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언론 보도에 의하면 여당에서 현행 교육감 선출제도를 바꾸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교육감 선출은 1948년 정부수립 이후 대통령 임명제를 거쳐 1991년 지방자치 도입과 함께 간선제로 바뀌었다가 2007년에 현재의 직선제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직선제에 폐해가 많다는 것이다. 우선 과도한 선거 비용이 문제란다. 이로 인해 훌룡한 자질을 갖춘 후보라해도 선거비용의 벽으로 출마 자체가 봉쇄 되거나 선거비용 조달에 부조리와 부패가 뒤따른다는 지적이다. 직선제 도입 후 여러 교육감 후보들이 그 동안 선거 자금이나 뇌물 수수, 부당한 인사와 관련되어 재판 또는 수사를 받았다고 한다. 또한, 헌법에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의 적극적 선거 개입으로 중립성이 훼손되고 있는 현실이란다. 결과적으로 교육이 정치에 예속 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의 교육감 선정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되기도 하고 임명되는 곳도 있다. 임명은 주로 교육위원회가 하지만 워싱턴 DC나 메릴랜드 주의 프린스조지스 카운티처럼 시장이나 카운티 이그제큐티브가 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내 수많은 학군들에서의 교육감 선정 방법들을 모두 알지 못한다. 그리고 어떤 방법이 최선이라고도 감히 단정할 수도 없다. 다만 내가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있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의 방법은 그 나름대로 권해 볼 만하다고 생각된다.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는 교육위원회가 교육감을 임명한다. 임기는 주법에 따라 초임 때 최저 2년에서 최고 4년이다. 그 후에는 한 번에 최고 4년까지 재계약을 할 수 있지만 최저 기한이나 연임 제한은 없다. 반면, 페어팩스 교육위원들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선거법 상 정당이 공천할 수 없는 비 정당정치 선거이지만 정당들이 공식적인 지지를 선언할 수 있고 정당 조직의 선거 운동 개입 제한 규정이 없기에 정당공천을 하는 여타 선거와 다를게 별반 없다. 즉, 정치색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1995년에 페어팩스 카운티에 교육위원 선거제도가 도입된 후 지금까지 다섯 차례 선거를 치루는 동안 정당의 공식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 후보가 이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만큼 정당의 공식적인 지지와 조직의 영향력이 강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교육위원회는 민주당 후원 후보들이 계속 과반수를 차지해 왔다. 그런데 여기서 특기할 것은 교육감 선정 때 교육위원들이 교육감 후보들의 정치성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95년 이후 지금까지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교육감이 세 번 바뀌었다. 그리고 나는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교육위원으로 교육감 선정해 참여해 왔다. 교육감 선정 시 후보들의 이력서를 검토하고 심층 면접을 하며 후보들의 배경을 조사한다. 그런데 그러는 과정에서 지지 정당이나 정치에 관련된 사항을 묻거나 고려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종교, 인종적 배경, 나이, 결혼유무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배경을 조사하다 보면 후보들의 정치 성향을 비롯해 다른 고려가 금지된 부분들도 가늠해 볼 수는 있다.
그리고 그것을 교육위원 개개인이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마음 속으로 고려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알 수도 막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배경을 알더라도 실제 선정 작업에 들어가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 만큼 교육감 선정에 정치색을 배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사실 작년에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새로 임명된 캐런 가자 교육감도 텍사스 주에 있는 바로 전 학군에 거주할 당시 공화당원이었다. 그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항이라 했다. 12명의 교육위원들 중 10명이 민주당원인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가 공화당에 적을 두었던 후보를 교육감으로 임명하는게 이상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으나 어느 정당 소속이냐는 그 만큼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후보의 교육자와 교육행정가로서의 자질 외에는 다른 부분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가자 박사가 교육감으로 임명된 것이다.
공교육에 정치가 주는 영향은 가능한 최소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위원들을 선거로 뽑는 한 완전히 그 것을 배제하기는 어렵겠지만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이나 선출된 교육위원들 모두 그런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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