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리네임병언 KMP 한인 전문의 좌담
▶ 한인건강 무엇이 문제인가?
새해 소망 목록에서 언제나 빠지지 않은 단어는 바로 ‘건강’이다. 하지만 바로 이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은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난다. 언론을 통해 건강에 대한 경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1년이 다 지나도록 건강검진 한 번 받지 못하는 한인이 주변에는 너무나 많다. 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는 결의와 함께 실천이 필요한 때다. 이에 홀리네임병원 코리안 메디컬 프로그램(KMP) 한인 전문의들이 임상에서 느낀 보다 실질적인 건강에 대한 한인들의 인식과 그 문제점들을 진단했다.
■ 참석자
최경희 KMP 부원장
양희곤 KMP 메디컬 디렉터 & 외과전문의
이수경 내과전문의
폴 한 호흡기 내과전문의
필립 황 정신과전문의
박수미 심장 내과전문의
우양희 외과전문의(위암전문)
■한인들의 건강(인식)이 증진되지 못하는 이유는?
양희곤 외과전문의(이하 양 전문의): 한인들은 병을 너무 두려워한다. 몸이 아파도 그냥 참고 지내는 한인이 많다는 뜻이다. 몸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무시하면 결국 큰 병이 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검진 결과 암이면 어떡하나?’, ‘당뇨이면 어떡하나?‘ 하는 병에 대한 우려와 겁이 한인들의 건강 인식 증진을 막고 있는 큰 원인이다.
박수미 심장내과 전문의(이하 박 전문의): 건강을 지키는데 있어 인내는 결코 미덕이 아니다. ‘조금만 빨리 병원을 찾았어도…’ 하는 아쉬움이 남는 환자들이 많다.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먼저 병원과 의사를 찾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내가 미덕이라는 전통을 버려야 한다.
이수경 내과전문의(이하 이 전문의): ‘만병통치약’과 같은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신뢰하는 것도 문제다. ‘만병통치약’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민간요법 처방이 의사 처방보다 앞설 수는 없다. 심지어 건강보조 식품을 처방약처럼 복용하는 분들도 있다. 민간요법이 모두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몸에 이상이 생기면 먼저 병원과 의사를 찾는 것이 순서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맹신하는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
폴 한 호흡기내과 전문의(이하 한 전문의): 예방주사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 예방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특정 질병에 대해 나는 100% 안전할 것’이란 생각은 잘못이다. 어려서 결핵 예방주사로 알려진 일명 ‘불 주사’를 맞았다 해도 결핵에 걸리는 경우는 많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최근 임상 결과 결핵 환자의 90%가 한인(버겐카운티)이다.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예방주사를 맞았다 해도 재검사를 받는 등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야 한다.
필립 황(이하 황 전문의): 정신건강에 대해 관심 부족도 문제다. 우울증은 마음에 걸린 감기와도 같은 질병이지만 이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큰 질병으로 발전한다. 자살과 같은 극단적 행동은 대부분 우울증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특히 정신질환자를 정신병자(미친 사람) 취급하는 한인사회의 잘못된 선입견은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증진을 막는 이유다.
우양희 외과전문의(이하 우 전문의): 예방을 위한 조기검진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한인들이 조기검진(위암)을 소홀히 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보험이 없거나 조기검진(위암)에 대한 미국 내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보험이 없어 조기검진을 받을 수 없다 보니 웬만한 통증은 그냥 참고 지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대장암 내시경 검사는 50세부터 받아야 한다는 식의 미국 내 기준이 위암에는 아직 없어 이에 대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최경희 부원장(이하 최 부원장):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무보험 한인들이 너무 많은 것도 원인이다. 서류미비자를 포함해 뉴욕뉴저지 지역의 무보험 한인 비율은 약 40%다. 다행히 올해부터 ‘오바마 케어’가 시행돼 저소득층 한인들도 각자의 형편에 따라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보험 가입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건강에 대한 인식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전문의로서 각각의 임상에서 느낀 한인 건강의 문제점은?
박 전문의: 만병의 근원은 흡연이다. 특히 흡연은 심장계 질환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금연을 권한다. 또한 처방약을 의사 지시 없이 환자 스스로가 끊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혈압 약처럼 관리가 필요한 약물은 처방에 따라 꾸준히 복용해야만 한다.
양 전문의: 심지어 약을 나눠 먹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관리가 요구되는 처방약은 절대 나눠 먹으면 안 된다. 또한 몸에 이상이 있을 때는 반드시 병원이나 의사를 찾아야 한다. 맹장 수술은 통증이 시작된 후 3일 내에 병원에 오면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시기가 늦어지면 수술도 힘들고 후유증도 심하다.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일단 병원을 방문하면 해결 방법이 생긴다. 예를 들어 서류미비자와 저소득층 무보험자들도 홀리네임병원 코리안메디컬 프로그램(KMP)을 방문하면 하나 밖에 없는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이는 KMP의 사명이기도 하다.
한 전문의: 결핵에 대한 인식증진과 각성이 절실하다. 결핵은 감염성 질환 가운데 ‘후천성면역결핍증(HIV)’ 보다도 사망률이 높은 무서운 질병이다. 최근 20~30대 젊은 환자 한 명도 결핵으로 사망했다. 때문에 과거 결핵 예방주사를 맞았다 해도 기침과 고열이 오래가고 갑자기 체중이 감소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다시 결핵 반응검사를 받아야 한다. 결핵균 접촉에 의한 양성 반응이 나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황 전문의: 술 권하는 한인사회 술 문화가 문제다. 음주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잘못된 술 문화는 한인사회 정신건강의 최대 적이다. 자살한 미국인의 50%가 과음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술과 담배는 치매와 연관이 깊다. 치매는 2명 중 1명이 걸릴 수 있는 질병으로 특히 과음과 흡연은 뇌손상을 불러와 결국 치매에 이르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현재 한인사회의 정신건강 지수는 노란불이다.
우 전문의: 암 특히 위암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식습관과 생활습관, 가족병력 등을 이유로 한인 위암 발병률은 타인종의 4배 이상이다.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위암은 초기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하면 대부분 수술이 필요하다. 때문에 정기적인 위 내시경 검사가 필수다. 한국에서는 이미 만 40세부터 위 내시경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아직 미국에는 없다. 빠른 시간 내에 이에 대한 임상 연구를 실시해 한인들의 위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 전문의: 스스로 약사인 한인들이 문제다. 약은 바르게 알고 바르게 복용해야 한다. 항생제까지 나눠 먹는 것이 바로 한인사회다. 보조식품 남용도 심각하다. 식품은 식품일 뿐이지 결코 약이 될 수 없다. 어떠한 약이든 절대 남용해서는 안 된다. 또한 나에게 약이 됐어도 타인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정리=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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