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정치 1번지인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주에서 동해병기 법안이 쟁점화되고 있는 것은 아주 의미심장한 일이다.
그동안 VA주 의회에서는 ‘일본해’가 되던, ‘동해’가 되던 별 관심이 없었다. 굳이 이역만리 떨어져 있는 한국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었고, 또한 교과서 수정을 예산 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인들의 주도 아래 동해병기를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해 버지니아 주의 이슈로 만들면서 미 주류사회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얼마 전, VA주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던 동해병기 법안이 하원에서도 문제없이 통과될 것 같은 분위기로 언론은 보도하였고, 지역 정치인들은 동해병기 법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그러나, 막판에 곤욕을 치르며 하원 교육 소위원회에서 5:4 로 간신히 통과되었다. 그곳에 있던 한인들은 열광했고 집이나 일터에서 결과를 들은 한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처음투표에 쉽게 통과할 것이라는 기대가 깨진 이유는 주미 일본대사가 VA주지사에게 동해병기가 통과되면 무역파트너에 손상이 갈 것이라는 노골적인 경제적 압력을 가하는 편지를 보내어 주지사의 마음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기로에 선 맥컬리프 주지사”라는 제목으로 워싱턴 포스트에 실리기도 하였다. 이처럼 일본은 경제적 압력을 외교적 무기로 사용하는 패턴이 있다.
현재 VA주 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해병기 싸움은 한인들의 정치적 힘과 일본의 경제적 힘 중에서 누구의 힘이 더 쎄냐에 그 승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은 미국에 투자한 기업과 인력창출로 버지니아 주정부를 압박하고, 버지니아 한인들은 대표자를 뽑는 투표자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즉, 한인의 정치적 압력이 일본의 경제적 압력에 맞서서 싸우는 새로운 병기가 된 것이다.
오래 전 부터 일본은 경제적 압력을 독도 문제에도 활용해 왔다. 일본은 독도를 한국이 사실적(de facto) 지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한국이 독도를 법률적(de jure)지배를 하기 위해서 독도에 비석 건립 혹은 시설물 설치 등을 하려고 시도하면 경제적 압력을 통해 저지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도 세계 제 12위 경제대국이 되면서 경제적 압력의 약발도 약해지자, 이제는 교과서 왜곡과 국제사법재판소 단독 제소 등의 수법을 구상하면서 독도를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따라서 동해병기 싸움은 독도 분쟁의 연장선상에 있기에 일본의 집요한 방해공작과 투쟁이 예상된다.
일본의 경제적 압력 뿐만 아니라 일본인의 집결력이 동해병기와 독도, 그리고 위안부 사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처음에는 움직임이 그리 크지 않아 보이는 일본인들은 결정적인 순간에는 소리를 내고 힘을 합하여 공격에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일본인들의 결집력에 대항하여 한인들의 단결력도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글랜데일 시립공원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위안부 소녀상)’의 철거 요청 사건 만해도 조용한 것 같더니만, 백악관 청원사이트 접속률 10만을 쉽게 넘어가 버렸다. 이에 반격에 나선 한인들의 노력으로 한인들도 며칠 만에 10만을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동해병기나 성노예 소녀상 문제는 단지 동해병기의 지칭이나 소녀상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주 한인의 단결력으로 동해병기가 미국내에서 통과됨으로 독도문제도 힘을 받을 수 있고, 위안부 소녀상이 공원에 서 있으므로 많은 사람들에게 일본역사의 만행을 알릴 수 있는 것이다.
이제 하원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동해병기 법안은 몇 번 더 넘어야하는 산이 있다. 일본 정부는 밧줄을 더욱 꽉 잡을 것이고, 한인들은 그에 맞서 싸워야 할 것이다. 우리는 VA주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에게 우리의 정치적 힘을 알려주어야 한다. 정작 그들을 뽑는 우리들이 있다는 것을… 앞으로 남은 하원 표결 대결과 마지막 주지사 서명에 이르기까지 미주 한인과 한국정부가 다시 한번 뭉쳐 한국인의 정치적, 경제적 역량을 과시하면서 압박하는 힘의 전략을 펼쳐야 한다. 아무리 일본의 경제적, 외교적 간섭이 심하다고 할지라도, 우리의 후세들에게 역사의 진리를 가르치고, 정의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힘이 없으면, 흠이 된다. 디아스포라로 나와 있지만 정작 한국민의 소리가 필요한 곳에 헤쳐 모여를 주저하지 않는 것이 해외동포이다. 이럴 때 일수록, 한인들은 정치력 신장으로 우리의 소리를 내야 할 것이고, 한국의 정부나 기업은 과감한 투자로 외국에 나와 있는 동포들을 도와야 한다. 왜냐하면 해외동포의 정치력 신장이 한국의 새로운 국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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