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컨벤션센터에서 이번 주말 제19회 LA 아트 쇼가 열리고 있다. 올해는 특별히 한국이 특집국이어서 ‘코리안 커넥션’이란 타이틀 아래 14개의 한국 화랑이 참여하고 있다. 전체 참가화랑이 140여개니까 그중 10분의 1이 한국 갤러리이며, 이들을 통해 어림잡아 80여명의 한국작가들의 작품이 국제 미술시장에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한국 갤러리와 작가들이 주요 국제미술제에 참가하기는 아마 처음일 것이다.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뜻이고, 한국의 현대미술이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고 해석해도 좋을 듯하다.
이쯤에서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도대체 아트페어가 뭐하는 곳인가? 또 가끔 나오는 비엔날레는 또 뭔가? 둘다 미술전이라면 뭐가 다른가?비엔날레(Biennale)와 아트페어(Art Fair)는 국제 미술계를 이끄는 두 축으로, 둘다 대규모의 전시행사지만 그 형식과 내용은 크게 다르다.
비엔날레는 상업성이 배제된 순수 미술전이고, 아트페어는 현장에서 작품을 사고파는 미술장터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2년에 한번 열리는 비엔날레는 주최측의 면밀한 기획으로 세계화단에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화두를 던지는 작가를 초청하여 미래의 경향을 제시하는, 보다 실험적이고 전위적이며 약간은 권위적이기도 한 미술전이다. 때문에 참여작가들은 국제화단에서 인정받았다는 자부심과 영예를 갖게 되며 흔히 ‘비엔날레 작가’로 불린다.
반면 아트페어는 세계 각국의 갤러리들이 부스를 사서 참가하기 때문에 한 곳에서 다양한 작품을 감상·구입할 수 있는 미술품 시장이다. 도깨비시장 서듯이 3-4일 동안 반짝 열리는데도 며칠 사이에 수만 명이 방문하고, 화랑들은 각자 팔고 싶은걸 들고 나오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보는 사람도 작품이 무겁지 않아서 쉽게 찾게 되고, 화상들은 정보교환과 네트웍 구성 등 비즈니스를 위한 실질적 모색이 이루어지는 대중적인 현대미술전이다.
비엔날레는 역사가 길다. 1895년 이탈리아 국왕 부처의 은혼식을 축하하며 베네치아시가 창설한 미술전시회가 최초의 베네치아 비엔날레다. 아트페어는 1959년 영국의 쿨벤칸 재단 후원으로 런던 중심의 화랑들이 조직한 미술제가 시초였다. 이후 두 행사는 각각 다른 형태로 진화해오다가 국제미술시장이 점점 뜨거워지면서 세계화단의 두 축을 형성하게 됐다.
1990년대가 비엔날레 전성시대로, 이때 세계 곳곳에 수많은 비엔날레가 생겨났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미술계 판도가 달라지면서 비엔날레는 시들해지고, 아트페어가 뜨기 시작했다.
국제적인 딜러들과 콜렉터들이 모여든다, 세계 미술시장의 경기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다, 도시에 따라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다, 사이클이 빠르다, 대중적 파급력이 크다… 등의 장점으로 오늘날 아트페어는 국경을 뛰어 넘어 자유롭게 존재하는 비권위적인 현대미술관이며, 세계미술 흐름을 집약하는 국제 이벤트로 각광받고 있다.
때문에 요즘 현대미술은 비엔날레용과 아트페어용으로 갈라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술관 중심의 실험적인 그림과 잘 팔리는 그림으로 나뉘어가는 추세라는 것이다. 그 반대로 ‘비엔날레 작가’와 ‘아트 페어 작가’의 구분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딜러들과 큐레이터들이 양쪽을 모두 돌아다니며 작가를 섭외하기 때문이다.
이번 LA 아트쇼에서 한국의 특집작가로 초대된 최정화와 이용백이 그 좋은 예다. 두사람은 모두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 대표작가(이용백 2011년, 최정화 2005년)로 초대됐던 아티스트들인데 LA아트쇼에도 대표작가로 초대된 것이다.
한달에도 여러개의 크고 작은 아트페어가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1월 중 남가주에서만 LA아트쇼를 비롯해, 아트LA 콘템포러리, 포토 la, 팜스프링스 아트페어 등 4건의 큰 미술제가 개최된다.
아트페어가 증가일로에 있는 것은 그만큼 미술시장이 커졌다는 얘기다. 그 말은 곧 미술이 더 이상 예술이 아니라 돈이요 투자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비엔날레와 아트페어 외에도 한가지 더 세계 미술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옥션인데, 근자에 미술품 경매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을 보면 중국, 러시아, 인도의 검은 돈들이 상식적인 유통질서를 깨고 미술의 본질마저 흐려놓고 있음을 보게 된다. 언제나 그랬지만 결국 돈이 예술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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