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 순 연방 노동부 선임경제학자 평통 고문
작년 11월 북한의 잔인한 숙청바람이 일어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1월6일 기자회견에서 ‘대박’ 통일을 천명하는 등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한반도 통일에 관한 논의들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반도의 통일은 한반도와 주변의 상황이 성숙되어 가는 역사적 흐름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에 따라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정책적 관심이 실질적인 통일 달성에 중요 관건이 되고 있음은 독일통일의 역사적 사실을 관찰하여도 알 수 있다. 특히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전략정책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느냐 하는 것은 주요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후반부터 워싱턴 정가에는 북한에 대한 정책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의 북한정책이란 북한의 비핵화와 미사일 중단을 위한 정책으로서 이를 성취하기 위하여 20년 가까이 온건과 강경의 방법을 교차하면서 추진하여 왔지만 뚜렷한 결과를 이루지 못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근래 이 변화의 조짐은 지난 20년 동안 북한정책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 있기 때문이다. 그 교훈은 두가지이다.
첫째는 북한의 핵은 북한이 어떠한 국가이익을 얻기 위하여 활용하고자 하는 협상카드의 한 목록이 되는 것이 아니고 북한의 체제와 직결되어 있다는 교훈이다. 김일성·김정일 헌법이라고 칭하는 2012년 4월13일에 개정된 북한헌법에 북한을 ‘핵보유 국가’라고 과시하고 있는 것은 북한체제와 핵보유를 동일선상의 우선순위로 놓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증거이다. 정책 과시에도 핵을 ‘전략보검’이라고 또는 ‘보물’이라고 내세우고 있으며, 핵무기와 경제를 병진정책으로 추진하여 오고 있던 김정은 정권이 최근 경제의 축을 담당하던 장성택을 숙청한 것도 핵무기가 경제보다도 우선순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자세가 조금씩 변화하여 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전쟁이후 냉전시대가 변해도 북한을 동북아 안정의 ‘완충’(Buffer)으로 여겨 왔다. 어쩌면 중국의 대 북한정책의 전략적 근간에는 북한의 완충유지가 아직도 유효한 전략으로 남아 있을지 모를 일이지만, 그러한 전략 근간에 약간의 ‘흔들림’(Tilts)이 일어나고 있음이 국제 외교계에 감지되고 있다. 예를 들면 근래에 중국 공산당 전략연구소나 북경대학교 정책연구소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는 한국전쟁 시 맺었던 북-중 방위조약이나 지금까지 유지해 왔던 북한보호정책에 얼마의 수정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미국이 얻은 교훈은 미국의 대 북한 정책에도 곧바로 나타나고 있는데 두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는 북한의 비핵화와 미사일 정지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유지라는 국제 외교정책상 목표의 범주를 넘어 미국 국방의 뚜렷한 전략목표로 분명하게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추구해 왔던 6자회담이나 단독회담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지만, 동시에 추진하여 왔던 강압정책을 한 단계 높게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강압정책은 경제제재, 인권문제, 문화정책 등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유엔 안보리와 미국 독자로 취해 왔던 경제제재를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 금융체제를 통한 금융 압박이라든지 공수 및 해상화물의 봉쇄 등을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유엔의 결의나 미 의회의 결의 정도로 다뤄졌던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인권재판소에 제소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이외 외부세계를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는 인터넷과 한류 네트워크를 뛰어 넘어 학술교류와 학술 포럼 등을 통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를 알리는 방안을 확대하는 것이다.
둘째는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치에 있어서 무시 못 할 위치에 있는 중국과의 북한관련 외교전략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변화이다. 미국은 분명히 중국과의 외교정략정책에서 북한의 핵위협에 대항하여 모든 필요한 수단을 강구할 뿐만 아니라 북한정권체제의 붕괴까지도 고려하는 새로운 전략을 채택한다는 결단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더 나아가 미국은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과 함께 북한정권체제의 붕괴로 인하여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응하는 준비도 비공식적인 외교의 방식으로라도 고려중에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북한의 비핵화를 미국 국방과 직결시키는 내용과 북한체제의 붕괴까지도 고려해 중국과 북한관련 외교 정책을 강화하는 미국의 북한 전략 변화 바람이 워싱턴에 불고 있다.
변화하는 미국의 북한정책은 ‘대박’ 통일을 성취하는 하나의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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