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희 전 미주세종장학재단 회장 풀턴, MD
2년 전에 영국 리버풀을 방문한 적이 있다. 우리의 안내인은 리버풀의 유명한 두 가지를 소개해 주었다.
첫째는 리버풀이 비틀즈의 네명의 멤버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 그들에 대한 명소와 스토리가 많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2007년에 문을 연 노예 박물관이었다. 리버풀은 18세기에 노예무역으로 악명이 높은 도시였다. 이런 부끄러운 과거를 갖고도 리버풀은 그 치부를 감추려 하지 않고, 오히려 담대히 공개하고 사과하며 역사의 반면교사로 삼고 있는 점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이곳에 있는 노예 박물관에는 ‘가상체험공간’이 있는데, 원하는 방문객들은 실제로 노예선에 들어가 그 속에서 비인간적인 상황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18세기 당시에는 리버풀이 유럽에서 삼각무역이 가장 활발했다. 리버풀을 떠난 무역선들은 서 아프리카 해변국가에 가서 영국에서 가져간 식량과 직물을 팔고는 그 대금으로 흑인들을 싸게 걷어 들였다. 이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약 35cm의 넓이의 공간에 한명씩 채워 넣고는 몇 달 간을 항해하여 아메리카 신대륙에서 판 뒤, 설탕과 담배와 커피 등을 실고 다시 리버풀로 오는 것이 그들의 삼각무역의 실태였다. 아프리카 서해안에서 대서양을 건너는 항해는 그들에게 ‘죽음의 항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 항해는 비 위생적인 환경과 영양실조로 인해서 죽은 노예들이 약 250만 명이 된다고 한다. 서 아프리카에서 팔려온 노예들이 1000만 명이라니 약 25% 이상이 항해 중에 사망한 비극적인 역사의 단면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미국의 역사를 보아야만 한다. 이렇게 팔려간 노예들은 캐리비안 지역에서는 주로 사탕수수밭에서, 미국 남부에서는 주로 목화농장으로 끌려가 극도의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으며 살았다. 이들에겐 인권이란 전무한 것이었고, 그들은 농장주인의 재산의 일부로 여겨져 소와 말같이 시장에서 돈을 주고 사고 팔렸다. 이들에게 가정이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았고, 장성한 딸이나, 부인은 성적학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 후 링컨 대통령에 의해 노예해방이 시행되었지만, 실제로 미국 흑인들의 인권이 향상된 것은 1968년 존슨 대통령에 의해 공포된 민권법안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 민권법안의 통과 계기가 된 것이 킹 목사의 죽음이라 할 수 있다. 킹 목사가 암살된 1968년 4월4일은 미국 현대사의 큰 전환점을 이룬 날이었다. 그는 보스턴 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앨라배마에 있는 몽고메리 교회의 목사로 부임하여 흑인 인권운동을 시작한다.
킹 목사는 39세에 암살 될 때까지 15회나 감옥에 가는 고초를 겪었으며 항상 FBI의 도청과 감시속에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1964년에는 흑인을 위한 그의 민권운동과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고 하여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그 당시의 흑인해방운동에는 킹 목사와는 달리 ‘말콤 엑스’의 폭력주의적인 인권운동이 인기를 얻기도 했었다.
킹 목사는 민권투쟁 데모를 할때 “우리는 극복해" 라는 복음 성가를 즐겨 부르곤 했는데, 지금은 그들의 운명이 불행하고 암담해도 언젠가는 인종차별이 없어질 것을 믿었으며 꿈꿨다. 1963년 워싱턴 대행진때 그의 “나에게는 꿈이 있다"라는 연설은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과 함께 미국 역사상 최고의 명연설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킹 목사의 위대함은 그 당시 흑인들이 처한 부조리와 푸념과 차별에 맞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시위를 했으며, 거대한 백인사회와 인종 차별주의자들에게 증오 대신 인내와 기독교적인 관용과 용서의 사상으로 투쟁한 점이다. 그러나 그의 가장 위대한 점은 그가 비전과 꿈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행진하자는 그의 사상과 믿음이 결국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재선까지 되는 위대한 역사를 쓰게 된 것이다.
오늘(1월 20일)은 킹 목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국가 공휴일로 정한 날이다. 킹 목사의 생일을 맞으며 우리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위해 암살되기까지 한 그의 생애와 사상에 경의를 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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