 대조를 이룬다.
미국에서도 여걸시대가 열리고 있다. 다음 대통령 후보로 힐러리 클린턴이 유력시 되고 있다. 힐러리는 능력있는 정치인인가? 국방장관을 지낸 게이츠는 최근 펴낸 회고록에서 오바마, 바이든을 포함한 모든 민주당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서만은 극구 칭찬하고 있다.
큰 일이 터지면 힐러리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인 자신이 함께 참석하게 되는데 이때 의견을 제시하고 토의하는 과정에서 힐러리가 보여준 능력에 게이츠는 여러 번 감탄했다는 것이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이 스마트하고 아이디어가 많으며 유머가 있고 실제적이며 생각이 깊은 인물이라고 평하면서 세계 어디에서든지 미국을 대표하는데 손색이 없는 정치인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을 신문기사로만 읽었을 때는 그저 그런 여성 정치인으로 알았는데 같이 일 해보니까 자신이 얼마나 그릇된 정보 위에서 사람을 판단했는지 깨달았다며 힐러리를 본 이후부터는 사람을 남의 이야기만 듣고 평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말하고 있다. 공화당 중진인 게이츠가 민주당 정치인을 높이 평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만약 힐러리 클린턴이 다음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천지개벽하는 미국 역사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미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에 여성인 자넷 옐런이 엊그제 부임했다. 바야흐로 여걸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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