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하다. 독이 서리서리 배어 있는 것 같다. 김정은의 신년사라는 것부터가 그렇다. 온갖 욕설을 동원해 장성택 숙청을 옹호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을 향해 핵 재난을 불러올 것이라는 엄포를 놓았다.
이미 죽은, 아버지 때 보위사령관의 시신을 파내 총살을 시켰다. 김정은이 그랬다는 보도다. 잔혹한 방식의 공개처형이 늘고 있다. 그런 소문이 파다한 가운데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의 종적은 묘연하기만 하다.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도대체가.
피 냄새에, 광기가 느껴진다. 공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죽음의 냄새가 묻어난다. 북한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그렇다. 그 체제가 과연 얼마나 갈 것인가. 2014년이 펼쳐지기가 무섭게 새삼 다시 던져지는 질문이다.
“북한의 붕괴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미국은 그 내파(內破-implosion)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북한 전문가 존 가디아노가 3년 전 내놓은 전망으로 북한 붕괴 시 미지상군 단독 진입을 주장하고 나섰었다. “가까운 장래에 북한체제가 붕괴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지난해 가을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이 내놓은 전망이다.
그 북한 붕괴론이 더 구체성을 띄고 있다. 북한의 2인자이자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숙청되고 곧바로 처형됐다. 스탈린, 모택동 시절에도 보기 드문 일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나.
그 과정에 대한 복기(復棋)가 그동안 수차례 이루어졌다. 그러면서 형성된 콘센서스는 북한 붕괴는 ‘if’의 문제가 아닌 ‘when’의 문제로, ‘체제 붕괴는 단지 시간문제’라는 관점이다.
로열패밀리에 대한 숙청은 조용히 이루어졌다. 그 관례를 깨고 왜 장성택은 심한 모욕과 함께 공개적으로, 또 그렇게도 잔인하게 처형 됐는가. - 그 많은 복기의 출발은 대체로 이 부문에서부터 시작된다.
도대체 왜. “체제내부에 뭔가 단단히 고장이 났다는 증거로 장성택 처형은 앞으로 다가올 대규모의, 또 보다 폭발성이 큰 권력투쟁 악순환의 서곡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숱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장성택 처형은 그 북한 체제가 겪은 최대 내부 위기로, 상당한 충격파를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장성택 처형은 북한 엘리트의 응집력이 무너졌다는 신호다. 그런 면에서, 김씨 왕조 종말의 시작으로 보아야 한다.” 국방 분석가 스티븐 메츠의 지적이다.
“북한 같이 경직된 독재체제는 경고신호도 없이 생각보다 조기에 무너질 수 있다. 문제는 그 같은 체제는 결코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계속되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붕괴와 함께 북한이 맞을 시나리오를 이런 식으로 열거한다.
“군부의 쿠데타가 그 한 가지 시나리오다. 또 군부나 당 내 특정 세력이 김정은을 꼭두각시로 내세우고 통치해나가는 것이 또 다른 시나리오다. 다른 한 가지 더 불길한 시나리오는 장기적인 대규모 내란 상태에 빠져드는 것이다.”그 내란 피해는 90년대 ‘고난의 행군’시 피해(100만 이상이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를 훨씬 웃돌아 시리아내전은 장난으로 비쳐질 것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말하자면 독일식의 평화통일은 기대하지 말라는 경고다.
랜드연구소의 베넷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권력의 공유나, 집단지도체제 경험이 전혀 없는 북한에서 집권 세력의 분화는 바로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거기에 더 하나. 북한 붕괴는 한반도 통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이 그 이유다. 장기적 전망은 더 암울하다. 내란, 대대적인 난민발생, 핵 유출, 한미연합군을 타깃으로 한 북한 내 무력집단의 게릴라전, 미군과 중공군과의 충돌 등이 예견되고 있어서다.
‘죽어가는 독재정권은 종종 내부결속을 위해 외부도발을 감행 한다’-. 붕괴 후의 시나리오도 시나리오지만 가장 위험한 시기는 북한체제 붕괴직전의 타이밍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하나같은 지적이다.
김정은은 이미 그 잔혹성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거기다가 외교문제에 있어 몹시 서투르다. 유일한 생명 줄이다 시피 한 중국도 난색을 표할 정도다. 그 김정은이 장성택 제거와 함께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꼭두각시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그 소년 독재자가 독재자로서 자신의 파워가 국제적으로도 통할 것이라는 착각증세에 빠진다. 그 경우 한반도, 더 나가 동북아시아는….
“우리에게는 핵이 있으며 핵이 있는 한 그 어떤 적과도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하고, 평화는 구걸로가 아니라 일심단결된 힘과 강위력한 무장력으로만 쟁취할 수 있음을….”오늘도 평양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변곡점을 맞이한 한반도 상황. 그 2014년의 한반도가 그런데 어쩐지 위태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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