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 탄신 기념일이었다. 39세의 젊은 나이에 저격을 당해 세상을 떠난 짧은 삶이었지만 그가 이 세상에 끼친 영향이야 말로 그 누구에 비해 부족함 없다. 대부분 그의 사망 후에 미국에 온 우리 한인 이민자들은 그의 희생이 우리에게 직접 연관이 없다고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 킹 목사와 그 외 다른 많은 민권운동가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여러 법적 권리들을 제대로 누리며 살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1964년에 제정된 민권법이야말로 그러한 민권운동가들의 피와 땀의 결실이었다. 그 법으로 말미암아 공립학교, 직장고용, 유권자 등록, 공공장소와 관공서 시설 사용, 정부기관 등에서 인종적 차별 행위가 금지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법적 혜택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받고 있는 바 이들을 얻기 위해 폭행, 구속, 심지어 목숨을 바치는 것까지 마다치 않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의 공헌을 기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 감사를 마음속으로만 아니라 겉으로 표하는 것도 괜찮다. 그런 맥락에서 킹 목사 탄신 기념일에 한인 상인들이 워싱턴 시내에서 흑인들과 함께 기념 퍼레이드에 참석했다는 보도는 나를 흐믓하게 했다.
나는 킹 목사 기념 주말을 맞아 토요일에는 NAACP 페어팩스 카운티 지구 행사에 참석했고 일요일에는 흑인 교회인 마운트 플레즌트 침례교회를 방문해 함께 예배를 드렸다. 이 교회는 약 147년 전 자유를 얻은 흑인 노예들이 세운 교회로서 나는 여러 해 동안 적어도 창립주일 기념예배 때는 방문해 오던 교회이다. 그런데 이번 방문은 내가 출석하는 교회의 주일학교에서 가르치는 9학년 학생들 여럿과 같이 했다.
미국에서 가장 인종적으로 분리된 시간이 일요일 오전 11시라고 한다. 바로 그 시간에 백인 기독교인들은 백인 교회 그리고 흑인 기독교인들은 흑인 교회로 나뉘어져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물론 기독교인이 상당히 많은 한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의 한인 기독교인들 역시 한인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다. 이렇게 인종적으로 나뉘어 예배를 드리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 인종적 갈등의 아픔이 존재하는 미국에서 우리가 일요일 오전 11시에 서로 상대를 이해하려는 전향적 노력을 조금 더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나의 9학년 학생들이 흑인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인이면 종파나 인종에 상관없이 같은 신을 믿고 같은 삶과 행위를 추구한다는 종교적 차원을 떠나, 한인들 특히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전혀 다른 문화적 특성을 보이는 흑인 교회에서의 예배 참석은 좋은 경험이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한인 교회 예배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배 시간이 길고 음악이 많으며 덜 형식에 구애 받으면서도 훨씬 더 정열적으로 예배드리는 외적 요소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킹 목사 탄신 기념주일에 흑인들과 함께 예배드리면서 흑인들에게 킹 목사님의 존재가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 지를 마음 속 깊이 느낄 수 있다.
킹 목사를 비롯한 다른 민권운동가들이 가져다주는 감동을 우리는 흑인들만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들에게 주는 감격도 같은 경우일지 모른다. 그것은 아마 우리가 공유하지 못한 그들만의 고유한 역사와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한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다른 인종의 미국인들에게는 전혀 감흥을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다. 일제치하의 독립 운동가들의 투쟁이나 동해, 독도 그리고 남북통일 문제가 그것일 수 있다. 그러기에 인종, 문화, 언어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곳 미국에서 우리 모두 정말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요구되는 것이다.
내년 킹 목사 기념 일요일에 다른 한인 교회 학생들도 흑인 교회 예배에 한 번 참석해 같이 예배 드려 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니 꼭 그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바로 오는 일요일에 한 번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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