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한자교육이 없어진 게 40년 전이라서 그전 세대에게나 통할만한 표현으로 망신살(亡身煞)이 뻗쳤다라는 게 있다. 그 표현은 불과 두어주 전에 퇴임한 밥 맥도넬 전 버지니아 주지사에게 꼭 들어맞는 말이다. 1월11일 퇴임식 때 상하 양원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기립 박수에 참여했을 정도로 비교적 튼튼한 주 재정 상태를 후임자에게 물려주었대서만이 아니다. 그는 2012년 대선 때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고려될 정도였고 2016년 대선에는 공화당의 유력한 경쟁자들 중 하나로 손꼽힌다는 예상도 있었기에 1월21일에 발표된 연방 대배심원의 기소는 급전직하(急轉直下)의 추락이다. 배심원 재판 결과 때까지는 아무리 무죄 추정이라고는 하지만 맥도넬 자신은 13개 항목 그리고 그의 부인 모린 맥도넬 여사는 14개 항목으로 기소된 것이 현 전직 가릴 것 없이 버지니아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그가 무죄 판결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의 정치적 생명은 끝났다고 단정할 수 있다.
맥도넬 전 지사가 부인 그리고 둘째 딸과 사위를 옆에 세우고 바로 기소장이 공표된 날 자기는 전혀 범법을 한 적이 없고 자기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선물을 준 스타 사이언틱이란 회사의 CEO였던 존 윌리엄스 씨에게 아무런 반대 급부(Quid Pro quo)를 베푼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한걸음 더 나가 자기에 대한 연방정부의 법이론이 그릇되었다고 주장한다. 정치적 헌금 제공자나 선물을 준 사람의 비즈니스를 위해 파티에 참석하거나 지지를 표시하는 것을 연방 범죄라고 규정한다면 오바마 대통령 이하 거의 모든 선출직 관리들이 기소되어야 할 판이라는 것이다.
물론 연방 검찰이 맥도넬 부부의 유죄 판결이라는 결과를 도출한다는 보장은 없다. 맥도넬이 부부 사이라도 이해 관계의 상충 때문에 따로따로 있는 변호사들이 정부쪽의 유력한 증인인 선물 제공자 겸 채권자였던 윌리엄스의 신빙성을 훼손시킬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윌리엄스가 회사 증권 상장과 관련된 범법 혐의 때문에 실형과 벌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 아래서 면책 특권을 준다는 테이블 밑 협상 끝에 그가 증인으로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43쪽에 달하는 맥도넬 부부에 대한 기소장은 창피한 내용이 너무나도 많아 재판 결과가 무죄가 된다하더라도 전 지사의 정치적 재기는 불가능하다. 맥도넬이 2009년 주지사 선거운동을 할 때부터 알게 된 윌리엄스와 그의 회사로부터 자가용 비행기 사용과 별장 사용은 말할 것도 없이 둘째 딸이 주지사 공관에서 결혼할 때 피로연 케이터링에 든 1만5,000불을 윌리엄스의 수표로 처리하는 등 도합 14만불이 넘는 대출금과 선물을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맥도넬 부인인 모린 여사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모린 여사가 윌리엄스와의 회합에서 2010년 주지사 취임식에서 주지사 부인으로서 입을 옷이 마땅한 게 없다고 하면서 도움을 요청했고 윌리엄스는 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찾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단다. 모린 여사가 주지사 당선자의 고위 보좌관인 JE에게 윌리엄스가 오스카 드 라 렌트이 디자이너 의상을 사주기로 했다고 발설하자 JE는 그것이 부적절한 처사이니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경고했고 그 결과 모린 여사는 JE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모린 여사는 윌리엄스에게 이번에는 그 의상을 받을 수 없지만 다음 번에 두고 보자고 여운을 남겼다는 게 윌리엄스의 기억인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2011년 4월13일에는 모린 여사가 윌리엄스를 대동하고 뉴욕의 명품점들에 나타나 오스카 드 라 렌타에서 1만999불, 루이비통에서 5,685불어치를 사는데 윌리엄스가 지불하게 한다. 또 같은 해 8월 달에 모린 여사가 윌리엄스의 손목에 롤렉스 시계가 있는 것을 보고 자기 남편도 롤렉스 시계를 찼으면 좋겠다고 했단다. 윌리엄스가 그런 고급 시계를 주지사가 소유하는 게 합당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린 여사는 남편을 위해 시계를 사달라고 해서 ‘71대 버지니아 주지사’라는 글귀가 시계 뒤딱지에 새겨진 롤렉스를 진상했다는 데야 입이 벌어질 판이다. 유죄 판결을 받으면 미국 정부에서 압수할 28가지 품목들 가운데 위의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밖에도 윌리엄스에게서 5만불씩 두 번이나 빌리고도 재융자 신청 때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등의 항목도 있다. 윌리엄스 회사의 보조식품 선전장으로 주지사 공관을 쓰게 했다든지 주의 보건관리들에게 어떤 품목의 건강 효능을 주립대학에서 연구 조사를 시키는 게 어떠한가라는 제안을 한 것 등 반대 급부적인 행동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모린 여사가 20대 초반인지 레드스킨스의 응원단원이었다는 경력이 생각을키운다. 배우들과 흡사한 화려한(?) 직업 탓에 명품병에 걸려 남편을 곤경에 몰아넣은 게 아닌가라고 상상해 본다. 그러나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면 수신과 제가에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 맥도넬이 부인만 원망할 수도 없을 것이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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