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다.” 1961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고별사에서 한 경고였던가. 이 군산복합체란 용어에 한 단어가 덧붙여졌다. ‘athletico’란 신조어다. 그래서 나온 말이 ‘athletico-military-industrial complex’다.
그 돈 씀씀이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개최국 경제가 결딴이 나든 말든. 월드컵 축구,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경기를 치르는 비용 말이다. 한마디로 돈 잔치가 되어가는 국제 스포츠 경기 행사 - 어딘가 음모의 냄새가 짙은 그 현상을 빗댄 것이다.
1984년 LA올림픽 때만 해도 그 개최비용은 10억 달러 정도였다. 그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430여억 달러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그 기록이 그런데 간단히 깨질 전망이다.
이미 나온 예상 총 경비만 550억 달러 선에 이른다. 거기다가 경기진행 경비가 수억 달러다. 그뿐이 아니다. 뭐라 해야 하나. ‘철의 링’ - 다른 말로 해 원형의 비무장지대(DMZ)를 조성해 경기장 일대를 둘러쌌다고 해야 할까.
그 외곽에 배치된 군 병력만 3만여 명이다. ‘철의 링’ 가운데에는 4만여 경찰 병력이 대기하고 있다. 미사일발사대와 전자추적 장치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이와 별도로 배치된 공군과 해군 부대도 상시 출동태세를 갖추고 있다. 통틀어 10만에 이르는 이 병력에 이미 개막 한 달여 전부터 전투태세 경보가 내려졌다.
이렇게 해서 열리는 것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이다. 사상 최대의 돈 잔치에, 사상 가장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는 인류의 체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왜. 그 답의 상당부문은 왜 하필이면 소치(Soci)라는 곳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지, 그 설명에서 찾아진다. 소치는 러시아의 남부 흑해연안, 준 열대성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니까 겨울 스포츠와는 사실에 있어 거리가 먼 지역이다. 왜 그런데 그곳이 개최지가 됐나.
‘이유는 한마디로 정치적인 데 있다’-. 푸틴이 간청하다시피 해 개최지가 된 것이다. 이 지역은 비교하자면 러시아의 티베트 같은 곳이다. 러시아가 쳐들어간 그루지야의 남 오세티야가 바로 이웃해 있다. 체첸과도 가깝다. 그러니까 이슬람 테러리스트, 반(反)러시아 세력 등의 준동지역을 그 배후지로 하고 있는 사실상의 내란지역이다.
“그곳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낙점 한 것은 러시아제국의 파워를 전 세계에 과시하자는 것이다.” 서방 관측통들의 하나같은 지적이다. 거기에는 유럽과 미국에 러시아의 위대성을 과시하고 싶은 해묵은 콤플렉스 같은 것도 작용하고 있다.
말하자면 콤플렉스에 푸틴의 오만, 이런 것들이 작용해 내려진 정치적 선택이 바로 소치라는 것이다.
겨울 스포츠에 적합한 지역이 아니다. 때문에 인공 눈을 내리게 하는 등 시설투자에 막대한 돈이 든다. 주 경기장에서 편의시설 건설 등에 쏟아진 돈은 지금까지 550억 달러가 넘는다. 문제는 그 돈의 3분의 1이상은 관리들이 착복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올림픽마다 스캔들이 없는 경우는 없다. 소치 동계 올림픽의 경우 그 부패의 정도가 천문학적 이다. 가히 범죄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 소치 올림픽은 그러면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푸틴의 광상곡에 지나지 않는다. 가디언지의 지적이다. 오직 정치가 그 목적인 돈 잔치도 돈 잔치지만 테러의 위험성이 큰 데서 나온 진단이다.
폭탄자살 공격을 마다않는다. 그런 여성 테러리스트 ‘블랙 위도우’(black widow) 다섯 명이 이미 오래 전 ‘철의 링’ 가운데 지대에 잠입해 있다는 것이 서방측의 정보 보고다. 그 소치를 미국무부는 위험지역으로 분류하고 여행을 자제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흑해에 해군 함정을 파견해 철수방안도 마련해 놓고 있다.
“소치 올림픽은 푸틴 러시아에 있어 하나의 변곡점이 되고 있다.” 헤리티지재단의 에어리얼 코언의 지적이다. 이슬람 테러리즘, 만연한 부패, 인권탄압, 외국인혐오증세로 찌들어 있는 것이 오늘날의 러시아다. 이 사회적 질병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하는지 소치 올림픽은 그 시금석 같은 계기가 된다는 점과 관련해 내린 진단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소치는 바로 이슬람 반군세력의 진원지에 근접해 있다. 이 점에서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질지 여부는 러시아의 진로에 대해 한 가지 방향성을 제시해준다는 것이다.
서방의 인권공격을 견뎌냈다. 그러면서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테러리즘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열리게 된 것이 소치 동계올림픽이다. 1980년 서방의 보이콧으로 반쪽이 된 모스크바올림픽 이후 처음 러시아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그 푸틴의 도박은 과연 성공할까. 불길한 생각이 앞선다.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결국은 단기적 성공에 끝나지 않을까. 부패한 일당 독재체제에 저항해 일어선 우크라이나 사태. 그게 머지않은 장래의 러시아의 모습으로 보여 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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