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일룡 /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이번 주 화요일 저녁 혹한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멤버로 활동하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민주당 위원회의 지도부 개편대회가 예정대로 열렸다. 2년마다 있는 이 대회에서 앞으로 카운티 위원회를 끌고 갈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했다. 후보들의 당원들을 상대로 한 사전 캠페인과 대회장에서의 출마 소견 발표 후 비밀 투표가 있었다. 의장을 포함해 8명의 부의장 그리고 기록서기, 연락서기, 회계, 부회계 등 13명이 선출되었다. 두 후보가 출마한 의장 선거의 경우 투표 결과는 287대 281 겨우 6표 차이로 태국 출신의 이민자 여성 도전자가 승리했다. 내가 처음으로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민주당원이 된 것은 1995년이다. 그러니까 그 때 교육위원 첫 선거 출마 준비를 하며 가입한 것이다. 그 전까지는 사실 민주당에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활동과 소속은 한인 민주당으로 국한했다. 주류 사회 정당 조직에 대한 관심 정도나 가입 필요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내가 1995년에 직접 민주당의 공식 후원을 받는 후보로 선거에 출마하며 달라졌다. 이렇게 카운티 정당 조직의 일원이 되면서 정당 운영이 내가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과 사뭇 다름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우선 운영이 거의 모두 자원 봉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민주당의 경우 사무총장 한 명만 유급 직원이다. 풀타임 유급 사무총장을 고용하기 시작한 것도 그나마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그 외로 위원회 사무실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원 봉사자들이다. 아마 공화당도 비슷할 것이라는 추측을 한다.
민주, 공화 양당 모두 카운티 차원에서 당원 숫자가 제한되어 있다. 또한 페어팩스 카운티가 수퍼바이저 선거 지역구에 따라 9개의 디스트릭트로 나뉘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카운티 위원회도 9개의 디스트릭트 위원회로 또 나뉘어진다. 그리고 각 디스트릭트 위원회 마다 멤버 숫자가 역시 제한되어 있다. 디스트릭트 위원회는 따로 사무실이나 유급 직원이 없다. 전체 모임이 있을 때는 보통 공공 장소를 빌려서 한다. 물론 선거 캠페인 활동에 관련된 모임은 주로 디스트릭트 위원회 멤버의 집에서 한다. 카운티나 디스트릭트 위원회 운영과 출마 후보를 돕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도 모두 모금 행사를 통해 자체적으로 조달한다. 버지니아 주 전체를 주관하는 주당 혹은 전국을 주관하는 중앙당으로부터 각 카운티 위원회에 운영비로 내려 보내는 자금이 없다.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정당의 멤버가 되는 것은 과히 어렵지 않다. 양당 모두 문호를 활짝 개방해 놓고 있다. 특별히 요구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 공화당의 경우 유권자 등록자로 국한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시민권이나 체류신분에 상관하지 않고 나이 제한도 두지 않는다. 그래서 18세 미만의 학생도 가입할 수 있다. 가입비는 공화당의 경우 50달러 그리고 민주당의 경우 75달러이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가입비 면제 신청을 하는 경우 이유를 묻지 않고 면제해 준다. 가입비가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카운티나 디스티릭트 위원회의 의장을 비롯한 간부들의 면면이다. 이들 모두 멤버들에 의해 선출되며 지도력이 출중하고 존경 받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을 잘 살펴 보면 본인들이 직접 발로 뛰며 당 조직과 선거 캠페인에서 봉사하는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중 후에 선거에 직접 출마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각 당이 표방하고 있는 정책이나 이념에 충실하고 그의 구현에 노력을 다 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들이다. 자신들의 당내 위치로 어떤 개인적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극히 예외인 것이 신선한 충격이다.
페어팩스 카운티 민주당의 한인 멤버로서는 이전에는 현재 선출직 공직에 있는 3명의 한인을 포함해 극소수에 불과 했다. 그러나 이번의 지도부 개편대회를 계기로 좀 숫자가 늘었다. 그래도 한인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은 아직 미미하기 그지 없다. 아마 그 것은 공화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앞으로 민주, 공화 양당에 좀 더 많은 한인들의 참여를 기대해 본다. 철저한 풀뿌리 민주정치를 주창하는 정당 구조를 고려할 때 정치활동에 있어 지역 위원회에서의 참여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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