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19회 LA 아트 쇼
▶ 각국 140여개 갤러리 참가, 한국 유명 화랑 14곳 출품, 최정화·이용백 특별소개, 배우 하정우 작품 눈길
박여숙 화랑 대표가 신호윤의 종이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표 갤러리 부스에 걸려 있는 하정우의 작품. ‘베를린’ 촬영 중 그렸다는 추상화다.
불황의 그늘이 오래 드리웠던 LA 아트 쇼가 올해 드디어 기지개를 펴는 것 같다.
15일 LA 컨벤션 센터에서 개막된 제19회 아트 쇼는 참가 갤러리가 지난해 100여개에서 140여개로 크게 늘었고, LA에서 가장 파워 있는 에이스(Ace) 갤러리가 처음 참가하는 등 전시장 전체가 훨씬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올해 아트 쇼는 한국을 특집국가로 소개하고 있어 느낌이 남다르다. 특별전시작인 최정화의 ‘세기의 선물’(15일자 본보 1면 보도)을 LA타임스가 크게 소개하는 등 한국서 날아온 14개 갤러리들이 국제적 명성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들고 나와 수준높은 한국 현대미술을 세계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컨벤션센터 사우스홀에는 특별전시로 초대된 최정화와 이용백을 소개하는 박여숙 화랑을 비롯해 표 갤러리, 인 갤러리, 가나, 카이스, 칼리파, 조현, 청작, 아트사이드, 이화익, 백해영, 영 아트, 타블로, 줌 예강 갤러리 등이 각각 여러 명의 작가들을 대표하고 있어 다양한 한국미술의 현주소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다소 실망스런 부스도 없지 않지만, 보따리장사처럼 꾸려왔던 몇 년 전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을 느낄 수 있고, 액자가게 같이 조잡했던 전시 디자인도 많이 세련됐으며, 한쪽 구석에 구멍가게들처럼 몰려 있던 부스의 위치가 중심으로 옮겨온 것도 특집국으로서의 위상을 느끼게 해 여러모로 기분이 좋았다.
박여숙 화랑의 박 대표는 “LA 아트 쇼는 처음 나왔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출품작들의 수준도 높다”고 말하고 “현대 화단에서 LA는 뉴욕에 비해 아무래도 다소 뒤처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 쇼를 통해 그 수준과 저력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여숙 대표는 또 “한국이 특집국인만큼 한국서 온 화랑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돌아가길 바란다”며 한인들이 많이 방문해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주길 기대했다.
재미있는 것은 표 갤러리가 들고 나온 배우 하정우의 작품들이다. 하정우는 취미 삼아 시작한 그림이 전시회를 열 정도로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번 LA 아트 쇼에까지 진출, 그만의 특이한 작품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표미선 대표는 “하정우는 배우 커리어와는 관계없이 대단한 실력을 가진 작가”라고 소개하고 “특히 ‘베를린’ 영화 촬영 중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그린 그림들이 놀라운 창의력과 섬세한 테크닉을 갖춘 작품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하정우 작품은 현재 싱가포르 아트페어에도 특별전으로 나가 있고 2월6일부터는 서울의 표갤러리와 강남 카르티에 미술관에서 동시에 하정우 전시회가 열린다고 자랑했다.
표 갤러리는 하정우 외에도 노세환, 이용덕, 박승훈, 린 핸슨을 비롯한 12명의 작가를 소개하고 있고, 인 갤러리는 박선기, 에디 강, 홍성도, 배준성, 김명범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가나 갤러리는 이환권, 정혜윤, 유선태, 이동기의 작품을 걸고 있다. LA 현지 작가로는 니나 전씨가 백해영 갤러리를 통해 특유의 풍선 세라믹 작업을 선보이고 있고, 김우영 사진작가가 박여숙 화랑을 통해 작품을 출품했다.
한편 부스마다 전시 캐털로그나 출품 작가들의 안내서가 제대로 갖춰진 곳이 드물다는 점은 좀 아쉬웠는데 원래 아트 페어라는 행 사가 번개불에 콩 볶아 먹듯 단시간에 조립됐다가 순식간에 해체되는 가건물 같아서 감동적인 디테일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전체 140개 갤러리 부스 중에서 14개면 무려 10%에 해당되는 숫자다. 한국 갤러리가 국제 아트페어에 이렇게 많이 참가한 적은 전무후무할 것이다. 부스들도 좋은 자리에 위치해 있어 둘러보기도 좋다. 구경삼아 운동 삼아 이번 주말 다양한 미술의 세계와 조우하시기를 권한다.
☞ LA 아트 쇼는
파인 아트 딜러스 협회(FADA)가 18년 전에 창설했다. 처음에 불과 14개 갤러리가 참여했던 작은 로컬 미술제였지만 2002년부터 해외 갤러리들을 유치하기 시작해 점차 세계 100여개 화랑이 참가하는 등 국제화단에서 인정받는 쇼로 성장해 왔다.
2년 전 아트페어 경험이 많은 팜비치 쇼그룹(PBSG)이 이 쇼를 인수하면서 더 큰 국제 미술제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만 매출이 15% 성장했다는 주최 측은 아트 바젤이나 뉴욕 프리즈처럼 세계적인 미술 이벤트로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주목할 것은 아시안과 라티노 커뮤니티가 큰 캘리포니아의 이점을 살려 다양성에 초점을 둔 미술제로 특화해 보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외국 갤러리들은 20여개국에서 51개 화랑이 참가, 지난해보다 30% 늘었는데 중국이 역시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정부 차원과 민간 차원 양측에서 이 아트 페어를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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