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의 근대사를 통틀어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수많은 격변을 겪으며 험난하고 굴곡진 역사를 거쳐온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특별한 배경 때문에 근대의 사건과 인물을 이념적 편견에 치우침 없이 공정하게 평가하고 기록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진작에 바로잡혔어야 했지만 아직도 미결 사안으로 남아있는 여러 역사적 과제들 중에 정부와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버려져있는 숙제가 있으니 바로 애국가의 작사자를 밝히는 것이다.
2차 대전 후의 신생독립국인 대한민국의 국가의 작사자가 미상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은 한 국가로서의 수치임에도 독립 후 65년의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 모두의 뇌리에서 잊혀지면서 이제는 진실이 아닌 오해마저 생기고 있다. 윤치호 선생의 애국가 친필본이 에모리 대학에서 발견되어 한국으로 환수운동이 시작될 것이라는 최근의 기사 내용은 윤치호 선생의 자손들이 바로 친필본을 에모리 대에 기탁했던 당사자임을 모르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자손들은 대한민국 정부가 윤치호 선생이 애국가의 작사자임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가 미래에 공식적으로 인정하면 그때에 고국으로 돌려보내는 조건으로 에모리 대에 시한부 기탁을 했던 것이다.
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으려면 대한민국정부가 인정하지 않은 이유와 그 이유의 배경과 타당성을 고찰해보아야 한다. 중요한 사실만 요약하면 먼저 윤치호 선생이 애국가를 작사했을 당시의 시대 상황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침략 앞에 나라가 쓰러져가던 그때 많은 애국지사들이 다양한 곡명을 붙여 나라에 대한 애국심을 노래하는 가사를 지었던 것이 30여 곡 이상이나 되었고 내용이 비슷하다보니 부분적으로는 곡명과 가사가 흡사하거나 같은 경우조차 있었다.
식민지가 되어가는 정세 속에서 공식적인 기록이 불가능한 때에 작사자들은 많았기 때문에 스스로 애국가의 작사자임을 주장했거나 작사자로 믿어지는 인사들이 많았던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 혼란스런 상황이 있은 후 반세기가 지난 1955년에 문교부 국사편찬위원회의 애국가 작사 심의위원 13명 중에서 11명은 윤치호 선생임을 주장했으나 2명은 부인했던 것은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 일이었지만 정부는 전원일치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윤치호 선생을 작사자로 인정하기를 거부했고, 그 결정은 지금까지 바뀌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이러한 결정은 대단히 비합리적이며 몰 이해적이고 불공정한 처사로서 정치적인 이유가 게재됐던 것은 아닌가 의심조차 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많은 이견(異見)과 주장이 가능한 사안이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의 합의로 결정된 사례가 있는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잘못된 과거사를 시정하고 윤치호 선생의 작사자로서의 명예를 회복하도록 시급히 조치를 취하는 것이 후대를 살고 있는 우리와 대한민국 정부의 책무이다.
윤치호 선생이 애국가를 작사했다는 사실은 압도적인 증거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으니 첫째, 선생이 1907년에 출판한 찬미가 가사 15편중의 14번째의 가사와 후렴이 지금 우리가 부르는 애국가와 정확히 일치하고 (4절의 ‘님군을 섬기며’는 나중에 ‘충성을 다하여’로 바뀌었음 ) 1945년 10월에 딸에게 친필로 애국가 4절을 써주면서 끝에 ‘윤치호 작’의 네 글자를 명기하여 자신이 저자임을 분명히 밝혔다.
둘째, 1910년에 도산 안창호 선생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국민회의 기관지인 신한민보 9월21일자에 ‘국민가/윤치호 작’임을 밝히고 애국가 4절 전문을 실었다. 셋째, 윤치호 선생과 동시대를 살았던 김동성, 최규남, 백낙준, 서정주, 김을한 같은 인사들이 이구동성으로 확언하는 사실인 것이다. 넷째, 애국가의 작사자로 거론되는 다른 어떤 인물에 관해서도 상기한 확고한 증거들에 비견될 수 있는 기록은 없다.
민족의 선각자로서 대한민국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선생의 후손들이 에모리 대학에서 친필원고를 찾아 선생이 그토록 사랑했던 대한민국으로 금의환향할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그 날부터 우리는 더 이상 작사자 미상인 악보를 보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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