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공립학교 통역인으로 일할 때 약물복용으로 걸린 학생의 통역을 맡아 6시간 동안 함께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저녁에 부모교육 통역도 함께 하며, 우리 자녀들이 다니는 미국 공립학교의 알콜·담배·약물 사용에 대한 현실을 처음 접하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제 상담사가 되어 한인 2세나 1.5세 청소년들을 만나 상담을 하며, 신뢰가 쌓인 후 그들이 말해주는 현실을 들을 때마다 속상하고 가슴이 먹먹하다. 세미나와 글을 준비하며 페어팩스 카운티가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조사한 통계를 보고 적잖게 놀랐다. 독자들 중에는 “설마… 우리 애는 공부 잘하고, 아니예요"라는 막연한 신뢰로 이 문제에 관한 대화를 남의 일로 접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분명 이런 사실은 대면하고 인정하기 불편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가 하냐, 안 하냐’의 문제보다, 아이들이 다니는 미국 학교의 현실을 제대로 알아 예방책과 부모와 사회가 도울 방안을 함께 고민하자는 것이 필요하다.
2013년 통계에 의하면 청소년들이 가장 흔히 사용하는 약물은 알콜이다. 총 학생의 20%(12th: 41%, 8th: 13%)가 한 달 동안 술 마신 경험이 있으며, 아시아계 학생도 10%가 된다. 담배를 핀 학생은 5%(12학년은 10%) 며 아시아계 학생은 3.2%다. 더 놀라운 사실은 지난 한 달 마리화나를 핀 학생은 11%로 담배보다 더 높고 12학년은 20%, 아시아계 학생도 5%가 넘는다. 실제로 마리화나 소지나 흡연으로 걸려 상담소를 찾는 한인 학생의 수도 적지 않다.
부모들이 간과하는 약물 중 하나가 시중에서 쉽게 구입하는 감기약과 바이코딘이나 옥시콘틴 같은 처방 진통제다. 이 같은 약물은 냉장고나 찬장이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 보관하거나, 자물쇠가 달린 약상자 구입을 권한다. 특히 한국 문화는 술에 관대하고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아이들이 부모의 술을 물병에 담아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한 달 동안 어떤 종류든 술·담배·약물 (ATOD) 등을 사용한 학생이 30%(8학년 15%, 10학년 28%, 12학년 44%)란 통계는 실로 충격적이다. 약물 사용이 청소년들에게 더 치명적이고 학습과 기억 등 신체에 미치는 영향도 무섭지만, 즉흥적이고 판단력이 부족한 사춘기 자녀들이 약물의 영향 하에 운전을 하거나 무분별한 결정과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 더 문제다. 또한 우울증과 자살충동에 더 시달리며 무기를 소지하거나 성관계에 더 적극적이고 높은 성폭행 위험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면 몸에 해롭고 문제를 일으키는 이 물질들을 아이들은 왜 복용할까? ‘친구들에게 멋지게 보이려고’ ‘친구의 권유를 거절 못해서’ ‘호기심’ 그리고 ‘환각을 통해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서’라고 답하였다. 실제로 상담소에는 우울증이나 극심한 스트레스 조절 방법으로 약물을 사용한다고 보고한 학생들이 적지 않다.
대화가 쉽지 않은 자녀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몇 가지 조언을 나눈다. 1) 방과 후 활동과 지역사회 봉사에 참여 2) 학교 성적 향상 3) 부모의 긍정적인 반응 4) 주위에 대화 가능한 어른이 있는가 5) 자녀의 의견이 집안의 의사결정에 반영 되는가 등이다. 마지막 조언이 대화가 힘든 청소년 자녀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청소년기 자녀에게 더 이상 통보가 아닌 의견을 묻는 일, 그를 존중하고 결정에 반영하는 것이 대화의 첫걸음임을 강조하고 싶다. 또 이 글을 읽은 후 자녀에게 “너도 술이나 마약 하니?"라고 다짜고짜 묻지 않아주길 부탁한다. 그것은 ‘자녀가 이미 그렇다’는 짐작을 내포하기에 아이의 마음을 닫게 만든다. 대신 “오늘 이런 정보를 접했는데 많이 놀랐고 또 배웠다. 네가 이런 현실에서 공부하고 학교를 다니는지 몰랐네. 그 속에서 너를 지키며 살아주어 참 기특하고 고맙다"라고 자녀에게 가지고 있는 신뢰를 먼저 보여주고 말문을 트는 것이 좋다. 그 후 “혹시 친구가 권하거나 그런 일로 고민을 하게 될 때 언제든 찾아와 상의해주길 부탁 한다"라고 덧붙이면 아이는 자신을 믿어주는 부모를 고맙고 가깝게 느낄 것이다.
만약 아이의 약물복용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큰 충격과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화를 내고 때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은 아이에게 반항심과 죄책감만 일으키지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선 시간을 가지고 감정을 추스린 후 아이에게 먼저 설명할 기회를 주고, 대화를 시도하며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청하기를 권한다.
counseling@fccgw.org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